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 선수들. (C)대한농구협회 |
[스포츠타임스=벵갈루루(인도), 홍성욱 기자] 한국이 2017 FIBA 아시아컵을 4위로 마무리했습니다.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 이상은 욕심이었습니다.
한국은 대회 초반 호주와 일본에 무기력한 경기 끝에 크게 패했습니다. 조별리그 마지막 날 필리핀에 승리했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하루를 쉬고 임한 결선 토너먼트에서 한국은 뉴질랜드와 만났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4강과 더불어 2018 스페인 여자농구 월드컵 티켓이 달려있었기 때문이죠.
한국은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안도했습니다. 국제무대 생명줄도 끊어지지 않게 됐습니다. 4강에선 호주와 다시 만났습니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5일전 만났던 상대라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마지막 날 중국과의 3-4위전도 투지로 맞섰습니다. 하지만 체력이 문제였습니다. 조금만 더 힘이 있었더라면 추격전을 전개할 수 있었겠지만 결과는 여기까지 였습니다.
이번 대회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타이틀 방어이자 대회 3연패입니다. 일본은 호주가 아시아컵에 편입됐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번쩍 들었습니다. 주전 센터 도카시키 라무가 결장한 가운데 2016 리우올림픽 역전패의 복수까지 했습니다.
일본은 4강에서 중국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결승전에서도 호주와 접전 끝에 1점 차 승리를 거뒀습니다. 무너질 위기가 있었지만 고비를 넘기며 다시 치고 올라와 마지막에는 승리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아시아권에는 일본과 중국의 강세 속에 호주까지 이사와 ‘빅3’를 형성했습니다. 한국은 4위로 밀려났습니다. 아니 4위도 선전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여자농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과거의 르네상스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요. 어디서부터 답을 찾아야 할까요.
인도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찾아야만 했습니다. 우리 앞에는 여전히 강한 호주와, 세대교체를 이어가는 중국, 백업 선수가 나와도 누수는커녕 더 잘하는 모습을 보인 일본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키와 스피드에서 밀렸고, 선수층도 엷어 상황대처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선수는 힘이 들어 발을 끌며 뛰고 있었지만 교체할 카드 조차 없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 반복 되선 안됩니다. 우선 대표팀을 정상화 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당장 8월부터 대한농구협회와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2020 도쿄올림픽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정례 회의를 매월 가지며 대표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합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참여한 가운데 현재 선수단 동향과 구성에 대해 매월 논의를 거쳐 상황 점검을 해야 합니다.
대표팀 훈련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합니다. 12명이 훈련하다 부상선수가 나오면 교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16명을 최초 선발해 12명이 현장에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머지 4명을 현지 참관시킬 수도 있습니다.
대표팀의 훈련 상대가 없어 남자 고등학교 팀을 전전긍긍하며 섭외하는 것도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프로팀이 연합팀을 꾸려서라도 대표팀의 스파링 파트너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제심판도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WKBL과 국제대회는 파울콜이 달라 선수들이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파울이었는데 나와보니 파울이 아니었습니다. 최대한 국제대회에 맞춰가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지원책도 논의해야 합니다. 이번 대회에 부상자가 많아 선수들은 10시간이 넘는 총 비행시간 동안 힘들어 했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개인 돈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이 문제 또한 프로젝트팀에서 논의해 해결해야 합니다. 여자배구도 하고 있는 걸 여자농구가 못한다면 협회나 연맹의 무능입니다.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지원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경쟁력입니다. 지금 한국 여자농구가 이전에 비해 성적이 떨어진 건 경쟁력이 약해진 이유입니다. 리그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프로에 오면서 바로 주전으로 뛰는 사례는 최근 박지수를 빼면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인지명을 받아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지만 2~3년이 지나면 드래프트 사진에 있던 얼굴의 절반 이상이 리그에서 사라집니다.
실업팀과 금융단 팀까지 13개 팀이 경쟁하던 점보시리즈와 농구대잔치 때는 서른이 넘어 선수생활을 하는 사례가 흔치 않았습니다. 체력이 달려서라기보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든든한 직장도 보장됐던 시대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선배의 자리를 후배가 실력으로 빼앗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역 최고참인 임영희는 80년생입니다. 우리 나이 38세인 그는 대표팀 훈련을 유일하게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풀타임 활약을 펼치며 대회 베스트5까지 뽑혔습니다.
임영희의 자리를 빼앗는 후배가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은퇴한 박정은,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 하은주, 최윤아 그리고 양지희에 이르기까지 모두 국가대표 주전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속에 대표팀이 선발될 수 있도록 2020 도쿄올림픽 프로젝트팀과 더불어 중장기 선수층 확대 TFT도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대회에 WKBL 양원준 사무총장과 각 구단 사무국장들이 참관했습니다. 목이 터져라 응원도 했고, 선수단과 두 차례 식사도 하며 격려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대표팀과 리그의 동시 활성화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우리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한국 여자농구는 도로 한복판에 서있습니다. 푸른 신호등을 받아 직진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우회하며 방황할지 갈림길 앞에 있습니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됩니다. 당장 8월 협의체 구성에 대표팀 중흥의 성패도 달려있습니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걸 인도에서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실천만 남았습니다.
인도에 휴일이 찾아왔습니다. 이곳 벵갈루루는 새들의 천국입니다. 비둘기와 까마귀는 물론이고, 눈만 돌리면 독수리가 호텔 창문 밖을 비행합니다.
한국 여자농구도 독수리처럼 높이 날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도시를 떠납니다.
![]() |
| 한국 선수들. (C)대한농구협회 |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