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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아(왼쪽)와 어머니 문옥순 씨. (C)양평=홍성욱 기자 |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김보아(넥시스)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3년 투어에 데뷔한지 꼭 5년 만이다.
김보아는 19일 경기도 양평군 더스타휴 골프앤리조트에서 막을 내린 2018 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 위너로 기록됐다. 우승 상금 1억 2천만 원도 품에 안았다.
그의 우승은 고진감래(苦盡甘來) 끝에 찾아왔다. 이렇게 우승이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다. 아니 몰랐기에 참아내며 견딜 수 있었다.
김보아는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였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고,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했던 2011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선 변현민과 공동선두를 이룰 정도로 당찬 플레이를 펼쳤다. 연장 승부 끝에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프로로 전향하면 머지않아 우승 대열에 오를 것으로 많이 이들이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우승은 손에 잡힐 듯 비껴갔고, 해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은 떨어졌다. 그래도 김보아는 외롭지 않았다. 곁에 늘 어머니 문옥순 씨가 있었다.
김보아는 우승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저랑 달라요. 여장부(女丈夫)세요. 항상 우승할 수 있다고 말씀하세요. 들을 때마다 와 닿지 않았지만 우승하고 보니 그런 말씀 덕분에 오늘이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까지와 달리 올해는 어머니께서 제가 말하는 걸 다 들어주셨어요.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우승 직후 눈물이 날 것 같아 참았어요”라고 덧붙였다.
김보아의 우승 인터뷰가 끝난 뒤, 클럽하우스에서 어머니 문옥순 씨를 만났다. 눈가가 촉촉했다. “딸이 우승하는 감격의 순간을 지켜봤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네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딸을 13년 동안 동행하며 묵묵히 뒷바라지한 문옥순 씨의 기쁨은 엄청난 크기였다. 그 몇 배의 고충을 이겨냈기에 찾아온 희열이기도 했다.
문 씨는 “내 딸이지만 뒤떨어질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긍정의 마인드를 계속 심어줬죠. 사실 저도 투어를 5년째 따라다니면서 조금씩은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딸을 끊임없이 일으켜 세운 어머니의 집념이 느껴졌다.
사실 모녀는 이번 대회에 임하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주 제주도에서 열린 삼다수마스터스 기간 중에 ‘샷감이 너무 좋지 않다’며 딸이 프로와 통화하는 걸 문 씨가 듣게 된 것. 3시간 동안 고민한 문 씨는 딸에게 말했다.
“보아야 네 앞에 다가오지 않은 문제는 미리 고민하지 마.”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찾은 양평은 기회의 땅이었다. 대회 첫 날 김보아는 3언더파 공동 6위를 기록했고, 둘째 날 2타를 더 줄여 5언더파로 공동 2위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최종라운드를 앞둔 저녁. 김보아가 두통을 호소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문 씨의 걱정은 커졌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서 딸은 컨디션을 회복했다. 첫 홀 버디 후, 3번과 4번홀 연속 보기가 나왔지만 6번, 8번, 9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늠름하게 그린을 걸었다.
갤러리 속에서 딸의 플레이를 면밀히 살핀 문 씨는 희망을 읽었다. 전반부보다 후반부에 자신감이 있는 코스였기에 더 그랬다.
김보아는 후반부 두 번째 홀인 11번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다시 집중력을 발휘했다. 13번홀 버디를 시작으로 15번과 16번홀 버디로 이정은6와 공동선두를 이뤘다. 상대는 이미 경기를 끝낸 상황이라 남은 두 홀에서 버디 하나만 잡으면 우승이었다.
딸은 순위와 상황을 모른 가운데 담담히 플레이에 임했지만 어머니는 모든 정보를 알고 지켜봤기에 마음은 타들어갔다. 18번홀 버디를 노렸지만 퍼팅은 지나쳤고, 어렵사리 파를 세이브하며 피말리는 연장전이 시작됐다.
어머니 문옥순 씨의 긴장감 또한 극에 달했다. 한 홀을 도는 짧은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승패의 갈림길에서 김보아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마침내 포효했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김보아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 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 문 씨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4년의 아픔이 우승으로 씻어지는 순간이었다.
이후부터는 모두 처음 겪는 일들이었다. 어머니 문 씨의 휴대폰은 잠시도 쉬지 않고 진동음을 냈다. 축하문자가 쇄도했다. 특히 TV로 딸의 우승을 지켜본 아버지는 홀마다 이모티콘 메시지를 보내며 마음을 공유하더니 우승의 순간 환호하며 통화로 기쁨을 함께했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도 관계자가 문 씨 곁으로 다가오더니 “어머니, 우승트로피 실어야 하니 자동차 키 주세요”라고 하자 문 씨는 환한 미소를 보였다. 우승을 조금씩 실감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문옥순 씨는 더 바빠진다. 5년째 얻어먹기만 했던 우승떡을 주문해 다음 대회 첫 날 참가 선수와 관계자들에게 돌려야 하고, 인사드릴 곳도 찾아다녀야 한다.
딸이 공식 인터뷰에서 “우승 상금으로 제 차를 사고 싶어요”라고 했다고 전하자 문 씨는 “이전부터 차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야죠”라며 크게 웃었다.
문옥순 씨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성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갔어요. 둘 다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였죠. 똑 같은 말이라도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를 수 있죠. 그럴 때마다 아이 마음을 헤아리고 또 헤아리려고 했어요. 결국은 이런 날이 오네요”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애지중지 키운 셋째 딸이지만 승부의 세계에 살기에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는 문옥순 씨. 그의 바람처럼 딸은 견디고 또 견디며 강해졌고, 결국 우승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우승트로피를 싣고 집으로 향하는 모녀의 특별한 귀갓길이 한없이 정겨워 보였다. 딸의 노력과 어머니의 집념이 만들어낸 우승이기에 의미 또한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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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아가 우승 확정 직후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C)KLPGA |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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