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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KEB하나은행 염윤아의 ‘꽃 피는 봄’
홍성욱 기자 | 2016.02.19 06:17
염윤아. (C)WKBL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꽃이 피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느 해 어느 계절에 봉오리가 올라와 활짝 펴질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무대다.

부천 KEB하나은행 염윤아에게도 그랬다. 기다림의 시간은 끝 모를 듯 이어졌다. 하지만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했던가. 염윤아의 마음 밭에 2016년 봄 굵은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다.

염윤아는 올 시즌 코트에 나서는 모습이 익숙하다. 지금까지 팀이 치른 30경기에 모두 나섰고, 평균 출전 시간이 24분 43초에 이른다. 평균 득점 4.8점에 리바운드 4.03개, 어시스트 2.1개(16위)를 기록하고 있다. WKBL(여자농구연맹)이 산정하는 공헌도 순위에도 437.45점으로 27위에 자리했다.

염윤아의 활약에 팀은 18승 12패로 2위에 올라있다. 파죽의 6연승 행진도 이어가는 상황. 이런 현실에 그는 미소를 보인다.

염윤아. (C)WKBL

“무엇보다 제가 쓸모 있는 선수라는 게 가장 뿌듯해요. 에이스가 아니더라도 팀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선수이길 희망했거든요.”

염윤아는 숭의여고를 졸업하고 2006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1순위로 금호생명에 지명된 뒤 곧바로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그해 겨울리그와 이듬해 여름리그에 이어 겨울리그까지 세 시즌을 지나는 동안 출전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2007-2008시즌 26경기에 나서 평균 8분 31초를 뛰며 1.92점을 기록했지만 염윤아의 프로생활은 돌연 멈춰섰다.

“무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식스맨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부족했고, 훈련 때 되던 것도 경기 때는 안됐죠. 긴장도 많이 해서 청심환을 먹고 경기에 나설 정도였어요.”

염윤아가 아득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농구를 포기하려 했지만 아버지(염중찬 홍대부고 감독)는 설득했다. 다시 농구공을 들었다. 주중에는 홍대부고에서 남자 선수들과 섞여 훈련했고, 주말에는 동아백화점에서 경기에 나섰다. 전국체전 은메달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그런 염윤아를 부른 건 당시 신세계 정인교 감독이었다. 1년간의 공백 끝에 다시 프로에 왔지만 염윤아의 고민은 해마다 반복됐다. 2009-2010 시즌부터 조금씩 경기에 나섰지만 존재감은 없었고, 자신감 역시 붙지 않았다.

“매년 ‘여기까지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팀에서 계약을 해주시더라고요. 조금씩 연봉도 올랐죠. ‘1년만 더’를 외치며 지금까지 왔습니다”라며 그는 미소를 보인다. 미소 뒤로 복잡한 감정이 읽혔다.

신세계의 해체 이후 하나은행이 창단하면서 그는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팀 성적은 늘 하위권이었고, 출전 시간도 평균 5분 이내였다. 암울한 시간의 반복이었다.

염윤아에게 기회가 온건 박종천 감독이 부임한 2014-2015 시즌 부터다. 박 감독은 염윤아의 근성 있는 플레이에 기용시간을 늘렸다. 주축 선수들의 은퇴와 이적도 기회였다. 특히 수비 때 역할과 리바운드 참여 등 드러나지 않는 기여도를 박 감독이 높이 샀다. 처음으로 평균 13분 26초를 뛰며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이 끝나고 회식을 할 때 신기성 코치가 염윤아를 불렀다. 다음 시즌부터 가드도 겸하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처음에 못한다고 손사래를 친 염윤아에게 신 코치는 먼저 도전해볼 것을 권했다.

염윤아는 올 시즌 1번부터 4번까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한다. 역시 어려운건 1번 자리다. 그는 “1번이 좀 어려워요. 특별히 잘하기 보단 볼을 잘 연결해주고 수비를 잘 하려 하죠. 1번으로 들어가면 상대 가드를 수비하는데 픽앤롤 상황에서 수비가 제일 힘들더라고요. 45도나 탑에서 양쪽으로 오다보니 더 그랬어요. (변)연하 언니가 1번으로 나설 때 제일 애를 먹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패스하면서 만들어주는 건 좋아요. 제 패스를 받아 강슬(강이슬과 김이슬을 구분하기 위한 팀내 호칭)이가 3점슛을 성공시켰을 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올 시즌 팀의 주축이 된 염윤아는 플레이오프에도 나선다. 살 떨리는 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행복한 마음이다.

“목표는 하나입니다. 매 경기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이전에 벤치에서 뛰는 선수를 보다가 요즘은 코트 안에서 벤치를 가끔 보게 됩니다. 더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죠.”

그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지금 자리에 이르렀다. 그래서 앞으로의 농구 인생을 더욱 잘 가꾸어가고 싶다. 농구에 대한 애정도 강렬하다.

“참았더니 희망은 보이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염윤아의 꽃피는 봄이 마침내 찾아왔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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