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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LG 김용일 트레이닝코치① “내 철칙은 선수들과 술을 마시지 않는 것”
홍성욱 | 2015.03.26 09:25



[스포츠타임스=홍성욱 선임기자]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 34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청년기로 접어든 우리 야구는 그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선수들의 몸을 돌보는 트레이닝코치 영역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국내에서 처음 트레이닝코치가 된 LG 김용일 코치. 그는 이 부문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26년 전인 1989MBC청룡에 입사해 LG트윈스의 창단과정을 함께 했고, 현대유니콘스를 거쳐 다시 친정팀 LG로 돌아온 김 코치는 2008 베이징올림픽 때는 대표팀 선수들을 묵묵히 돌보며 금메달에 공헌했다.

시즌을 목전에 둔 쌀쌀한 봄날 잠실야구장을 찾아 김용일 코치를 만났다. 옛날 얘기부터 끄집어냈더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가 이어졌다.

- MBC청룡과 LG트윈스의 교차점 때 야구단에 들어왔다.

“1989시즌이 끝난 뒤였다. 정동에 있는 MBC본사에 가서 계약서를 쓰고 장비를 받았다. 청룡의 마지막 마무리훈련에도 참석했다. 당시 선수들이 김재박, 이광은, 김용수, 김상훈, 김영직 등 지금 보면 레전드급이었다.”

- 그 때 트레이너의 역할은 어떠했나.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선수단은 2군도 없이 1군만 있었다. 트레이너는 2명이었는데 선수들 부상 때문에 있어야 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는 수준이었다. 주로 선수들 마사지를 하고, 때론 아이스박스나 물통도 들고 다니고, 볼도 줍고 그랬다.”

- 미국이나 일본과는 격차가 상당했을 것 같다.

그랬다. 말로만 들었지만 미국과 일본의 수준은 이미 상당했다. 직접 가서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1990년 시즌이 끝난 뒤, 일본 요미우리 트레이너 출신이 외부에서 클리닉을 운영한다기에 백인천 감독님 소개를 받아 한 달 동안 자비로 다녀왔다. 1년 연봉을 다 털어부었다. 사상 최초로 일본에 가보니 치료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배운 것도 많았지만 놀랐던 생각이 더 강하게 남아있다.”

- 미국은 언제 처음 경험했나.

“91년에 이광환 감독님이 오시고 난 뒤, 92년 교육리그를 플로리다 탬파에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스프링트레이닝으로 갔다. 미국 트레이너를 처음 접했는데 깜짝 놀랐다. 미국은 그 때에도 이미 트레이너가 코치와 동일한 지위를 부여받고 있었다. 선수들의 부상 이후보다 예방과 트레이닝을 분업해서 담당하고 있었다. 트레이너실 영역 안에서는 고유권한도 있었다. 감독은 물론 프론트도 트레이너를 상당히 인정해줬다. 이미 그들은 선수라는 구단 최고의 자산 관리에 눈을 뜨고 있었던 거다.”

- 미국과 일본의 시스템을 접목하는 게 과제였을 것 같다.

그랬다. 그 부분이 힘들었다. 90년대 초부터 LG는 일본 주니치와 교류를 많이 했다. 주니치 트레이닝 코치가 한국에 와서 많이 배웠다. 그 때까지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캠프도 일본에 많이 갔다. 2000년에 현대로 옮겼는데 현대는 계속 미국을 갔다. 처음에는 언어가 되는 것도 아니라 힘들었다. 하지만 그 때가 터닝포인트였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메이저 선수들과 함께 시설을 사용하면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당시 호세(현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 코디네이터) 트레이너를 현대가 인스트럭터로 썼다. 그 때 시스템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인가.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이 캠프에 들어오면 체력 테스트(physical examination)를 했다. 트레이닝과 보강 운동도 그에 따라 만들었다. 지금 LG에서 시키는 훈련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미국에서 쓰는 걸 들여온 것이다. 그런데 그냥 들여온 건 절대 아니다. 우리 선수들 몸에 맞게 변형했다. 지금은 일본 쪽보다 미국 쪽에 90%정도 가깝다고 보면 된다. 트레이너가 너무 앞서가면 오히려 선수들과 간극이 생길 수 있다.”

-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트레이닝 코치가 됐다.

현대에서 트레이닝코치직을 제안 받아서 수락했다. 우리나라 시스템 상 코치라는 직책이 필요했다. 감독 코치는 물론이고, 구단과 수평적인 선상에서 일을 하는 게 힘들었다는 걸 느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호칭만 달라졌을 뿐 하는 일은 같다.”

- 요즘 얘기 좀 해보자.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미국에 다녀온 걸로 알고 있다.

“2015시즌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몇 년 동안 128경기와 133경기를 치렀지만 올 시즌부터는 144경기가 됐다. 말이 144경기지 따져보면 훨씬 많다. 캠프에서 연습경기를 10~12경기 치르고 나서 곧바로 시범경기로 이어진다. 이어 페넌트레이스 144경기를 소화한 뒤, 포스트시즌에서 5~10경기를 하면 180경기가 넘어간다. 그런데 경기 수가 늘어난 것보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진 게 더 크다. 분명 대비가 필요했다.”

- 지난 2년 동안 9구단 체제라 브레이크타임이 있었는데 효과가 컸나.

당연히 컸다. 9개 구단 모두 부상자가 많이 줄었다. 우리 LG도 마찬가지다. 그 이전에 정상적으로 쉬지 않고 할 때와 비교를 해봤다. 투수의 경우 2011년과 2012년에 어깨가 아파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가 3명 있었고, 팔꿈치가 아파 빠진 선수가 1명 있었다. 그러나 2013년과 2014년에는 어깨가 아팠던 정현욱 1명 뿐이었다.”

- 데이터를 보니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그렇다. LG는 중간투수 6명이 평균 56경기에 등판했다.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이 나왔다. 선발 5명도 투구이닝 4위다. 그런데도 투수들이 2013년 평균자책점 1위를 했고, 2014년에도 2위를 했다. 사실 많이 등판하지 않고, 부상이 적은 건 의미가 없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 2015시즌 목표는 지난해와 다를 것 같다.

분명히 다르다. 브레이크 타임의 장점이 없어지고, 거꾸로 경기수가 늘어나면서 부상을 최소화 시키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프로그램이 올바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선수들에게 많이 알려주려 한다.”

- 많은 경기를 치러내기 위해 중요한 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스테미너다. 야수는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는 스테미너가 중요하고, 투수 같은 경우에는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스테미너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량만 늘리지 않는다. 웨이트트레이닝을 강화한다. 체계적으로 강화시킨다. 웨이트트레이닝 이전에 러닝을 하고, 복합적인 유산소 운동을 한다. 그럼으로써 선수는 단계별로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 메이저리그와 트레이닝의 차이는 어떠한가.

메이저리그는 5일 운동을 하면 중간에 리커버리데이가 있다. 트레이닝 자체가 워낙 강하다보니 회복을 하고 더 강한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서다. 나 역시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접목을 시도하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은 아직 덜 와 닿는 것 같다.”

- 스테미너는 먹는 것과 관계가 깊은 것 아닌가.

당연히 그렇다. LA다저스를 둘러보고 왔는데 운동할 때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프로틴과 과일, 그리고 식사의 수순이 상당히 높았다. 정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사이다, 콜라, 햄버거, 짜장면, 짬뽕에 오픈돼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라커에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들이 운동에 미치는 영향들을 생각을 못하는 거다.”

- 피자, 콜라, 짜장면, 짬뽕 같은 음식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경기 전에 탄산이나 밀가루 음식을 섭취하면 몸에 가스가 찬다. 몸은 당연히 무거워진다. 실제로 미국 특히 메이저리그를 경험하며 교육 받은 선수들의 눈에는 그런 걸 먹는 선수들이 한심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동료이기 때문에 대놓고 말을 하지 않는다. 트레이너인 나에게 찾아와서는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할 때 사실 부끄러웠다. 그런데 선수를 탓하기 이전에 먼저 지도자나 구단에서 교육을 하고, 시설을 갖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 환경은 그런 음식들을 먹으라고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나 마찬가지다. 사람 몸은 자동차와 같다. 음식은 기름이다. 좋은 승용차에 휘발유 대신 고급휘발유를 넣으면 더 좋은 성능이 나온다. 수명도 늘어난다.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차에 경유를 넣었다. 이제는 휘발유나 고급휘발유를 넣어야 한다.”

- 미국과 한국의 트레이닝 시설 면에서는 격차가 많이 줄었나.

류현진이 있는 LA다저스를 자세히 봤다. 사실 LG도 국내 10개 구단 가운데선 빠지지 않는 훌륭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다저스에는 트레이너실 안에 월풀이 있어 선수들이 수중재활을 할 수 있었고, 경기 후 지친 선수들의 몸을 마치 냉장고처럼 전체적으로 아이스 할 수 있는 장비가 있어 회복에 도움을 줬다. 그 두 가지가 큰 차이였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홍성욱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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