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이대호의 음성은 힘이 잔뜩 들어갔다. 3점 홈런을 터뜨리며 4번 타자의 진가를 발휘한 것도 있었지만 앞 타자를 거른 것이 킬러 본능을 자극했다.
이대호는 16일 경기가 끝난 뒤 스포츠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앞 타자인 우치카와 세이치가 고의4구로 걸어 나가면서 나와 승부가 됐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무조건 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호는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정말 기뻤다. 앞으로는 오늘처럼 내 앞의 타자를 거르지 못할 것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대호의 존재가치를 알리는 한 방인 동시에 팀을 우승권으로 한 발 옮겨놓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소프트뱅크의 4번 타자 이대호는 16일 오사카시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원정경기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2-0으로 앞선 5회초 1사 1-2루 기회 때 이대호는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타석에서 3루 땅볼과 병살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던 이대호는 3번 우치카와 세이치가 고의4구로 1루로 걸어 나가자 자신과의 승부를 선택한 오릭스 선발 니시 유키가 피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기억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와 2구째 볼을 골라낸 이대호는 3구째를 노렸지만 헛스윙을 했고, 4구째는 스트라이트를 흘려보냈다. 그러나 5구째 볼을 잘참아냈다. 6구째와 7구째는 파울볼이었다. 운명의 8구째 니시 유키가 던진 공은 가운데로 몰렸다.
이대호의 킬러본능이 터져나왔다. 정확하게 방망이에 맞은 백구는 교세라돔을 훨훨 날아 최상단 3층 스탠드에 꽂혔다. 외야 스탠드 1층에서 붉은 색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던 소프트뱅크 원정 응원단을 환호케 하는 한 방이었다.
이대호가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을 밟는 사이 오릭스 선발 니시 유키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였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자 결국 마운드로 타카야마 투수 코치가 나와 어깨를 감싸주며 위로했고, 마운드는 알렉산드로 마에스트리로 교체됐다.
사실상 이 한 방에 승부가 갈렸다. 이대호가 승부를 결정지은 것. 소프트뱅크는 선발 오토나리 겐지의 완봉역투를 발판으로 5-0 승리를 이끌면서 2위 오릭스의 선두추격의지를 잠재웠다. 이대호는 3일 만에 시즌 16호 대포를 터뜨리며 시즌 타율 3할 3리를 유지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이대호.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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