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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30) IBK기업은행과 조송화가 우물에 빠진 날
홍성욱 기자 | 2021.12.11 12:53
IBK기업은행 배구단 로고(왼쪽)와 상벌위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가는 조송화. (C)KOVO

2021년 12월 10일 서울 마포구 KOVO(한국배구연맹) 대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가 열렸습니다. IBK기업은행 구단의 요청에 따라 소속 선수인 조송화의 ‘성실의무 위반’ 등 사안에 대한 상벌위원회였습니다.

상벌위원회에 출석한 뒤 조송화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길 원했고, 법률대리인은 무단 이탈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다른 질문에는 구단에 문의하라고 하거나 노코멘트한 뒤 성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IBK기업은행 구단 관계자 4명도 상벌위원회 소명에 참석한 뒤 대표로 신임 사무국장이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조송화와는 함께갈 수 없다고 분명히 했고, 무단 이탈 부분은 향후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상벌위원회 결과는 ‘징계 보류’였습니다. 동일구단 내 이해당사자 간의 사안이라 구단내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상벌위원회 위원인 연맹 사무총장이 언급했습니다. 공은 다시 IBK기업은행 구단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제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에 대해 확실한 징계를 내려야 합니다. 그걸 조송화가 납득한다면 상황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고, 납득하지 못한다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합니다. 법정은 최후의 수단이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더불어 이 사태는 이미 구단 내부 문제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는 IBK기업은행이 내부 문제 단속 및 결정에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는 선수 권력이 구단 프런트 및 고위층과 굵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느 정도까지는 용인될 수 있고,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섞여 있기도 합니다.

단, IBK기업은행은 유별났습니다. 프런트와 구단 고위층이 선수 권력을 지지하고 대변했습니다. 때로는 선수 권력을 이용했습니다. 감독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고, 감독을 지지하는 프런트와 스태프의 힘도 쪼그라들었습니다. 초대 이정철 감독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경질됐습니다. 일부 선수들이 반대했고, 프런트가 이를 수용했습니다. 컨설팅이라는 절차가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2대 김우재 감독은 임기를 채웠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역시 일부 선수들의 반대로 재계약에 실패했습니다. 프런트 또한 이들 편이었습니다. 3대 서남원 감독도 일부 선수 권력과 프런트의 조합에 결국 경질됐습니다. 이것이 IBK기업은행 구단 역사입니다.

최근 상황을 좀더 자세히 살피자면 조송화는 서남원 감독의 훈련 및 지도방식에 불만을 품고, 감독의 말에 대답 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11월 13일 훈련 상황입니다. 결국 팀을 이탈하면서 감독에게는 이유도 말하지 않았고, 구단에게만 일부 얘기를 전했습니다. 배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당시 구단관계자가 확인했습니다. 이후 김사니 코치도 팀을 이탈했습니다.

여기까지 상황은 무단이탈이 아닙니다. 무단이탈은 아무도 모르게 나간것이고, 이 두 사람은 선수단 책임자인 감독에게 이탈을 직간접적으로 인지시켰고, 구단과는 의견조율이 있었습니다.

당시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를 두둔하고 지지하는 프런트를 통해 이탈은 포장 절차를 거칩니다.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의 이탈은 월요일인 11월 15일 18시경부터 90분 가량 행장 보고로 이어졌고, 이후 행장의 원상복귀 지시로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는 16일 페퍼저축은행전에 구단 차량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경기가 IBK기업은행의 승리로 끝난 이후 두 사람은 선수단 버스가 아닌 다른 차량으로 이동했고, 감독 및 선수단이 기흥 숙소에 도착했을 때 이들은 없었습니다. 재이탈입니다. 이 부분은 무단이탈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 직후 모두가 함께한 종례에서 다시 나가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는지는 구단이 조사해 언론에 밝혀야 합니다. 이게 무단이냐 아니냐의 핵심입니다.

사실 중요한 건 이탈 여부입니다. 무단이탈 여부는 차후 얘기입니다. 선수와 코치가 팀 유니폼과 배지를 내려놓고 나갔다는 건 상황 종료를 의미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 상황에서도 IBK기업은행은 김사니 코치와 조송화를 두둔하려 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는 가운데 IBK기업은행은 11월 21일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경질하면서 조송화에 대해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어정쩡하게 언급 했고, 김사니 코치의 사의를 반려하고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감독대행으로 임명했습니다. 임명 사실을 보도자료로 발표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김사니 코치가 이탈 없이 버텼다면 지금 감독일 것이고, 조송화도 자연스럽게 복귀 했을것입니다. 하지만 ‘이탈’이라는 치명적인 판단미스로 인해 지금 배구계에 발을 붙일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지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조직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만일 해결의사가 있다면 당시 조송화나 김사니 코치, 혹은 둘 중 한쪽이라도 대변하고 뜻을 함께 한 모든 인원에 대해 철저히 가려내고 징계를 해야 합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징계해야 합니다. 이를 하지 않는다면 이 사태는 종결되지 않습니다. 뼈를 깎는 아픔이 수반될 것이고, 조직의 잔인함 마저 깃들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방법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나머지 길은 막혔습니다.

오히려 덮으려 할수록 IBK기업은행 사태는 더 커집니다. 더 잔인한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조송화는 선수 복귀를 희망했지만 이는 개인의 희망일 뿐입니다.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와 함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고, V-리그 나머지 6개 구단 관계자도 스포츠타임스의 문의에 조송화 영입 의사가 결코 없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조송화가 선수로 뛰겠다면 V-리그가 아닌 다른 무대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IBK기업은행은 김사니 코치에 대한 징계도 해야 합니다. 사의 수용으로 마무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코치의 이탈을 사의 수용으로 처리하는 건 스스로 국책은행의 길을 포기하는 겁니다.

또 하나 김사니 코치가 서남원 전 감독에 대해 언급한 '폭언' 부분도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합니다.

또한 IBK기업은행은 김사니 코치의 잔여연봉 문제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고, 큰 물의를 일으키며 팀을 떠난 상태인 김 코치의 영구결번 지속여부도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지금 IBK기업은행과 조송화의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김사니 코치 또한 연관돼 있습니다. 여러 프런트와 스태프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일은 분명히 매듭을 지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면 더 힘만 들고 나중에는 모두 무너집니다.

지금은 IBK기업은행이라는 조직이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배구단도 살 수 있습니다.

2021년 11월 10일 IBK기업은행과 조송화는 우물에 빠졌습니다. 아직은 깊지 않습니다. 팔을 뻗으면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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