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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아란. (C)WKBL |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여자프로농구에서 유망주 혹은 팀의 주축 선수들의 임의탈퇴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 이승아가 잠정적인 휴식기에 들어간 데 이어 시즌 중반 KB스타즈 홍아란까지 손에서 공을 놓았다.
가뜩이나 선수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가대표로도 뽑혔던 선수들까지 이탈하자 농구계는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가드 농구’가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여자 농구의 미래로 꼽힌 젊은 선수들이 연쇄적으로 떠나는 상황은 이유여하를 떠나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KDB생명 구슬과 전보물 등 지난 시즌 상승곡선을 그린 포워드들도 올 시즌 코트에서 모습을 볼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년 사이 왜 유망주들은 농구를 버린 걸까. 이승아와 홍아란의 임의탈퇴를 단독보도하면서 스포츠타임스는 많은 농구계 지도자와 관계자, 그리고 학부모를 접촉했다. 한마디로 결론을 내기 어렵지만 우선적인 부분은 선수 본인의 판단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농구를 시작해 농구 하나만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농구에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어려움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 농구를 시작한다. 요즘은 서서히 수업참여 비중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엘리트 농구를 표방한 학교들은 형식적인 참여에 그치고 있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제한적이고, 합숙을 하며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훈련을 이어간다.
합숙은 남자 구단도 공통사항이지만 남자프로농구의 경우 대학진학 이후 신입선수들이 드래프트로 프로에 입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4년이라는 기간 차이가 생기는 것.
반면 여자프로농구는 고3 신분으로 프로선수가 된다. 이들은 첫 시즌을 겪으면서 갓 스무살로 접어든다. 같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년배들이 대학문으로 갈 때 높은 프로의 세계에 뛰어드는 것.
고등학교에서도 선후배 관계는 철저하지만 그래도 고작 3년 터울끼리 농구를 하기에 나이 차이는 두 살에 불과하다. 반면 프로는 십수 년 선배들과 함께 부딪혀 훈련을 하고 생활한다. 이는 결코 쉬운 부분이 아니다. 경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숙소생활까지 이겨내는 건 이중고로 다가온다.
사실 과거 실업농구 시절부터 이런 전통은 이어져 왔다.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기본 골자는 그대로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은퇴를 선언한 여자농구의 큰 별 이미선과 변연하는 실업농구에 발을 들인 초창기에 대해 묻자 “농구보단 청소하고, 빨래한 기억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지금은 변했다. 청소는 아주머니들이 대신 한다. 선배들의 지시로 빨래를 하는 선수도 없다. 새벽에 하던 청소검열도 이제는 사라진 전통이다.
시대변화에 따라 합숙문화도 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오전 훈련과 오후 훈련, 그리고 야간훈련으로 이어지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된 일상 속에서 답답한 마음으로 농구에 매달리고 있다.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큰 행복이라고 느끼는 동시에 힘들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면서 결행을 하지 못할 뿐 시시때때로 그만 두고 싶은 충동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시즌과 비시즌을 막론하고 ‘외박’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기회만 주어지면 숙소를 벗어나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 싶어 한다.
한 지도자는 “농구와 일상생활의 병행이라는 면에 대해 나 역시 선수시절부터 고민해왔고, 지도자가 된 상황에서도 고민하고 있다. 짐을 싸고 나간 동료들도 이전부터 자주 봤다. 막상 시간이 흐르면 다시 농구 생각이 들면서 후회를 한다고 듣기도 했지만 나도 선수 시절에 짐을 싸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 다른 농구인은 “과거에는 은퇴시기도 빨랐다. 대부분 주전을 신예들에게 빼앗기면서 조용히 무대에서 사라졌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야 특급 신인들이 나와 좋은 기량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3~4년은 고생을 해야 겨우 경기에 나서는 구조였다. 그러다보니 신인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무대에서 슬그머니 사라졌고,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들은 은퇴직전까지도 주전으로 뛰다가 나가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여자농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프로를 목표로 하는 선수 자체가 줄어들었고, 목표를 이룬 뒤에도 순간적인 회의가 쌓여 농구를 그만두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현실에 직면했다.
지금은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세심한 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대책 마련 또한 시급하다.
농구가 싫은 게 아닌데 농구를 버리는 선수들이 계속 나오는 걸 이대로 방치하다보면 경기력이 떨어지고, 남아서 운동하고 있는 선수들의 사기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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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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