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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이스탄불에 두고 온 것
홍성욱 기자 | 2023.05.18 05:26
페네르바체와 엑자시바시의 2023 파이널 2차전. 현장(C)이스탄불(튀르키예)=홍성욱 기자

동양과 서양, 유럽과 아시아의 역사를 동시에 품고 있는 유서깊은 도시 이스탄불.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12시간 비행 끝에 이스탄불 신공항에 도착해 구도심으로 나서면 시원스런 도로가 반겨줍니다. 하지만 이내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답답한 걸음이 이어집니다. 마음이 조급해질 즈음 어렵사리 올라서게 되는 보스포루스대교는 장엄한 절경을 선사합니다. 교통체증의 피로감이 단번에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이어주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내려다보며 지나는 다리 위에서 보내는 1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5월 5일부터 15일까지 11일 동안 이 다리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건너며 숙소와 체육관을 오갔습니다. 다가오는 2023-2024시즌 V-리그 남자부와 여자부에서 활약할 외국인선수를 뽑는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 현장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세계 여러나라 선수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사흘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남자부와 여자부 감독과 코칭스태프, 단장과 프런트가 모두 집결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선수를 선발했습니다. 한 시즌 농사의 절반 이상 비중이 이 기간에 좌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단별 눈치작전도 심했습니다.

흥미로웠던건 이 기간 동안 튀르키예리그 여자부 파이널경기가 이스탄불에서 펼쳐졌다는 사실입니다. 엑자시바시와 페네르바체의 5전 3선승제 시리즈는 한국에서 건너온 KOVO(한국배구연맹) 관계자와 현장 취재진, 그리고 남자부와 여자부 구단 관계자들에게 큰 화제거리였습니다. 대부분이 체육관을 찾아 경기를 직접 관전하며 세계 최고 리그의 정점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특히 2차전 때 보여준 두 팀의 경기력은 남자부 구단 관계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3차전은 여자부 구단 관계자들이 지켜봤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파이널에 진출한 페네르바체와 엑자시바시 구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인 김연경이 뛰었던 구단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 배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연경 더비’라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경기를 보는 내내 눈이 호강했습니다. 강서브와 높은 블로킹, 동시에 3명 혹은 4명까지 공격 준비를 하는 점은 마치 묘기대행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연합팀이 이들과 만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잠시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경기장 분위기도 큰 공부가 됐습니다. 응원단장이나 치어리더가 따로 고용된 것도 아니었지만 음악을 최대한 자제하는 가운데 육성 응원만으로 체육관은 달아올랐습니다.

주심과 부심, 그리고 선심 2명이 장내를 깔끔하게 유지하며 경기를 주관했고, 비디오판독 또한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시리즈는 페네르바체의 3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세계 최고 공격수인 보스코비치가 버티는 엑자시바시도 페네르바체의 연이은 강서브와 높은 블로킹벽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두 팀의 세 차례 접전은 진한 여운 속에 마무리 됐습니다. 같은 시기 이스탄불 땅에서 열린 KOVO 남자부와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도 순차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길. 보스포루스대교는 여전히 위용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다리 위에서 해협을 바라보며 우리 리그와 우리 대표팀이 가야할 길이 떠올랐습니다. 튀르키예 리그가 보여준 인상적인 플레이의 교훈을 우리 모두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이스탄불을 떠나지만 마음 한 편은 두고 갑니다. 취재수첩에 빼곡하게 적어 둔 기록들은 기억을 지배할 것입니다.

페네르바체와 엑자시바시의 2023 파이널 2차전. 페네르바체 팬들의 열띤 응원이 펼쳐지고 있다.(C)이스탄불(튀르키예)=홍성욱 기자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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