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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 통했다’ 김도연의 굵은 눈물에 담긴 ‘가능성 3%의 희망’
홍성욱 기자 | 2022.09.06 01:00
김도연(오른쪽)이 지명 직후 차상현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C)GS칼텍스

“아침 7시 10분 집을 나설 때, 제 마음 속에 프로지명 확률은 3% 정도였습니다.”

경남여고 유틸리티 플레이어 김도연(171cm/OP-OH-MB)은 간단한 짐을 꾸려 서울로 올라오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실낱같은 3% 희망보다 97% 절망이 그를 휘감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며 고3을 보냈지만 올해 경남여고는 전국대회에서 1승도 하지 못했다. 김도연은 위축된 마음으로 서울과 점점 가까워졌다.

드래프트가 열리는 청담동 리베라호텔에 도착하면서 김도연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종일 내리는 빗줄기 또한 어두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행사장인 베르사이유홀에 도착하자 김도연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을 만나면서 손도 잡고 웃기도 했지만 김도연의 긴장감은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었다. 함께 긴장하고 있는 동료들의 상기된 표정만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이윽고 오후 2시가 됐다. 2022-2023시즌 V-리그 무대에 데뷔할 신인선수를 뽑는 드래프트가 시작됐다. 홀 오른쪽에 착석한 16개교 49명 선수 무리 가운데 김도연은 가장 긴장한 표정이었다.

드래프트는 빠르게 진행됐다. 호명 받은 선수들은 벌떡 일어서 단상으로 향했고, 프로 유니폼을 입고 맨 왼편 자리로 옮겨 앉았다.

1라운드, 2라운드, 3라운드에 이어 4라운드 지명까지 마무리되면서 수련선수 지명만을 남겼다. 빼곡했던 선수대기석은 숭숭 구멍이 뚫린 듯 빈자리가 늘었다.

그 때였다. 절친 오유란이 IBK기업은행 지명을 받았다. 오랜 시간 함께 땀흘리며 노력한 친구의 지명에 김도연은 울음이 터져나왔다. 축하의 눈물인 동시에 부러움의 눈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울고 있는 사이,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 ‘경남여고 김도연’을 호명했다. 깜짝놀란 김도연은 정신없이 단상으로 뛰어나갔다.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고 꽃다발도 받았다. 다시 눈물이 눈앞을 가렸다. 이번에는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었다. 3% 희망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프로 지명을 받고 왼편 좌석으로 향하는 그를 맞이한 건 3분 전 IBK기업은행에 지명된 절친 오유란이었다. 바로 옆 자리에 앉은 김도연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눈물을 쏟았다. 푹풍 눈물이었다. 그간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드래프트 직후 김도연은 “저 정말 간절했어요”라며 눈물의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말할 수 없이 기뻐요. 프로팀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몇 차례 김도연의 플레이를 볼 기회가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선수 가운데 가장 간절함이 깃들어있었다. 키는 크지 않지만 점프력은 괜찮았다. 저 정도 의지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뽑았다. 한 번 키워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도연의 간절함을 차상현 감독은 알아보고 있었던 것.

김도연은 중학교 1학년을 마치는 시점에서 배구를 시작했다. 출발은 클럽이었다. 당시 170cm로 장신이었다.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면서 경남여중을 거쳐 경남여고로 진학했고, GS칼텍스에서 꿈을 펼치게 됐다.

김도연은 “배구를 하면서 힘든 순간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래도 아주 조금씩 성장하는 걸 느낄 때마다 한없이 즐거웠습니다. 어쩌면 올해가 배구선수 마지막 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후회없이 코트에 섰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김도연의 어머니는 실업배구 SK에서 활약했던 김선희 씨다. 180cm 키에 승부욕이 대단했던 선수였다.

엄마가 걸었던 길을 상상하며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김도연은 “엄마가 ‘수고했고, 축하해. 가서 더 열심히 해’라고 격려해 주셨어요”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자그마한 가방 하나를 손에 든 김도연은 GS칼텍스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승합차를 타고 청평으로 향했다. 손을 흔드는 그의 얼굴에서 다시 한 번 간절함이 전해졌다.

지명 직후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김도연. (C)홍성욱 기자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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