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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이 운영하는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지난 1월 2일 권순찬 감독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이유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발표 직후부터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권순찬 감독은 선수들을 원만하게 이끌고 있었고, 시즌 3라운드까지 14승 4패로 2위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선두 현대건설을 누르며 후반기 전망을 밝게 한 상황이었기에 방향성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후 8일 만에 답이 나왔습니다. 흥국생명은 1월 10일자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선수단과 배구팬에 사죄했습니다. 그러면서 구단이 경기운영에 개입했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표현했습니다. 앞으로는 경기운영에 대해 구단의 개입을 철저히 봉쇄하고 감독의 고유권한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사과문 발표 10년이 지난 뒤인 2033년 1월 10일에도 흥국생명 구단이 이 약속을 지킨다면 그 때서야 인정하려 합니다. 그 이전에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기 힘든 상황입니다. 과거 흥국생명의 감독 경질 혹은 사퇴의 역사를 볼 때 이 사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의구심이 듭니다.
흥국생명의 권순찬 감독 경질 직후 1월 5일 첫 경기에는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날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사퇴했습니다.
구단은 감독 경질 직후인 3일부터 이미 새 감독을 접촉했고, 5일 경기 현장에 신임 감독을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6일 김기중 전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발표했습니다. 미리 써놓은 각본처럼 속전속결이었습니다. 계약기간을 보도자료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취재결과 2024-2025시즌까지였습니다.
8일 IBK기업은행전은 신임 김기중 감독이 지휘할 것으로 보였지만 아니었습니다. 감독의 계약서가 경기 하루 전인 7일 오후 6시까지 KOVO(한국배구연맹)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8일 경기는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대대행 체제가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여자배구에서 나왔습니다. 참담합니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전을 하루 앞둔 10일 김기중 신임 감독이 감독직을 최종 사양했다고 전했습니다.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코미디가 어느 나라 어느 팀에 있었을까요. 유례를 찾아보기도 힘들고, 앞으로도 이런 사례는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후 흥국생명은 다시 새 감독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국내 감독은 어느 누구도 수락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이 외국인감독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난항입니다. 몇몇 해외 감독 후보들이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구단이 동의하기 힘든 사유를 들며 사실상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그간 국제대회 취재나 전지훈련 또는 트라이아웃 취재 때 만났던 여러나라의 배구인, 관계자, 기자들이 해외에서 최근까지도 문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창피하고도 놀라운 일들의 연속입니다.
2년 전인 2021년 학교폭력 사태 때도 흥국생명 구단은 사회적인 목소리를 외면하고 여론을 등지며 고집을 피우다 결국 파국을 자초했습니다. 수습에도 실패했습니다.
2년 만에 팀은 감독 경질 사태로 다시 표류하고 있습니다. 성적은 여전히 2위지만 흥국생명의 감독 경질 사태 후폭풍은 길게 이어질 것 같습니다.
팬들이 직접 제작해 들고 온 ‘행복배구’ 응원 문구는 여러가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과연 '행복배구'를 핑크색 유니폼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흑역사로 남을 흥국생명의 감독 경질 사태는 선수단과 배구팬, 그리고 배구계에 큰 상처만 남겼습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의 통증 속에 오늘도 시즌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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