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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왼쪽)과 IBK기업은행 김우재 감독. (C)KOVO |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을 축약한다면 ‘진흙탕 승부’다. ‘막장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일 인천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는 흥국생명이 에이스 김연경의 하드 캐리 속에 리시브와 블로킹 우위를 보이며 IBK기업은행에 3-1 완승을 거뒀고, 22일 화성에서 열린 2차전은 IBK기업은행이 김하경 세터 카드를 들고 나와 오더 싸움까지 압도하며 3-1 승리를 가져왔다.
이제 시리즈는 마지막 3차전을 남기고 있다. 24일 오후 7시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경기가 시작된다. 오늘 경기가 끝나면 승자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26일부터 GS칼텍스와 5전 3선승제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반면, 패자는 시즌을 최종 3위로 마무리 한다.
과연 두 팀은 어떤 승부를 준비하고 있을까.
홈으로 돌아온 흥국생명은 2차전 패배의 아쉬움을 지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1차전 승리의 기억을 되살려야 하는 순간이다. IBK기업은행은 2차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1차전을 패하고도 챔프전에 진출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기회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몸 상태가 체크포인트다. 김연경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체력도 떨어진 것이 사실. 특히 2차전 4세트 18-15 리드 상황에서 상대 김희진의 공격을 블로킹 하다 오른손 손가락 통증을 느꼈다. 병원 검진 결과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통증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현재 김연경은 오전 코트적응 훈련에 참여했다.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브루나의 활약 여부 또한 중요하다. 이 선수가 어느 정도를 해줄 것인지는 좀처럼 예상이 되지 않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때로는 기대 이상이고, 때로는 실망스럽다. 이 부분이 흥국생명 벤치에서도 경기를 풀어내기 힘든 부분이다.
지난 2차전 4세트가 단적인 예다. 16-11 리드 상황을 지키지 못한 건 브루나의 더블 콘텍 범실이 큰 영향을 줬다. 듀스 상황에서 브루나의 서브 때 박현주를 기용한 부분 또한 브루나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박미희 감독은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박현주를 갑자기 서버로 투입했다. 대단한 모험을 걸었다. 박현주는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 서브 컨디션이 시즌 내내 올라오지 못했고, 특히 2차전은 계속 웜업존에만 있다가 갑자기 투입되며 결국 범실을 했다. 기용 자체가 불안하게 느껴졌다. 이 부분 역시 브루나의 실력에 대한 의문에서 기인한다.
흥국생명은 1차전 블로킹에서 13-4 우세를 점했지만 2차전에선 6-10으로 밀렸다. 서브에서도 1차전 6-4 우위에 비해 2차전은 2-9 열세였다. 리시브 효율 또한 1차전 30%로 상대 17.9%에 앞섰지만 2차전은 23.4%로 낮아졌다. IBK는 25.7%로 올라왔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마땅히 준비할 카드는 없다. 여전히 김연경에 의존해야 하며, 여전히 브루나가 잘해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주아와 김채연 카드가 잘 버텨주기를 바라고 있다. 2차전 3세트와 4세트는 노련하고 빠른 김나희가 가동됐다. 간헐적으로 좋은 모습이었고, 경기를 읽는 능력에서는 에너지를 줬다. 단, 높이가 낮아졌다는 부분은 고민거리였다.
도수빈과 박상미의 리베로 라인 또한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리시브 동선이 꼬이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 수비 때는 임기응변 능력 또한 요구된다.
뭐니뭐니해도 레프트 김미연이 듬직하게 버텨줘야 경기를 풀어낼 수 있는 흥국생명이다. 김미연이 얼마나 짐을 들어줄 수 있느냐에 따라 나머지 선수들이 수월해진다. 팀 또한 승리와 가까워질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1차전 패배 이후 2차전에서 김하경 선발 투입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부분이 이번 시리즈의 백미로 꼽힌다.
김하경이 투입되면서 조송화 세터 체제로 준비했던 흥국생명은 일대 혼란이 왔다. 여기에 오더 싸움도 완벽한 승리였다. IBK기업은행은 김하경을 3번 자리에 배치했다. 흥국생명 브루나와 맞물리게 한 것. 이는 라자레바와 김연경이 맞상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IBK기업은행에 유리한 그림이었다.
흥국생명은 1차전 1세트에서 김다솔 1번 김연경 6번으로 포메이션을 정했다. 예상한 바였다. IBK도 1차전은 조송화 1번, 김희진 6번으로 나섰다. 경기가 잘 풀린 흥국생명은 1차전에서 오더 변경이 없었고, 2차전 1세트 선발 오더도 그대로 였다.
IBK기업은행은 이 부분을 파고 들었다. 세터를 바꾸면서 김연경과 라자레바를 붙였다. 이는 1세트 25-6이라는 플레이오프 최다 점수차 기록으로 귀결됐다.
2세트가 되자, 흥국생명은 김다솔을 3번으로 옮기면서 김연경을 2번에 배치했다. IBK기업은행은 이 수 또한 읽고 있었다. 김하경을 2번에 두고 라자레바와 브루나를 붙여 승부를 보려 했다. 이 구도는 흥국생명에 불리하지 않은 카드다. 하지만 1세트 분위기를 압도한 IBK는 2세트도 25-14로 따냈다.
3세트. IBK는 2세트 포메이션을 유지한 반면, 흥국생명은 김다솔 5번, 김연경 4번으로 변경했다. 결과는 흥국생명의 25-20 승리였다.
4세트. 두 팀 모두 자리를 바꿨다. IBK는 김하경 1번, 라자레바 4번으로 나섰고, 흥국생명은 김다솔 3번, 김연경 2번이었다. 승부는 듀스 끝에 가려졌다.
1차전 오더 싸움에서 흥국생명이 판정승을 거둔 반면, 2차전은 1세트에서 IBK기업은행이 완승을 거뒀다. 이후 두 팀 모두 변화를 통해 포메이션 대결을 펼쳤다.
오늘 또한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흥국생명은 브루나를 라자레바와 붙여 블로커로 높이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1차전 승리의 원인은 브루나가 상대 라자레바의 백어택 2개를 잡아낸 것이었다. 브루나가 라자레바의 전위 공격을 차단한다면 효과는 두 배가 된다.
IBK기업은행은 라자레바와 김연경이 맞물리게 하면 유리하다. 김연경이 공격도 버거워지고 블로킹까지 체력소모가 늘어난다.
단, 이럴 때 IBK 라자레바의 의지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라자레바는 1차전 패배 후 자존심이 구겨졌다.
2차전은 경기 전 위밍업 때부터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스윙 스피드가 달라졌다. 경기 전 6라운드 MVP 시상식이 열려 미소를 지은 라자레바는 맹폭으로 화성 홈경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하경 세터와의 호흡도 괜찮았다.
하지만 1차전 설욕으로 개인적인 의미를 달성한 라자레바가 3차전에서 어느 정도 의지와 활약을 보여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나머지 선수들의 의지와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승부 또한 세트 마다 반전이 있을 수도 있어 더욱 흥미롭다. 1세트와 2세트를 완벽하게 따내도 3세트 반전이 나오는 것이 두 팀의 플레이오프 양상이다. 세트가 변하면서 다시 0-0으로 출발하는 점이 이렇게 작용하고 있다.
과연 어떤 승부일까. 오후 7시가 기다려진다. SBS스포츠가 현장 생중계한다. 네이버스포츠를 통해 웹과 모바일로 볼 수 있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팀이 오늘 밤 가려진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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