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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해원 감독이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C)FIVB |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8개월 전인 지난해 9월 8일 일본 나고야에서 한국과 중국 대표팀이 맞대결을 펼쳤다.
일본이 4년에 한 번씩 전세계 배구 강국을 초청해 치르는 월드 그랜드 챔피언십 2017 대회였다. 한국은 세계랭킹 10위였지만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해 중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 미국 등과 자웅을 겨뤘다.
하지만 당시 한국 대표팀은 1.5군이었다. 2017 그랑프리대회와 아시아선수권까지 강행군을 펼친 김연경, 김희진, 박정아, 양효진, 김미연, 염혜선 등 6명을 제외하고, 대신 이재영, 이고은, 전새얀, 유서연, 최수빈, 하혜진, 정시영 등이 새롭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첫 경기인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두 차례 듀스 접전을 펼치며 선전했던 한국은 중국을 만나 세트스코어 0-3(14-25, 4-25, 12-25) 완패를 당했다. 특히 2세트는 0-15까지 밀리는 동안, 공격 득점이 이뤄지지 못했다. 어렵사리 상대 범실로 첫 득점을 올릴 정도로 높이에 대한 확실한 벽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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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지가 상대 공격을 막아서고 있다. (C)FIVB |
당시 한국팀은 최장신이 김수지(187cm)였지만 중국은 2016 리우올림픽 우승 멤버가 대부분 나섰다. 에이스 주팅(198cm)를 비롯, 190cm대 후반과 2미터가 넘는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졌다. 이날 경기 기록지를 보면 블로킹이 0-13이었다.
현장에서 라커룸을 빠져나온 선수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기자와 마주친 이재영은 “중국 블로킹이 높기도 높지만 손모양까지 완벽하게 들어오니 정말 앞이 캄캄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황민경도 “터치아웃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8개월. 한국은 중국 원정길에 올랐다. 하루 전인 16일 닝보 베이룬 스포츠 아트센터에서 2018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첫 주 경기로 중국을 상대했다.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0-3 완패를 당한 한국은 전날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3-2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상황이었다.
한국은 1세트부터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첫 득점이 김희진의 이동공격이었고, 두 번째 득점은 김연경의 서브 에이스였다. 이어 양효진과 김희진이 번갈아 블로킹 득점을 올렸다. 상대 주포 리잉잉을 봉쇄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서른아홉 노장 이효희 세터는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경기를 조율했다. 상대가 김연경 방어에 주력하는 사이 김희진에 이어 이재영을 통해 공격 배분에 나섰다. 이는 주효했다.
여기에 임명옥 리베로의 몸을 던진 디그가 어우러졌고, 선수들의 수비집중력이 놀라울 만큼 좋았다. 당황한 중국은 뒤늦게 이재영의 타법에 대한 대비에 나섰지만 끝까지 직선과 반크로스를 효율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다.
김수지와 양효진을 사용한 속공과 외발이동공격까지 전개되면서 중국 수비라인은 무너졌다. 마음이 급해진 중국은 범실 퍼레이드를 펼쳤다. 3연속 범실이 나오는 등 허둥대면서 경기를 전혀 풀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김연경이 고비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고, 이재영이 뒤를 받쳤다. 경기는 술술 풀렸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3-0(25-15, 25-15, 25-13) 완승이었다. 모든 세트가 10점 이상 차이를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승리였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김희진을 필두로 이재영과 양효진까지 강서브를 구사했고, 이효희의 목적타 서브는 집요하게 리잉잉을 겨눴다. 김연경도 강약 리듬을 조절한 서브로 중국 리시브 라인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차해원 감독의 용병술도 척척 들어맞았다. 특히 2세트 16-13 상황에서 이효희 세터가 전위로 올라오자 그 자리에 박정아를 투입하고 후위에 이나연 세터를 투입한 상황은 백미였다.
한국은 들어가는 선수마다 제 몫을 했다. 이나연은 날카로운 서브와 빠른 토스로 흐름을 이었고, 박정아는 묵직한 한 방과 다이렉트킬에 이은 멋진 수비로 승리에 기여했다.
무엇보다 이효희 세터의 경기조율이 빛났다. 3세트 초반 서브 에이스로 1세트와 2세트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했고, 상대 허를 찌르는 패스페인트 득점으로 13-6을 만드는 등, 주특기인 분배와 더불어 득점력까지 뽐냈다.
주장 김연경은 경기가 끝나자 두 손을 번쩍 들며 포효했다. 지난 시즌 상하이 소속으로 뛰었기에 중국 원정길에서 태극마크가 선명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거둔 승리는 남다른 감회였을 터.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모두가 어렵게 본 중국전 완승을 거두는 드라마를 썼다. 선수들은 자신감이 붙었다. 더구나 8개월 전 동생들이 당한 굴욕적인 스코어까지 확실하게 설욕했기에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18일 귀국길에 오르는 선수들은 22일부터 홈코트인 수원에서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만나 연승에 도전한다. 중국전 승리 이후 더욱 좋은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당찬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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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촬영에 나선 한국 선수단. (C)FIVB |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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