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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여자배구 세터 기근 시대
홍성욱 기자 | 2021.03.08 14:28
왼쪽부터 현재 1위팀 흥국생명 김다솔 세터, 2위팀 GS칼텍스 안혜진 세터, 3위팀 IBK기업은행 조송화 세터. (C)KOVO

2020-2021 프로배구를 축약하는 사자성어는 다사다난(多事多難)입니다. 유독 이번 시즌이 길게 느껴집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어려움도 많습니다.

심판 문제로 배구연맹 본부장이 바뀌었고, 학교 폭력 문제가 배구계를 강타하며 이재영과 이다영이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슈는 배구계를 관통해 타종목과 연예계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선수와 구단관계자의 ‘코로나 19’ 확진으로 인해 급기야 남자배구는 중단됐습니다. 지금은 재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자프로배구만 시즌 끝을 향해가는 가운데 최근 경기를 현장 취재하면서 참담한 마음입니다. 경기력이 형편없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여러 원인이 복합됐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세터입니다. 세터는 배구 경기 수준을 결정짓는 첫 번째 요인입니다. 리시브가 잘 됐을 때의 토스, 그렇지 않을 때의 토스로 팀을 조율합니다.

리시브가 잘 이뤄지면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이 확 살아납니다. 세터의 마법 같은 토스를 보면서 감동하기도 합니다.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는 임기응변을 통해 최적의 차선책을 찾는 모습을 봅니다.

세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자신 앞에 오는 공을 받거나 때리지만 세터는 선택하는 자리입니다. 순간적인 판단을 통한 촌음의 선택으로 공격 성공을 끌어냅니다.

현재 여자배구 6개 구단 세터는 1위 팀부터 차례로 흥국생명 김다솔, GS칼텍스 안혜진, IBK기업은행 조송화, 한국도로공사 이고은, KGC인삼공사 하효림, 현대건설 김다인입니다.

6명 모두 한 시즌을 책임질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도 여럿 있습니다. 몸 상태로 인해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이다영(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중이고, 염혜선(KGC인삼공사)은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됐습니다.

6개 구단 백업 세터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이나연(현대건설), 이원정(GS칼텍스), 김하경(IBK기업은행) 정도 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인재 풀이 여자프로배구 세터 전체 전력입니다. 국가대표도 이 중에 선택해야 합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활약한 이숙자와 김사니,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조율한 이효희가 모두 은퇴한 가운데 이후 세터 기근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 사이 이소라와 이재은 등 대표팀 경력이 있는 세터들도 프로무대를 떠난 상태입니다.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세터들 가운데는 유망주 3명 정도가 보입니다. 3학년 1명과 2학년 2명 정도는 프로에서 잘 키우면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세터들의 수준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당분간은 이런 수준의 경기를 계속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방법입니다. 있는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지만 이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과 더불어 실현 가능성이 의문입니다. 

아시아쿼터를 통해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고, 코트를 떠난 실력있는 노장 선수들을 다시 복귀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복귀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시즌이 끝난 뒤 ‘세터 워크숍’을 열어 6개 구단 및 여고부 세터 들을 순차적으로 모아 기량과 기술 향상을 꾀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심각한 상황이기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배구 팬들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열광합니다. 팬이 선수를 좋아하는 건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근간이 되는 건 플레이입니다. 이는 경기력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지금 현실을 보면 심각한 위기 상황이 분명합니다. 배구라는 인기 종목이 경기 수준 하락 국면에 놓여있습니다. 안간힘을 써야 겨우 버틸 수 있는 그런 위치입니다. 

여러 해결책 중에 세터 문제를 먼저 시작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남아 있는 팬들까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합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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