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농구 WKBL
[여기는 낭트⑨] 낭트에서 거둔 성과, 그리고 과제
홍성욱 기자 | 2016.06.20 05:55
19일 벨라루스전을 마친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 선수들. (C)대한농구협회

[스포츠타임스=낭트(프랑스), 홍성욱 기자] 한국 여자농구가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뤘습니다.

대표팀은 19일 밤 10시(한국시간) 프랑스 낭트 라 트로카디에 메트로폴리탄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이기고 싶은 열망은 드높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14일부터 5위 결정전이 열린 19일까지 6일 동안 무려 5경기를 치렀습니다.

세계 강호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다투는 무대라 경기에 투입된 선수들은 1분 1초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했습니다.

첫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에서 시종일관 앞서다 마지막 순간에 3점슛을 허용하며 69-70으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을 때만 해도 대표팀의 분위기는 절망적이었습니다. 경기에선 이겼고, 스코어에서 진 경기였지만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선수들은 숙소 근처를 산책하며 맑은 낭트의 공기에 잠시 취해보기도 했고, 한국에서 담아온 드라마 영상을 보면서 아픈 기억을 잊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날이 밝아 더 큰 부담을 갖고 나선 15일 벨라루스전은 그야말로 육탄전이었습니다. 지면 당장 내일 아침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4월 25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온 선수들이기에 2경기 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건 결코 용납될 수 없었습니다. 한국은 기어코 66-65로 승리를 거두며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 여자농구는 조별 예선에서 탈락할 거라며 비아냥거렸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실력으로 극복해낸 상황이었습니다.

16일은 꿀맛 같은 휴식일 이었습니다. 오전은 훈련 없이 쉬었고, 오후에는 슈팅 감각을 조율했습니다.

17일 8강전에서 한국은 세계 3위 스페인에게 50-70으로 패했습니다. 스코어를 떠나 세계 최고 수준의 팀과 겨뤄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18일 한국은 패자부활전 4강전에서 난적 쿠바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습니다. 81-62 압승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벨라루스와의 리턴매치였습니다. 이미 한 번 이겼던 상대라 자신감도 있었고, 해법도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니 몸이 무거웠습니다. 벨라루스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지만 ‘높이’라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외부인이 없는 라커룸에선 엉엉 우는 소리가 문틈 사이로 흘러나왔습니다. 미팅을 끝내고 짐을 꾸려 버스로 향하는 선수들의 얼굴을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패배,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대회가 끝난 뒤 찾아오는 허탈함이 뒤섞였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잘 싸웠습니다. 세대교체 상황 속에서 부담감이 컸고, 격려는커녕 못할 거라는 주변의 홀대를 참고 이겨냈습니다.

낭트 현장에서도 대표팀은 외로웠습니다. 다른 나라처럼 단체 응원도 없었고, 벨라루스 처럼 귀화 외국인선수가 뛰지도 않았습니다. 도리어 대표팀을 떠난 언니들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짓눌렀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살아남아 5경기를 치르며 악전고투를 펼친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대표팀의 맏언니 임영희는 훈련 때부터 솔선수범으로 후배들을 이끌었습니다. 양지희와 곽주영 또한 누구보다 먼저 뛰면서 후배들을 다독였습니다. 뒤늦게 합류한 고아라는 묵묵히 훈련에 참여하며 잘 적응했습니다. 동기생 4인방 강아정, 김단비, 배혜윤, 이은혜는 청소년 대표 때 함께 맞췄던 호흡을 이었습니다. 포지션이 바뀐 박혜진과 부상을 이겨낸 이승아는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3점슛에 강점이 있는 강이슬과 골밑을 지킨 막내 박지수는 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이 됐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길들도 있었습니다. 정송희 매니저가 대표팀의 살림을 도맡았고, 함아름 트레이너와 이은주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몸을 돌보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골몰했습니다. 유미예 통역은 1인 다역을 해냈습니다. 이지승 전력 분석 또한 상대팀 경기를 보며 리포트를 만들었습니다.

전주원 코치는 지근거리에서 감독을 보좌했고, 위성우 감독은 홀로 중압감을 이겨내며 새로운 대표팀을 만들어냈습니다.

대표팀은 숙소로 돌아와 낭트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잠을 청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4시간 후인 이곳 시간 20일 새벽 3시(한국시간 20일 오전 10시)면 파리로 향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한국이 8강에 진출하면서 비행스케줄을 급히 바꾸다 보니 낭트에서 파리까지는 비행편을 구하지 못해 버스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월요일 오전이라 교통체증을 감안한다면 파리 공항에 도착하기 전 에펠탑에서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표팀은 분명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센터 박지수의 등장과 더불어 강아정의 활약 역시 다음 국제대회에 더 큰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과제도 생겼습니다. 선수들의 체계적인 몸 관리와 더불어 세계적인 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한다면 세계무대와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낭트는 지금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해가 30분 전에 지면서 서서히 어둠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어느새 밝은 달이 떠올랐습니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미래도 낭트의 달처럼 환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성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존
PREV NEXT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