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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했던 NC의 가을 드라마, 페디 미스테리로 막 내려
정현규 기자 | 2023.11.06 02:31
경기를 지켜보는 페디 (수원=연합뉴스)

'공룡 군단' NC 다이노스의 거침없는 진격이 한국시리즈(KS) 문턱에서 멈췄다.

NC는 5일 kt wiz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5차전을 내줘 시리즈를 패하면서 그대로 가을 무대에서 퇴장했다.

NC는 PO 1, 2차전을 이기며 88.2%의 KS 진출 확률을 잡았지만, 피로 누적으로 인한 타격 침체, 불펜 난조 문제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3∼5차전을 내리 졌다.

그런데도 NC의 2023시즌은 아쉬움보단 기쁨과 놀라움의 한 해로 평가될 만하다.

올 시즌을 출발하는 NC의 객관적인 상황은 좋지 못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노진혁(롯데 자이언츠)을 잡지 못해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가 허리디스크로 개막 후 두 달 가까이 쉬고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이 4월 초 내복사근 부상으로 한 달간 등록 말소되는 등 악재도 잇따랐다.

지난 시즌 부상에서 돌아와 기대를 모았던 좌완 특급 구창모는 근육 손상과 피로 골절로 11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NC는 절묘한 투타 조화를 앞세워 2023시즌을 나름 순항했다. 마운드에서는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에릭 페디의 기여가 컸다.

페디는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을 올리며 1986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24승·탈삼진 214개) 이후 37년 만에 '20승+200탈삼진'을 달성했다.

김영규(24홀드·평균자책점 3.06), 류진욱(22홀드·평균자책점 2.15), 이용찬(29세이브·평균자책점 4.13)이 버티는 필승조의 활약도 빛났다.

타선에서는 현역 타율 2∼4위(3천 타석 이상)를 자랑하는 박건우, 손아섭, 박민우가 상위 타선을 꾸준히 이끌었다. 리드 오프 손아섭은 올해 최다 안타(187개)와 함께 타율 0.339로 생애 첫 타격왕에 올랐다.

비록 정규시즌 막판 SSG 랜더스에 3위를 내줬지만, NC 공룡의 진격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페디가 오른쪽 팔뚝 타박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가운데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WC)과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두산 베어스, SSG 랜더스를 차례로 격파했다.

서호철(WC 역전 만루포), 김성욱(준PO 1차전 결승 투런포) 김형준(준PO 2차전 쐐기 솔로포), 제이슨 마틴(준PO 3차전 재역전 3점포) 등 매 경기 '미친 선수'가 등장했다.

PO에 오른 NC는 부상 복귀한 페디를 앞세워 1차전을 접수하고 2차전까지 가져가며 kt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2020년 KS 4차전부터 올해 PO 2차전까지 포스트시즌(PS) 9연승 행진을 벌이며 해태 타이거즈가 1987∼1988년 세웠던 역대 PS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막바지부터 이어진 강행군에 피로가 임계점을 넘자 타선과 불펜은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결국 kt에 '역싹쓸이'를 당했다.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다. NC의 자랑인 페디가 플레이오프 5차전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페디는 PO 5차전에서 선발은 물론 불펜으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 중 불펜으로 이동해 몸을 풀었으나 마운드에 오르지는 않았다.

강인권 NC 감독은 경기 후 "(페디가 몸을)움직여봤는데 무겁다고 했다"라며 "상황이 그렇게 됐다"고 말을 아꼈다. 페디의 의사를 존중해 불펜으로 투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페디가 등판하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페디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 경기였던 지난 달 16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 중 타구에 오른쪽 팔뚝을 맞았다.

그는 타박상 증세를 보였고,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페디의 이름을 빼며 회복할 시간을 줬다. 회복은 차일피일 늦어졌다. 그는 2주 동안 회복에만 전념했고 우여곡절 끝에 PO 1차전에 출전했다.

페디의 몸 상태는 나빠 보이지 않았다. PO 1차전에서 6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페디는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상대 팀 이강철 감독은 "정규시즌보다 몸 상태가 더 좋아 보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페디는 더는 공을 던지지 않았다. 일부에선 페디가 태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프로야구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는 페디가 부상 악화를 우려해 일부러 공을 던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페디의 태도에도 비판 목소리가 쏠린다. 이날 페디는 선취점을 올리고 기뻐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무표정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심지어 하품하는 모습도 중계방송에 나왔다.

페디는 이날 경기 전부터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취재 요청에 고개를 저으며 말을 아꼈다. 경기 후에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급하게 짐을 쌌다.

지난 달 KBO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최동원 상'(상금 2천만 원) 수상자답지 않았다.

최동원기념사업회는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뒀던 고 최동원 감독의 업적을 기려 최고의 활약은 물론 모범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빛낸 선수에게 해당 상을 수여한다.

페디의 결장은 3일을 쉬고 나와 PO 4차전 승리를 거둔 윌리암 쿠에바스, 4일 휴식 후 PO 5차전에 등판해 역투한 웨스 벤자민 등 kt 외국인 투수들과 비교돼 더욱 부각된다.

NC는 가을야구에서 선전했지만 페디 미스테리 속에 아쉬운 마무리를 해야 했다. 

정현규 기자  sports@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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