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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키프방크 훈련장 및 홈경기장 입구. (C)이스탄불(튀르키예), 홍성욱 기자 |
한국여자배구가 도쿄올림픽 4강 이후 국제경쟁 대열에서 뒤처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2022 FIVB(국제배구연맹)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예선라운드에서 12전 전패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승점 획득에도 실패했습니다.
대회에 앞서 세계랭킹 14위를 기록했던 한국은 현재 19위까지 랭킹이 내려왔습니다. 이 분위기라면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지금 배구계에는 2028 LA올림픽 출전까지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여자배구는 1972년 뮌헨대회 4강과 1976 몬트리올대회 동메달이라는 굵직한 성과를 냈습니다. 이후 2012년 런던대회 4강 재진입까지는 무려 36년이 걸렸습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4강은 9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습니다.
한국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면 국제경쟁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동떨어진 궤적을 그리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국내리그 7개 구단 체제를 들여다보면 실업무대까지 선수를 찾아다니는 현실입니다. 선수수급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배구대회를 취재해보고, 현장 지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갈수록 선수를 충원하고 충분한 훈련을 시키는 건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몇 년더 이어진다면 V-리그는 평균연령만 올라가고, 새로운 얼굴들은 존재감을 알리지 못한 가운데 소리없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펼쳐진 VNL 3주차 현장 취재에 앞서 경유지인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 5관왕과 함께 연령대별 모든 대회에서 퍼펙트 우승을 차지한 바키프방크 구단의 시설과 시스템을 돌아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1986년에 앙카라에서 창단한 바키프방크는 당시 아마추어 수준의 약체 팀이었습니다. 이후 같은 바키프방크 소속인 귀네시인슈런스와 통합되면서 90년대 중반 이스탄불로 연고지를 옮겼고, 투자와 육성을 통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에 완공한 체육관과 훈련장은 최적의 환경을 자랑합니다. 지하 시설부터 9개 층으로 구성된 체육관에는 U16팀과 U18팀 전용훈련장과 숙소,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바베큐파티장도 있습니다. 지하 수영장과 1층 코트는 시에 임대해 일반인들이 배구를 배울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주로 초등학생들이 많이 와서 배구를 배우고 있고, 학부모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합니다.
이 곳 시설의 백미는 1군 훈련장과 경기장으로 라커룸 10초 거리에 경기가 펼쳐지는 2천석 규모의 홈구장이 자리합니다.
바키프방크 비눌 어시스턴트매니저는 “튀르키예 리그는 드래프트 시스템이 없다. 각 팀이 알아서 선수를 키운다. 우리 팀은 지오반니 귀데티 감독이 14년째 이끌고 있지만 더욱 공을 들이는 건 U16과 U18팀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다. 이 들이 훌륭한 선수를 키워내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튀르키예리그는 선수 이적 또한 독특한 방식입니다. 만 22세 이전까지는 이적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 22세는 해당연도 연봉의 200%를 지불하면 이적이 가능합니다. 23세는 연봉의 100%, 24세는 연봉의 50%를 내면 이적이 가능합니다.
바키프방크는 만 22세 선수부터 연봉을 큰 폭으로 올려 이적 가능성을 낮추지만 그럼에도 팀에 남고싶지 않는다면 풀어줍니다.
외국인선수 제도는 보유 무제한, 경기 출전은 3명입니다. 벤치에는 2명이 대기할 수 있습니다. 총 5명이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 국적이 아니면 모두 외국인으로 분류합니다. 이탈리아리그가 유럽선수를 자국선수로 분류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외국인선수가 많지만 구단은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비눌 어시스턴트 매니저는 “좋은 외국인선수가 합류하면 후보 선수들이 경기 때는 같이 뛸 수 없다. 하지만 훈련을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실력은 향상된다. 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구단도 고민한다. 1군이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튀르키예 선수들의 성장에 대한 밸런스를 찾기 위해 방안을 마련하려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바키프방크는 U18 팀을 2군리그에 뛰게 합니다. 처음에는 U18 선수들이 버겁게 느끼지만 점차적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튀르키예리그에는 샐러리캡이 없고, 선수별 연봉 상한선도 없습니다. 완전 자유입니다. 잘하면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못하면 팀을 떠나야 합니다.
이 경쟁구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당장 우리의 현실을 보면 암담합니다. 초등학생들이 배구를 할 수 있는 접근통로가 좁고, 선수로 전환하더라도 마음껏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1년에 10여명 가량이 프로리그에 들어오지만 이중 절반 이상은 2년 이내에 사라집니다. 리그는 경쟁력의 선순환 구조가 점점 힘을 잃어갑니다.
지금 상황은 시급합니다. VNL 참담한 성적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프로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은 물론이고, 1년에 수십억 원을 쓰는 7개 구단이 먼저 달라져야 합니다.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2028 파리올림픽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20년 이후를 보며 가동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국여자배구가 세계경쟁대열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키프방크 모델은 단순한 벤치마킹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경쟁력이라는 게 얼마나 허술한지를 아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하겠습니다. 이를 토대로 마스터 플랜을 짜고 실행한다면 험난한 과정도 위안이 될것입니다.
이스탄불을 떠나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이 교차되는 그 곳에서 한국여자배구는 길을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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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키프방크 U16과 U18팀 훈련장. 병아리 모양의 마스코트가 눈에 들어온다. (C)이스탄불(튀르키예), 홍성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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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키프방크 1군 라커룸(위)과 1군 경기장.(C)이스탄불(튀르키예), 홍성욱 기자 |
이스탄불(튀르키예)=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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