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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 벤치에서 환호하는 선수들. (C)WKBL |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2019 박신자컵이 8월 31일 막을 내렸다.
지난 2015년 속초에서 시작된 박신자컵은 2017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속초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당초 일본과 대만 팀까지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이 참가하지 않게 되면서 대만도 출전의사를 접었다.
결국 국내 6개 구단과 인도네시아 대표팀, 여기에 대학선발팀과 실업농구 김천시청이 함께 했다.
대외적인 환경은 썩 좋지 못했다. 우선 체육관 상황이 열악했다. 냉방도 임시로 설치해 가동했고, 전광판도 임시로 가져와 한 쪽 면에만 부착했다. 보조코트가 없어 하프 타임 때는 다음 경기 팀 선수들까지 슈팅 감각을 조율했다. 접근성이 떨어져 관중석은 텅텅 비었고, 모기떼가 체육관에 날아 들어 선수들의 팔다리에는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하지만 코트 안의 열기 만큼은 정규시즌에 뒤지지 않는 뜨거움으로 가득했다. 특히 대회 마지막날인 31일 3-4위전과 결승전은 여자농구의 묘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먼저 열린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3-4위전은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승부 끝에 KB가 69-68로 승리했다.
3쿼터까지 KB가 57-45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우리은행은 4쿼터 김소니아의 폭풍 16득점을 앞세워 종료 6초전 68-68 동점을 만들었다.
KB가 마지막 공격에서 김진영이 종료 2초전 파울을 얻어내 자유투를 얻었지만 1구와 2구를 모두 실패하면서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 때 황지선 부심은 우리은행 최규희가 먼저 움직였다며 휘슬을 불어 김진영에 추가 자유투를 부여했고, 이를 김진영이 성공시키며 경기는 KB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최규희는 눈물을 흘렸고, 경기 후 심판실의 분위기도 삼엄했다. 현장 농구인들은 휘슬을 불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상당히 과감한 휘슬이었다는 반응도 보였다. FIBA(국제농구연맹) 주관 대회에서도 경기 종료 1분 이내 접전 상황에서는 파울 및 바이얼레이션에 대해 확실한 구분이 되는 동작만 휘슬을 부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랬다. 이 휘슬의 영향은 최규희에게 아픔을 떨치고 일어서야 하는 과제를, 황지선 부심에게는 심판의 역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어 열린 KEB하나은행과 BNK썸의 결승전은 2차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이 펼쳐졌다. 4쿼터 종료 13초 전까지만 해도 BNK가 69-66으로 3점을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아라가 3점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얻은 자유투 3개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어렵사리 동점을 만들었다.
BNK는 이어진 공격에서 종료 3초를 남기고 구슬이 자유투를 얻었지만 1구와 2구를 모두 놓치며 경기는 결국 연장으로 향했고 2차 연장 혈투 끝에 KEB하나은행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BNK는 자유투 1구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부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처럼 이번 대회 마지막 날 3-4위전과 결승전은 몇몇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경기로 남게 됐다.
그리고 한 가지. 여자프로농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두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은 극소수 관중과 구단 관계자, 그리고 취재진 뿐이었다. 하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수백 아니 수천 관중이 모여든 느낌이었다.
온전히 코트에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양쪽 벤치에서 나오는 함성이 체육관을 뒤덮었고, 코트에서 선수들이 주고 받는 얘기도 관중석까지 전달됐다.
벤치에서 지르는 격려의 함성 사이로 작전타임이나 선수교체 때 간간이 찾아오는 적막함 또한 반가웠다. 다시 집중하기 위한 짧은 휴식이기도 했다.
오는 10월 19일에는 여자프로농구 2019-2020시즌이 개막한다. 불과 40여일이 남았다. 6개 구단 선수단이 마지막 시즌 준비에 돌입하는 사이 사무국은 개막전과 시즌 준비 마무리에 들어간다.
이번 박신자컵은 농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즐거움을 줘야 하는지를 일깨워줬다.
장내 아나운서도 없었고, 응원단장이나 치어리더도 없었다. 앰프에서 증폭돼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귀를 찢는 음악소리나 응원유도도 없었다. 오로지 박수와 함성만이 체육관에 있었다. 주인공은 코트 위에 있는 선수들 뿐 시선을 돌리게 하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었다.
농구 팬들이 원하는 건 ‘기억에 남는 공정한 승부’다. 봄부터 가을까지 하루하루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이 코트에서 보여주는 결실을 보고 싶은 것이다.
오로지 ‘선수’만이 주목받고, 빛나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겨줬다는 점에서 이번 박신자컵이 일깨워주는 의미는 무겁게 다가온다. 농구 인기의 회복도 결국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경기력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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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K선수들이 함성과 간절함으로 벤치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다. (C)WKBL |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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