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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그림 완성’ 이도희 감독, 이제는 컬러링 작업
홍성욱 기자 | 2017.11.24 02:48
이도희 감독. (C)KOVO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감독은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수만 가지 생각을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어렵사리 붓을 꺼내든다.

지난 4월 4일 취임한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아직 초보 딱지를 떼지 못했다. 헌데 그가 그리는 그림은 출품일이 얼마 남지 않은 작품처럼 완성도가 높다.

취임 직후 이도희 감독을 만났을 때 그의 걱정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가 이다영 세터의 업그레이드 전략이었고, 두 번째는 빅마켓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의 스탠스였다. 마지막으로 팀에 꼭 필요한 외국인선수 선발을 언급했다.

김세영, 양효진의 센터라인과 라이트 황연주, 레프트 한유미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노련미가 있고, 자기관리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다. 내 역할은 즐겁게 배구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넘겼다.

숙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였다. 우선 이다영 세터는 이 감독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허리 부상이 남아있는 상태라 하체 웨이트트레이닝부터 다부지게 시켰다. 선수들과 타협하지 않기로 유명한 최석모 트레이너가 꼼꼼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도희 감독은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는 걸 안다. 나도 이제 막 감독이 됐다. 하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시즌에 습관만 잘 들이며 마친다면 다음 시즌부터는 훨씬 쉬워진다”라고 했다.

상대 블로킹을 순식간에 따돌리는 건 경기를 뛰면서 터득해야 할 일이었다. 노하우는 전수해줄 수 있지만 실행은 몸으로 선수가 부딪혀야 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 감독은 이다영에게 언더토스를 하지 말고, 자세를 낮추면서 볼 아래로 재빨리 이동하도록 했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이다영이 잘 받아들이면서 진도는 빨라졌다.

이도희 감독이 팀 전력에 대해 밑그림을 그리다 보니 가장 아쉬운 점이 리시브 한 자리였다. 일찌감치 황민경을 점찍어두고 영입에 공을 들였다. 안정된 리시브는 물론이고, 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황민경은 대표팀에 뽑혀 자리를 오래 비웠지만 김연견 리베로와 함께 진천에서 호흡을 맞춘 건 다행이었다. 두 선수의 호흡이 잘 맞으면서 리시브와 수비 모두 안정을 찾았다. 이다영 세터 머리 위로 볼이 잘 올라가다 보니 공격까지 술술 풀리고 있다.

외국인선수로 뽑은 다니엘라 엘리자베스 캠벨 또한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 전후위 공격과 더불어 리시브라인에도 함께 선다. 이 감독은 엘리자베스의 플레이가 기복을 보이자 고참 선수들을 먼저 활용해 경기 초반 부담을 줄여줬다. 2경기 연속 주춤했던 엘리자베스는 다시 감을 찾으며 올라왔다.

취임 초기부터 고민해온 세 가지 숙제는 지난 9월 일본 전지훈련 때 진도율 70%를 보였었다. 당시 이 감독은 “시즌에 들어가 1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조금은 좋아질 부분이 나올 것이다. 매 경기를 잘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경기가 나왔을 때 그 흐름을 기억하고 잘 끌고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틀 전인 지난 22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는 바로 이 감독이 지목한 모범사례의 예시 같은 경기였다. 경기 후 공식인터뷰 때 오늘 정도 경기력이면 시즌 전 구상한 완성도에 근접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확실하게 돌아왔다.

이도희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시즌 전 구상한 만큼 올라왔다”라고 답했다.

현재 현대건설은 7승 2패 승점 20점으로 1위다. 개막 4연승 이후 2연패를 당했지만 다시 3연승으로 견고한 조직력을 보였다.

중요한 건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지키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속 도전자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여유가 보였다.

이제 밑그림을 완성한 이도희 감독은 색을 입히는 작업을 시작하는 중이었다.

그는 “박수를 치면서 웃기만 해도 선수들이 알아서 해주네요”라고 말했다. 컬러링 작업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인 듯 했다.

이도희 감독이 기뻐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C)현대건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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