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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4) 켈시의 눈물, 트리플크라운 그리고 돼지국밥
홍성욱 기자 | 2020.12.07 11:08
득점 이후 환호하는 켈시. (C)KOVO

한국도로공사 외국인선수 켈시 페인이 팀 6연패를 끊던 지난 1일 IBK기업은행전 극적인 역전승 직후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한참을 울었습니다.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울지 않던 동료 선수들도 차츰 감정이 벅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모두가 눈물을 흘리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남광구 코치의 눈가도 촉촉히 젖었습니다. 팔뚝으로 눈가를 비볐습니다.

켈시는 한국에 와서 쉽지 않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금 다른 배구 환경, 새로운 세터, 악착 같은 수비 시스템에도 적응해야 했습니다. 한국 문화 또한 많이 달랐습니다.

12월로 접어들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켈시는 가족들이 더욱 그리워졌습니다. 엄마와 영상통화도 자주 하면서 겨우겨우 이겨냈지만 팀이 계속 패하면서 힘겨운 하루하루가 이어지던 상황이었습니다.

지긋지긋한 6연패 기간 동안 여기저기서 격려해줬지만 켈시는 블로커 3명을 뚫어내야 했고, 때리고 또 때려도 경기에서 패하자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나온 승리는 가뭄 속 단비였습니다. 승리는 모든 힘겨움을 한 방에 날려버렸습니다.

또 한 가지 켈시가 한국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큰 힘은 바로 음식이었습니다.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켈시는 한국의 맛에 푹 빠졌습니다. 제대로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에 쌈장을 듬뿍 찍어 한 입 가득 넣으면 세상 부러운 게 없어진다네요. 양념갈비도 아주 좋아하는 메뉴라고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돼지국밥에 순대국, 그리고 닭발까지 척척 먹었습니다. 김주영 통역에게 주로 외부 음식 부탁을 하는 켈시는 더욱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 보고 싶어합니다. 물론 기존 즐겨찾기 메뉴는 계속 가져갑니다.

켈시는 지난 4일 현대건설전에서 26점을 올리며 팀의 연승을 견인했습니다. 박정아가 31점을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특히 이날 켈시는 후위 6점, 서브 4점, 블로킹 3점을 기록하며 처음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마지막 4세트 21-18에서 상대 루소의 공격을 차단하며 기록을 완성했죠.

경기 후 켈시는 깜짝놀랐답니다. 그저 집중해서 경기에 임했을 뿐인데 의미 있는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상금 100만 원까지 받게 됐습니다.

켈시는 효녀입니다. 돈을 모아 부모님께 좋은 선물을 해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트리플크라운 상금도 부모님을 위해 쓸 것이라고 하네요.

1995년생으로 우리 나이 스물 여섯인 켈시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출생했고, 캔자스주립대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대학팀 감독이 브라질 국적이라 졸업 후 켈시는 감독 추천으로 브라질 리그에서 활약했습니다.

지난 시즌은 스위스 리그에서 뛰었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켈시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한국리그 연봉은 스위스 보다 두 배 이상입니다. 켈시에겐 V-리그가 매우 좋은 환경이었죠. 가족과 멀리 떨어진 것을 빼면 음식까지 맛 나니 금상첨화였습니다.

소심한 성격도 이제 많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기 힘들지만 마음을 열면 수다쟁이로 변신하는 켈시입니다. 이제는 동료들과도 가족처럼 지냅니다.

동료들도 켈시가 저렇게 활달한 선수인지 처음에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성실하고 경기 때도 강타를 뿜어내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켈시가 경기 후 돼지국밥을 척척 맛있게 먹을 때는 마냥 신기하다고 합니다.

켈시의 본격적인 활약은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가 지난 1일 쏟아낸 눈물은 힘겨움을 떨쳐냈다는 의미였습니다. 4일 활짝 웃은 그의 표정에서 여유로움도 보였습니다.

날씨가 으슬으슬 추울 때는 따뜻한 국물이 필요하다는 켈시의 오늘 점심 메뉴가 궁금해지네요.

트리플크라운 수상 이후 기뻐하는 켈시. (C)KOVO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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