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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주간女농] ‘혜성’ 김지영의 등장, 여자농구 지형도 흔든다
홍성욱 기자 | 2016.12.07 06:15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여자프로농구는 ‘구력’이 중시된 리그였다. 신인들이 해마다 드래프트를 통해 수혈됐지만 이들의 설 자리는 퓨쳐스리그 정도였다. 열아홉 고3 학생이 서른 중반을 넘긴 대선배들까지 섞여 뛰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량차이도 컸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입단 2년째인 김지영을 내세워 2라운드 반전을 이뤄내자 팬들의 시선은 오랜만에 여자농구로 모여들고 있다.

▲ 절묘했던 김지영의 등장 배경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부정 선수 첼시 리로 인해 구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를 승인한 연맹도 책임을 에이전트와 구단에 떠넘겼지만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첼시 리가 가짜 한국계 선수 행세를 하면서 코트를 누비자 국내 선수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훈련 때는 10여명이 함께 함성을 지르며 땀을 흘렸지만 경기에 나서는 한국 선수는 고작 3명 뿐이었다. 나머지 두 자리는 가짜 한국계 선수 첼시 리와 진짜 외국인 선수 버니스 모스비의 차지였다.

김지영도 이전에는 벤치를 지키며 경기를 바라만 봤다. 하는 일은 선배 언니들의 교체 때 뛰어나가 유니폼을 받아 챙기는 것과 작전타임 때 곽에 든 티슈를 들고 휴지를 모으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판이하게 달랐다. 기회가 찾아왔다. 우선 가짜 선수가 영구제명 되면서 3명이 뛰던 국내선수 자리가 4명으로 늘어났다. 팀 에이스 김정은(포워드)에 이어 가드인 김이슬과 신지현까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자 이환우 감독대행은 김지영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 ‘잃을 게 없다’는 김지영의 저돌적인 면모

농구는 몸싸움이 수반되는 경기다. 다시 말해 몸싸움에서 밀리면 이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좀더 부연하자면 골을 넣는 것보다 상대가 넣지 못하게 막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이라는 얘기다.

헌데 김지영은 과감했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속된 말로 ‘몸빵’에서 밀리면 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이지만 호리호리한 김지영이 몸으로 부딪히며 달려들자 이번에는 놀란 상대가 움찔했다.

‘잃을 게 없다’며 김지영이 대들 듯 달려들자 ‘얻을 것’이 쏟아졌다. 더불어 그가 보여준 화려한 기술들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11월 14일 KDB생명전에서 유로 스텝에 이은 더블클러치 기술을 보였던 김지영은 지난 5일 신한은행전에서는 노룩패스를 쏜튼에게 연결시키며 큰 박수를 받았다.

일단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고난도 기술을 펼쳐 보였다는 점에서 저돌성은 고점을 찍었다. 기술이 차례로 성공되자 신뢰도 또한 쌓였다.

하나의 기술이 경기 중에 코트에서 성공되기 위해선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의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더구나 김지영은 고난도 기술을 비디오를 통해 보며 익혔다. 팬들이 보면서 치는 박수의 수십 배 희열을 김지영은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유일한 대항마일까

현재 순위표는 기형적이다. 우리은행이 개막 11연승으로 홀로 윗동네에 있고, 나머지 5팀이 물고 물리며 승률 5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계(神界)’와 ‘인간계(人間界)’에 비유될 정도로 격차가 크다.

현재 여자농구 관심사는 두 가지. ‘우리은행을 누가 먼저 꺾을 것이냐’와 ‘플레이오프에 나설 2위와 3위 팀 여부’다. 후자는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안개정국으로 흐를 전망. 따라서 초점은 우리은행의 연승행진에 제동을 걸 팀 쪽에 쏠린다.

임영희의 경기 조율, 박혜진의 리딩, 양지희의 인사이드 활약, 존쿠엘 존스의 골밑 득점과 리바운드, 모니크 커리의 득점 본능까지 얽힌 우리은행은 여간해선 무너지지 않는다.

최근 경기를 보면 특유의 존디펜스를 챔피언결정전 때 쓰기 위해 아낀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은행이 높이와 내외곽에서 탄탄한 오각형을 구축하고 있어 이기기 힘든 상대지만 그렇다 해서 승리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경기를 치르다보면 강팀에게도 꼬이는 날이 생기기 마련. 지난 시즌 KB스타즈의 양궁농구에 패했던 우리은행이 올 시즌 어느 팀에 덜미를 잡힐지가 관심사다.

빠른 농구에 체력이 뒷받침된 KEB하나은행이 그나마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삼성생명이나 KB스타즈, KDB생명, 신한은행 등 나머지 4팀은 공격 전개가 늦고, 외국인선수의 득점 능력도 강력하지 못한 상황.

반면 하나은행은 강이슬이라는 3점 슈터가 있고, 카일라 쏜튼이 경기 막판 포인트가드 및 해결사로 나서고 있어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김지영의 거침없는 플레이와 백지은의 수비 역할도 어우러진 상황. 무엇보다 이환우 감독이 선수 개개인에게 확실한 롤을 부여해놓은 상황이라 경기력 면에서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거함’ 우리은행을 이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나은행의 도전 만큼은 기다리며 지켜볼만한 상황이 됐다.

이번 주 두 팀은 오는 8일 아산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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