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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장윤희, 선수 때보다 더 떨렸던 딸 이윤주의 지명 순간
홍성욱 기자 | 2018.09.20 02:11
딸 이윤주(왼쪽)과 함께 포즈를 취한 장윤희 MBC 해설위원. (C)스포츠타임스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여자프로배구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린 19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오전 11시 행사 시작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베르사이유홀은 정적에 쌓였다.

오른쪽에는 앳된 모습의 고3 선수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려 애를 쓰고 있었고, 그 사이에 6개 구단관계자와 취재진이 자리했다. 왼편에는 학생들을 지도한 감독들과 뒷바라지 해온 가족들이 행사 시작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무리 중간쯤에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장윤희 MBC해설위원이었다. 평소와는 사뭇 표정이 달랐다. 오늘 만큼은 배구인 장윤희가 아닌 중앙여고 세터 이윤주의 엄마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전날부터 마음이 많이 불안했어요. 선수 때도 이렇게 떨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불안한 마음속에 겨우 도착하긴 했는데 막상 딸의 이름이 불리지 않고 라운드가 넘어가니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속이 타들어가는 장윤희 위원의 심정은 고3 선수의 부모로 그 자리에 앉지 않고선 쉽사리 헤아리기 어려웠다. 잠깐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가족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손에 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기만 반복하고 있었다.

2라운드부터 선수 지명을 패스하는 구단이 나오자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지명이 3라운드로 접어들면서 이미 구단의 선택을 받은 선수와 가족의 표정은 밝고 여유가 넘쳤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순간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뚜벅뚜벅 단상을 향해 걸어 나갔다. 마이크 앞에선 이 감독은 “중앙여고 세터 이윤주”를 호명했다.

장윤희 위원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명 직후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어떻게든 윤주가 지명을 받아 들어가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죠. 도전하는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요. 간절했기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난 것 같아요”라며 벅찬 표정을 지었다.

프로팀에 입단하게 된 이윤주 또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윤주는 “계속 이름이 불리지 않아서 마음을 졸이며 있었어요.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죠. 그러다 제 이름이 나오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니 너무 기뻐요”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제 새롭게 적응해야 할 일이 많아지니 걱정도 되지만 들어가서 열심히 하려고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슈퍼스타의 딸이 부담스러웠다는 이윤주는 “엄마가 선수 때 활약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 정말 멋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저를 엄마의 딸로 알아봐주니 부담스러웠어요. 이제 제가 열심히 해서 실력으로 입증 해야죠”라며 다시 한 번 미소를 보였다.

딸을 꼭 안아준 장윤희 위원은 당부도 있지 않았다. “윤주에게 정말 어렵게 기회가 찾아왔어요. 이제 코트에서 뛸 기회가 올 때까지 버텨야죠.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내야죠”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딸 윤주를 응원했다.

다정하게 손을 잡은 딸과 엄마의 귀갓길이 그 어느 때보다 정겨워보였다.

IBK 이정철 감독이 지명 직후 이윤주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C)KOVO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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