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배구 V리그
‘과정과 결과 사이’ 한국여자배구 앞에 놓인 당면 과제
홍성욱 기자 | 2019.08.28 14:51
라바리니 감독과 한국 선수들. (C)아시아배구연맹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한국여자배구는 지금 과도기에 있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의 인기는 리그 창설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대표팀의 전력은 인기와 정비례 그래프를 그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자배구는 김형실 감독이 이끈 2012 런던올림픽에서 4강에 진출하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후 이정철 감독이 이끈 2016 리우올림픽에선 8강에 만족해야 했다. 예선 첫 경기에서 일본에 승리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력과 성적 면에서 4년 전에 비해 특별히 나아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현재 대표팀은 이탈리아 출신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은 아직 따내지 못한 상태다. 

라바리니호의 출범은 시작 당시부터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선진 배구, 세계적인 흐름과의 접목을 통해 대표팀 전력 극대화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실제로 훈련 과정에서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 없이 원점에서 출발한 점, 리딩블로킹을 통해 상대 모든 공격수에 대비하는 점, 리시브를 살짝 높게 올리며 후위 공격자들이 준비 시간을 갖도록 하며 공격수를 늘린 점 등은 한국 배구가 장착해야 할 무기임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장착될 것인지 여부였다.

지금의 상황에서 최근 몇 달 간을 돌아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라바리니 감독은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을 통해 1차적으로 한국 선수단 파악에 나섰다. 주요 선수들이 순차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성적보다는 전력 향상과 전술 지도에 주안점을 뒀다. 

한국은 VNL에서 3승 1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3승 중 보령에서 거둔 2승은 상대 주전 선수가 일부 혹은 대거 빠진 상황에서 거둔 승리였다. 하지만 팬들은 비난 보다는 격려를 통해 변해가는 대표팀을 응원했다.

지난 5일 대표팀은 2019년 가장 중요한 승부를 펼쳤다. 러시아와의 도쿄올림픽 대륙간예선전 최종전에 나섰던 것. 대표팀은 1세트와 2세트를 따낸 뒤, 3세트 22-17 리드를 가져가며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다. 파이널세트 11-9 리드 역시 지켜내지 못했다.

이후 대표팀은 쉴 틈도 없이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피로가 누적된 한국은 20세 이하 선수가 주축인 일본에 패하며 최종 3위를 기록했다. 

일본전 패배는 결국 한국 배구의 현주소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크가 크고, 커리어가 많이 쌓인 선수들끼리 뭉쳤음에도 키가 작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어린 선수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점은 분명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부분이었다. 

벤치 운영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었다. 대륙간예선전 러시아전과 아시아선수권 일본전 모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라바리니 감독이 상대 상승 흐름 또는 추격해 올라오는 흐름을 조기 차단하지 않고 충분히 지켜본 뒤 작전타임을 부르는 부분은 스타일을 떠나 아쉬운 대목이었다. 

작전 시간에 연이어 뚫리는 코스에 대한 확실한 지시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 역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일본전에서 한국은 상대 에이스인 이시카와 마유를 차단하지 못했다. 

173cm 단신인 이시카와에 10cm 이상 큰 블로커 2명이 따라 붙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전 대표팀이었다면 아예 이시카와 앞에 블로커 2명이 상주하고, 다른 쪽을 내주거나 수비로 막는 전략을 취했겠지만 현재 대표팀은 상대 토스를 보고 블로킹이 움직이는 전략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아직은 이 전략이 완성단계가 아닌 과정 속에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앞으로도 변칙적인 전략을 쓰거나, 기존 패턴을 경기 도중에 바꿔 역으로 찌르는 상대를 만나면 대처 능력 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팀은 오는 9월 1일 다시 소집돼 훈련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맹활약의 주역 박정아가 합류한다. 세터 이다영도 다시 대표팀에 복귀한다. 

한국은 오는 9월 14일부터 29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19 FIVB여자배구 월드컵에 참가한 뒤, 2020년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별 예선전에서 마지막으로 올림픽 티켓에 도전하게 된다. 티켓을 놓고 태국과 맞대결이 예상된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라바리니 감독은 자신의 배구 스타일을 계속 대표팀에 심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 때 많은 적응력을 보이고 있지만 실전에선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열 번 경기에 나와 한 번 잘하는 선수가 그 수치를 두 번으로 늘리기까지는 엄청난 훈련과 의지가 필요하다. 지금 대표팀도 그 과정속에 있다. 

우리가 맞서야 하는 태국은 키가 작아 블로킹이 낮지만 단점을 수비로 커버하는 팀이다. 우리의 약점 또한 잘 파고든다. 눗사라라는 걸출한 세터도 있다. 

한국은 이에 대비한 전략이 절실하다. 특히 리시브 효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속공과 다양한 패턴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김연경과 이재영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여자배구는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나타나면서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냈다. 지금은 김연경이 30대로 접어들면서 대체 선수들이 짐을 나눠져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은 어둡고,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행 프로 6개 구단 체제에서도 고등학교 졸업자 만으로는 선수수급을 감당하지 못했다. 외국인선수가 공격을 주로 하고, 국내 선수들은 보조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현실. 

최근 7구단 창단을 주도한 세력은 아시아쿼터제도를 들고 나왔다. 현재 선수수급으로는 프로 7구단 경기력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결국 지금 과도기의 해법은 투트랙 전략이다. 하나는 라바리니 체제의 대표팀이 성과 없이 과정속에서 헤매더라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배구 활성화를 통해 제2, 제3의 김연경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제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4 파리올림픽 때는 개최국이 아닌 일본과도 티켓 경쟁을 해야 한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금은 시간이 필요한 과도기다. 새로운 배구로 변화를 시도하는 대표팀에는 지원을, 그리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배구에는 강력한 지원을 통해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실행되지 않는다면 한국여자배구는 긴 암흑기에 빠질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성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