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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는 캡틴’ 정지윤, “이런 여유 처음 맛봐요”
홍성욱 기자 | 2017.06.14 07:53
정지윤. (C)KOVO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GS칼텍스 캡틴 정지윤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배구를 시작한 지 27년 만에 현역 은퇴를 결정한 것.

정지윤은 고향인 충청북도 제천 의림초등학교 5학년 때 주위의 권유로 배구를 시작했다. 배구부가 있는 학교를 다닌 것이 계기였다. 또래 친구들보다 키도 컸다.

시작과 동시에 세터였던 정지윤은 제천여중-고를 거치면서 실력도 자라고 키도 178cm로 성장했다. 프로배구 출범 이전인 1998년 유망주로 실업 흥국생명에 입단하며 활약을 이어갔다.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만나야 했다. 우리네 인생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실업과 프로가 교차하던 2005년 정지윤은 어렵사리 GS칼텍스로 이적했다. 그 때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릴 때죠. 하지만 배구를 계속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GS칼텍스로 이적하면서 정말 기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아요”라고 12년 전을 떠올렸다. 그가 꼽은 가장 즐거웠던 순간 가운데 한 장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적 이후 두 시즌 만인 2007년 정지윤은 프로무대에서 실업무대로 적을 옮겼다. 그리고 수원시청과 양산시청에서 6년을 보냈다. 프로 무대 공백기였지만 정지윤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양산시청에선 성적도 좋았고, 훈련량도 상당했다.

그러던 중 정지윤은 2013년 친정인 GS칼텍스로 복귀했다. 이선구 감독의 요청에 응답한 것. 준비된 정지윤의 활약은 세터 부재의 GS를 견인했다. 동갑내기 절친 이숙자(현 KBSN 해설위원)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고, 후배 이나연 또한 공백기였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지윤의 복귀는 천군만마였다. 결과 또한 달콤했다. 2013-2014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

정지윤은 “그 때 정말 좋았습니다. 다시 GS로 오면서 부담도 컸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우승을 하면서 결실을 맺었지요. 우승의 기쁨도 확실하게 느꼈어요”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선수로 챔프전 우승을 한 건 큰 영광이다. 특히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자마자 실력을 발휘했기에 기쁨은 두 배였다. 하지만 이후 세 시즌 동안 팀 성적은 나오지 않았다. 야심차게 매 시즌을 준비했던 정지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승을 하고나니 꼭 다시 한 번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하기 전에 몰랐던 느낌이 생겼죠.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세상일이 다 그렇지만 정말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정지윤은 그 때부터 시즌을 마칠 때마다 은퇴에 대한 고민을 했다. 장고 끝에 지난 시즌을 마친 직후 결단을 내렸다.

“지금이 적기라 생각했어요. 잔부상은 있어도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나이가 있다 보니 체력적인 문제는 현실이기도 했죠. 또 결혼 생활이 벌써 7년째로 접어들다 보니 가족계획도 세우고 싶었어요.”

솔직한 답변이었다. 지난 2011년 결혼한 정지윤은 친구이자 동기인 이숙자가 현역 은퇴 후 출산했을 때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이 그를 붙잡았던 것.

정지윤은 지금 배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여유를 찾았다. 무얼 하겠다는 뚜렷한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에 섰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배구를 시작한 이후에 이런 여유를 처음 맛봐요. 남편과도 계속 함께 있고, 내조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됐죠. 미래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합니다. 편안한 가운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운동을 하다 안하니 몸은 편한데 살이 찔까 두렵기도 해요. 어제는 광교 호수공원에 나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었어요”라고 함박웃음을 보였다. 정말로 여유로운 일상이었다.

정지윤은 6월 초부터 여성 스포츠리더 교육을 받고 있다. 10주 과정이다. 은퇴선수를 위한 좋은 프로그램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다른 종목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이들과도 교류하며 앞으로의 인생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요즘은 그간 만나지 못했던 분들도 찾아뵙고 있어요. 현역 때는 시즌이나 비시즌이나 정말 틈이 없었거든요. 생소하기도 하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지윤은 늘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주장으로 팀을 이끌면서도 팀의 인화를 잘 이뤄냈다. 그랬기에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삶 또한 기대되는 이유다.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는 선수였던 정지윤. 그가 지금 새로운 인생 출발점에 섰다.

GS칼텍스로 지난 2005년 이적한 뒤 활약하던 정지윤. 당시 동료였던 남지연의 모습도 보인다. (C)KOVO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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