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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35) 암흑기에 진입한 한국 여자배구
홍성욱 기자 | 2022.06.07 05:58
2022 VNL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C)FIVB

2022 FIVB(국제배구연맹)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이 첫 주차 경기를 마쳤습니다.

세자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참담한 성적표를 손에 들었습니다. 일본, 독일, 폴란드, 캐나다에 차례로 패했습니다. 그것도 모두 0-3 완패였습니다. 4패를 기록하는 동안 세트를 따내지 못한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던 한국 여자배구가 1년 만에 만만한 팀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김연경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연경은 암흑기에 있던 한국 여자배구를 2012 런던올림픽 4강으로 이끈 주인공입니다.

김연경이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한국 여자배구는 큰 발전을 이뤘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낸 이후 국내리그에서도 여자배구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남자부 경기에 앞서 평일 오후 5시 경기를 하던 시절은 옛 일이 됐고, 선수들 연봉도 높아졌습니다. 해외진출 목표를 세울 이유 또한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은 김연경이 뛴 지난해 VNL에서 3승 12패로 16개 참가국 가운데 15위에 머물렀지만 도쿄올림픽에서는 4강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습니다.

반전을 끌어낸 김연경의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라는 간절한 음성이 지금도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도쿄올림픽 이후 김연경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김연경 없는 한국은 공수의 키플레이어인 동시에 코트의 야전사령관을 잃었습니다. 한국을 상대하는 나라들 입장에선 큰 부담을 덜게 된 겁니다.

김연경을 중용하며 2012 런던올림픽을 지휘했던 김형실 감독은 지난 2017년 기자에게 “김연경의 진가는 김연경이 뛰고 있는 지금이 아닌, 김연경이 대표팀에 없을 때 정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연경과 함께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정철 감독은 당시 출국에 앞서 “김연경은 100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한 선수다. 김연경 같은 선수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묵은 취재수첩을 넘기며 김연경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환희의 순간과 우려의 현실 또한 오버랩 됩니다.

한국은 김연경과 함께 중원에서 활약한 양효진과 김수지까지 대표팀에서 물러났습니다. 키가 크고, 노련미를 갖춘 선수들이 한꺼번에 대표팀을 떠나면서 어쩔 수 없이 급진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여기에 부상 선수까지 여럿 생기면서 성인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선수들이 여럿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받아든 참담한 성적표를 그 선수들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모두들 국가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에 합류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의욕 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뿐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입니다. 중요한 건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입니다. 당장 이번 VNL에선 세계랭킹 하락이 예상됩니다. 대회에 앞서 14위였지만 현재는 16위 입니다. 더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9월 월드챔피언십에선 이런 연전연패를 반복해선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선 대한민국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 그리고 여자부 프로 7개 구단이 대표팀 활성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2012년과 2021년 두 차례 올림픽 4강이 지금 여자배구 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 티켓을 따지 못한다면 여자배구 인기는 크게 떨어질겁니다. 위상 또한 하향곡선을 그릴 것입니다. 여건과 환경 또한 나빠질 것입니다. 

결국 대표팀을 위해 배구계 전체가, 배구인 전원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여자배구가 올림픽 무대에서 낙오하지 않고 경쟁 대열에 남아 메달을 바라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 한국 여자배구는 다시 암흑기 초입에 와 있습니다. 힘을 다해 불을 밝혀야 합니다.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 지금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6월과 7월에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짜고 실천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한국 여자배구는 긴 암흑기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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