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가 펼쳐질 수원체육관. (C)KOVO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이 5라운드 맞대결에 나선다. 브레이크 기간 이후 두 팀이 처음으로 코트에 선다. 22일 오후 7시 수원체육관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두 팀은 ‘코로나 19’ 선수 확진이 각 3명 씩이었다. 현대건설은 최근 브레이크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지난 7일 A 선수가 최초 확진 판정을 받았고, B 선수와 C 선수가 차례로 확진됐다. 증상을 보인 선수도 여럿이었다.

현대건설은 선수 3명이 자가격리중인 가운데 9일 김천 원정에 나서기 버거웠다. 선수 보호도 이유였고, 주요 선수 없이 경기에 나서려니 기록 도전에 대한 욕심 또한 작용했다. 현대건설은 9일 오전 KOVO(한국배구연맹)에 경기 연기 공문을 보냈고, 단장과 부단장이 KOVO를 찾아 경기 연기를 거듭 요청했다. 경기 연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후 14개 구단 사무국장 일부도 경기 연기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KOVO는 고심을 거듭하다 오후 3시를 앞두고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

이 경기가 열리지 못하면서 리그 일정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KOVO의 원칙 또한 흔들렸다.

KOVO는 11일 오전 여자부 단장들 긴급회의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앞으로는 원칙을 준수하기로 재확인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 한국도로공사가 엔트리 12명 확보에 실패했고, 늦은 오후에는 KGC인삼공사까지 엔트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여자부는 브레이크로 접어들었다.

현대건설 A 선수는 12일 자정에 격리가 풀렸고, B 선수도 13일 자정에 격리가 해제됐다. C 선수도 14일 자정부터는 격리 상황을 면했다. 현대건설은 이후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하면서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잠복기가 있어 우려한 것이 사실이다. 11일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선수 전원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코칭스태프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된 바 있다. 지금은 팀이 정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0일 GS칼텍스와 경기를 펼친 이후 11일 D 선수가 자가키트 양성 반응을 보였고,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스태프 1명도 확진이었다. 14일에도 D 선수와 같은 방을 쓰던 E 선수가 확진됐고, 이후 15일 F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IBK기업은행은 자가격리가 풀리긴 했지만 시점이 늦은 관계로 오늘 경기 지장은 더 크다.

오늘 경기에서 관심을 모으는 건 연승과 기록이다. 현대건설은 14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리그 타이기록이 아닌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기록의 의미는 일정부분 퇴색됐다. 9일 경기는 현대건설의 강한 주장 속에 열리지 못했다. 13일 IBK기업은행전도 브레이크로 열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9일 경기나 13일 경기를 했더라면 현대건설은 B 선수와 C 선수 없이 경기에 나서는 입장이었다.

더구나 IBK기업은행은 최근 5연승 상황이었고,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온 상태였다. 특히 지난 10일 GS칼텍스에 3-0 완승을 거둔 과정에선 IBK기업은행 플레이가 물이 올랐었기에 13일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IBK기업은행은 주축 선수 2명이 오늘 경기에 풀타임으로 나서는 건 어렵다. 출전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브레이크 이후 일정에서 핸디캡을 적용받았다. 최초 9일 김천 경기가 14일 월요일에 편성됐다. 이전 일정이었다면 13일 수원에서 IBK기업은행과 경기 이후 곧바로 김천으로 내려가 도로공사와 만나는 연전이었다.

이 상황은 지금도 유효하다. 오늘 IBK와 경기를 한 이후 23일 김천에서 도로공사와 만난다. 25일에는 대전에서 KGC인삼공사를 상대한다. 나흘 동안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다.

현대건설이나 IBK기업은행 모두 승리, 그리고 연승의 의미를 가벼이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전날 대전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는 평소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경기가 펼쳐지다보니 동선이 꼬이고, 다리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런 경기가 이어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 상황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기도 하고, 코트 체인지도 없다. 마퍼도 운영하지 않고, 볼 리트리버도 최소 운영한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오늘 또한 경기력이 걱정이다. 어제 두 팀 보다는 조금 나을 것으로 보이지만 안배 또한 필요하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 티가 묻어있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오늘 경기에서 새로운 연승 기록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원정팀이 연승 기록을 이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기록, 혹은 연승의 의미 보다는 경기장 안정과 추가 확진 차단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기존 일정이 아닌 누더기가 된 일정 속에 펼쳐지는 경기다. 어제도 그랬지만 시즌은 이미 끝났고, 번외 경기를 펼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시즌과 기록의 진정성은 오롯이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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