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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생명 선수들이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고 있다. (C)WKBL |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여자프로농구가 위기에 빠졌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관중은 늘지 않고, 시청률도 오르지 않고 있다. 주관방송사가 있다지만 스포츠채널을 통한 생중계조차 외면 받고 있다. 여기저기서 비상 신호가 감지되는 가운데 급기야 6개 구단 체제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KDB생명이 2017-2018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시즌 운영을 위해 25억 원을 지급키로 계약한 것이 마지막 안전장치다. 1년 이라는 시한 안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여자프로농구는 5개 구단으로 줄어든다. 이는 공멸의 길로 접어드는 첫 단계다.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로드맵을 그려야 할까.
▲ 가장 시급한 새 주인 찾기
가장 중요한 건 새 주인을 찾는 일이다. 연맹 수장인 신선우 총재부터 움직여야 한다. 특히 신 총재 임기가 6월 30일까지다. 남은 기간 사활을 걸고 농구단을 운영할 기업을 찾아야 한다.
현재 여자프로농구는 금융단리그다.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1금융권 은행에 삼성생명이 포함됐다. 비금융권 팀이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외연확대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과거 실업농구 시절, 구단 수가 정점이던 1986년에는 금융단 6팀과 실업단 7팀이 양립했다. 올스타전도 금융단과 실업단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실업팀은 하나 둘 자취를 감췄고, 결국 금융단만 프로리그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금융권 구단 탄생에 공을 들여야 한다. 많은 혜택을 주면서 문호를 넓혀야 한다. 기존 구단 또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만일 금융권 구단이 창단 의사를 전한다면 저축은행이라 할지라도 거부해선 안된다.
최근 농구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최고 인기종목으로 급부상한 배구의 경우 IBK기업은행, 현대캐피탈, OK저축은행이 이사회에 함께 참석한다. 배구는 남녀 13개 구단이 같은 연맹(KOVO)에 속해있다.
이를 두고 여자농구 구단들은 의전의 격이 다르다며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구는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구단을 늘렸다. 이런 유연성 속에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배구는 타이틀 스폰서도 외부에서 구해오고 있고, 중계권료 수입도 큰 폭으로 늘었다.
농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작더라도 탄탄한 회사라면 새 식구로 문을 열고 도와줘야 한다.
▲ KDB생명의 전력유지가 관건이다
KDB생명은 4월 1일부터 WKBL(여자농구연맹)이 운영주체다. 모든 책임을 이제 연맹이 진다. 일단 연맹 사옥 2층에 구단 사무실을 마련했다. 전담 직원이 배정된 것은 아니고, 현재는 대다수 직원들이 일을 분담하고 있다.
중요한 건 현재 구단 전력의 유지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잘 유지하며 다음 운영주체에게 넘겨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선수를 팔아치우면 당장 금전적으로 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이는 결국 파국을 부르게 된다. 핵심 전력이 빠져나간 구단을 누가 인수하려 들겠는가.
감독 공모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다. KDB생명 선수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있는 박영진 감독대행이 있는 상황에서 새 감독을 공모하는 건 WKBL이 꼭두각시를 세워 막후조정을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절차 또한 허술했다. 나머지 5개 구단과 충분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기사를 보고 감독 공모 사실을 알았다”고 말할 정도다.
지금은 감독 공모를 할 때가 아니라 KDB생명 선수들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떤 체육관에서 언제부터 훈련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먼저다. 갑작스럽게 새 감독을 선수들 앞에 세우는 건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새로 선임된 감독은 파리목숨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KDB생명을 인수한 새 구단이 선수들과 함께 고생한 감독이 아닌 이사회가 임시로 면접을 통해 뽑은 감독을 받아드리겠는가.
남자 프로농구 감독을 지낸 한 농구인은 “지금 상황에서 공모에 서류를 넣는 건 모험인 동시에 탐욕이다. 누가 서류를 넣었는지는 바로 소문이 날 것이다. 결국 농구계에서 매장당할 수도 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새로 선임될 감독은 임기 보장이 되지 않는다. 언제라도 새 운영 주체가 나타날 경우 즉각 팀을 떠날 수도 있다.
▲ 주목받는 이사회의 책임감
WKBL은 감독 공모 이후 최종결정 권한을 총재와 총장이 배제된 가운데 이사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이는 WKBL 고위 관계자와 실무자가 동시에 확인한 내용이다.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감독 공모 절차 뿐 아니라 새 구단 승인 등 굵직한 현안들이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가장 중요한 목소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5개 구단 단장들의 결정에 따라 이뤄지는 구조다.
신임 단장도 있고, 여러 해 동안 단장을 역임한 사람도 섞여있다. 지금은 난상토론과 확고한 의사표현이 중요하다.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의견, 구단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5개 구단 단장들의 의사결정이 훗날 여자농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당장 KDB생명 감독 공모만 해도 그렇다.
최근 은행권에는 채용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회장 또는 행장까지 자리가 위태롭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이어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새 KDB생명 감독 공모 심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누구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것이 추후 밝혀진다면 이사회 단장 5명도 어떤 방법이던 처벌 받아야 한다.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 앞에 서 있는 상황이다.
5개 구단 단장들이 훗날 농구계의 역적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의인으로 기록될지는 권한 사용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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