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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본단자 감독의 이불 비유, 그리고 영건
홍성욱 기자 | 2024.01.08 10:17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C)KOVO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소방수로 부임했다. 팀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선수단 파악에도 나섰다. 그리고 한국 배구에도 조금씩 적응했다.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하면서 그가 이끄는 올 시즌 흥국생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온전히 비시즌을 함께했기에 전체적으로 팀의 전술과 전략을 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즌이 반환점을 돌아 4라운드 중반까지 온 시점에서 아본단자 감독은 마무리에 대한 중요성과 압박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7일 광주 원정길에서 흥국생명은 페퍼저축은행에 3-1 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손에 넣었다. 1세트를 내줬고, 2세트 12-20까지 끌려간 상황이었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출발이 좋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텐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2세트 후반에 분위기를 가져오면서 경기를 잡아냈다. 2세트 22-24에서의 집중력이 기적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점 3점을 따낸 걸 빼면 마음에 드는 구석이 별로 없었다. 김연경의 승부처 활약, 레이나의 과감함과 집중력 정도가 위안거리였다.

레이나를 어느 포지션에 기용하는 것이 팀에 가장 좋은 선택인지 물었더니 아본단자 감독은 이불에 상황을 비유했다.

그는 “레이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아포짓스파이커로 나서면 가장 편하게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아웃사이드히터에 선수가 없다. 발이 나올지, 목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불이 온몸을 덮어 포근한 잠자리로 이어져야 하지만 지금은 사이즈가 조금 적다는 의미였다. 결국 아본단자 감독은 쥐어짜내서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 대처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레이나의 포지션도 상황에 따라 다시 변할 수 있다. 

흥국생명은 비시즌 아본단자 감독과 착실하게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부상 선수가 늘어나면서 전력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경기도 나오지 못한 선수가 있다. 이번 시즌 돌아오지 못할 선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터의 토스 스피드가 늦어 공격수들의 파워가 둔화된다는 질문에 아본단자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이전에 선택이 중요하다. 김다솔 세터의 경우 공의 질을 논하기 전에 선택부터 틀렸다. 선택을 잘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우리가 1세트와 2세트에서 풀리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다.

관련된 질문을 하나 더 했다. 팀에 5년 이상, 10년 이상된 선수들이 있지만 실력이 늘지도 않고 배우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신인 혹은 3년차 미만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키울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절대 공감한다.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답했다. 단, 영건 들을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보니 어려움도 있는 듯 했다.

경기 전 사전인터뷰에서도 아본단자 감독은 “주말에 연전을 하는 유럽 리그와 달리 한국에선 나흘 혹은 사흘 텀으로 경기를 한다. 여러가지로 힘든 부분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 리그가 건강해지려면 영건 들을 투입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과 궤를 같이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컵대회가 시즌 직전에 열리니 준비를 더 착실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 영건들의 향상된 기량은 2024-2025 시즌에서 더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경기 비디오판독에 대해 질문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언급했다. 자유발언대 같은 상황이었다.

그는 “오버넷으로 (주심)휘슬이 불리고 비디오판독 결과 오버넷이 아니라는 판정이었다. 당연히 리플레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2세트 첫 랠리를 지칭했다. 이원정의 토스가 오버넷 판정을 받자, 흥국생명 벤치는 오버넷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그 결과 오버넷이 아니라는 결과를 접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이 이원정 세터의 네트터치에 대한 추가 판독을 요청했고, 최종 페퍼저축은행의 득점으로 처리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지적은 오버넷 상황 이후에 발생한 상황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KOVO 강주희 심판위원장은 “오독이다. 주부심과 위원들에 대해 조치를 했다”라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지적은 사실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남은 시즌을 준비한다. 흥국생명은 현재 2위다. 선두 현대건설을 추격하는 동시에 GS칼텍스, IBK기업은행, 정관장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지금은 승리와 승점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흥국생명은 오늘 12일 인천 홈에서 한국도로공사와 만난다. 

아본단자 감독은 "광주는 지난 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와보니 참 좋은 도시다. 그런데 좀 멀다"라고 말했다. 홈에서 좀더 편하게 치르는 다음 경기 준비를 잘하겠다며 미소도 보였다. 모처럼 시원하게 할 말을 했다는 듯 손을 흔들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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