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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 공인 최고 세터’ 한선수 “나는 이제 시작이다”
홍성욱 기자 | 2021.06.23 09:50
한선수. (C)KOVO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세터 한선수(대한항공)는 수확의 시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22일 경기도 용인시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난 한선수의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났다.

현재 한선수는 재활중이다. 지난 5월 왼쪽 대퇴골 연골 미세 손상을 다듬는 수술을 받았다.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재활을 통해 코트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한선수는 “연골 손상 부위에 통증이 생겨 정리했습니다. 많이 좋아졌고, 천천히 회복할 생각입니다. 요즘 오전에는 재활을,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고, 자전거를 타면서 보강훈련을 하기도 합니다”라고 현재 상황을 말했다.

오는 8월 14일부터 의정부에서 시작하는 컵대회 출전 여부는 임박해서야 결정될 예정.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게 한선수와 구단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선수의 기억 속에는 아직도 지난 시즌 통합우승의 여운이 자리하고 있다. 2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선명하다.

한선수는 “저나 우리 선수들 모두 이루고 싶었던 목표였습니다. 조금 오래 걸렸죠. 사실 시즌 동안 용병도 부상으로 교체됐고, 처음부터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라운드를 소화하면서 선수들이 뭉쳤죠. 그래서 의미가 있었고, 우승까지 했기에 더 기뻤습니다”라고 말했다. 표정 변화 속에서 당시의 기쁨이 슬쩍 비쳤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 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는 질문에 한선수는 쿨하게 인정했다.

그는 “저도 챔프전에서 그렇게까지 힘들게 갈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확실히 챔프전은 변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실력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지만 부담감이 작용하니 특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경험이 있는 (곽)승석이나 (정)지석이는 평소 실력의 50%도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돌아봤다.

평소 국내 최고 리시브 라인인 곽승석과 정지석이 있다는 점은 한선수에게 큰 힘이었다.

한선수는 “승석이는 리시브도 있지만 뒤에서 수비가 큽니다. 정규리그는 승석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지석이는 지석이만 가진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걸로 흥을 내죠. 자신감도 있는 선수입니다. 멘탈만 조금 단단해지면 훨씬 좋아질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에 앞서 챔피언결정전을 한선수 위주로 다시 봤더니 엄청나게 뛰어다니며 토스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정규리그와는 달랐다. 그에게 다음 시즌 챔프전에 진출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물었다.

잠깐 생각에 잠긴 한선수는 “한 번 (어려움을)겪었으니 다시 겪는다면 이겨내는 게 좀더 쉽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제 자신에게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기량이 무르익은 한선수에게 세터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언지 물었다.

한선수는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라고 지체 없이 답했다. 이어 “본인이 흥분하지 않고, 같은 페이스로 경기를 끌까지 끌고 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세터는 경기 중심을 잡고 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물론 경험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 중에도 그런 요소를 가진 선수가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많은 것을 이룬 한선수에게 현재 선수 생활은 어디쯤 와 있는지 물었다. 이번에도 대답은 바로 나왔다.

한선수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 이루는 단계죠. 더 즐겁게 동료들과 배구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수확의 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몇 초 정적이 흐르자 한선수가 말을 이었다. “아직 체력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치지만 않으면 될 것 같아요. 지금처럼 팀에 기여할 수 있게 가려고 합니다. 은퇴도 팀에 기여하는 상황에서 하고 싶습니다. 은퇴하는 그 날까지 꾸준한 선수로 남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토스에 대한 변화도 궁금했다. 신인 때와 현재 상황 토스 변화를 한선수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그는 “토스 변화는 분명 있습니다. 신인 때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모든 면에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커졌죠. 지금은 들어가서 많이 뛰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담감이 많이 줄었습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한선수는 속공을 즐겨쓰는 세터다. 상대 블로커를 제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센터 선수들의 변화로 한선수 또한 고민이 많았다.

그는 “지난 시즌은 시즌 중에도 속공수와 많이 맞췄습니다. 특히 (조)재영이는 세터를 하다 센터로 포지션을 바꿨기에 처음에는 리듬이 맞지 않았죠. 아무래도 느리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각을 좀 했어요. 제가 고정관념을 가진 것 같았죠. 기존 센터 선수들과 똑 같다고 생각하고 기존 센터 스타일에 맞춰가려고 했습니다. 시즌 후반부에는 잘 된 것 같아 수확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조재영과의 호흡을 언급했다.

최근 3년 사이 대한항공은 세 번째 사령탑이 지휘봉을 들고 있다. 박기원 감독에 이어 산틸리 감독이 1년 동안 팀을 이끌었고, 현재는 토미 감독 체제다. 한선수는 “세 분 스타일이 확연히 다릅니다”라며 슬며시 미소를 보였다. 달라도 너무 다른 때문이었다.

그는 “박기원 감독님은 거의 맡겨 주시는 스타일이고, 산틸리 감독님은 모든 걸 다 콘트롤하려는 스타일입니다. 토미 감독님은 많이 경험하지 못했지만 코트안에서 시끄럽게 대화하고 사인하는 걸 강조합니다. 기존 틀을 깨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배구와 조금 다른 걸 시도하려는 것 같습니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새 시즌 새 외국인선수와 함께 한다. 호주 출신 링컨 윌리엄스가 7월 중 합류한다. 한선수는 “우리 선수들이 새 감독님과 새 외국인선수에 맞춰가면 문제는 없을 겁니다. 링컨 선수는 대표팀 때도 잠깐 봤던 기억이 있어요. 영상을 보면 작아보이기도 하지만 2미터 신장입니다. 스윙이 느린 것 같아도 공이 묵직하게 들어갑니다. 왼손잡이라는 점도 강점이죠”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선수는 대한항공 원클럽맨이다. 이적을 생각해본적도 없다. 그는 “팀이 저를 만들어 준 부분이 있습니다. 저도 팀에 예의를 갖추고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팀을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선수 이후 지도자에 대한 구상을 물으니 한선수는 “나이를 먹으니 지도자 관련 질문이 늘어나네요”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면서 “아직은 선수생활에 집중하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있다. 딸 셋 아빠다. 코로나 상황 이전에는 훈련장에도 자주 찾아왔고, 경기장은 단골이었다. 딸에게 배구를 시킬 생각이 있냐고 물으니 한선수는 “없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셋 중에 누구라도 자기가 좋아서 배구 혹은 다른 스포츠 종목을 하겠다고 한다면 딸의 인생을 밀어줄 생각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량이 만개한 최고 세터이자 가장인 한선수. 그는 오늘도 멘탈을 가다듬으며 재활에 열중하고 있었다. 새로운 모습으로 코트에 설 한선수가 기대되는 이유 또한 분명해졌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용인=스포츠타임스]

토스하는 한선수. (C)KOVO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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