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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박세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
홍성욱 기자 | 2016.10.14 03:36
박세리. (C)하나금융그룹/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박세리가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렉시 톰슨(미국),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펑샨샨(중국)과 조를 이뤄 플레이를 펼쳤다. 현역 마지막 라운드였다.

그의 열렬한 팬인 원정숙씨가 캐디로 나선 것도 의미가 깊었다. 박세리는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부터 감정이 복잡했다. 그의 눈은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한 홀 한 홀 플레이가 진행되면서 차분한 표정도 읽혔고, 갤러리를 향해 미소도 보였지만 선수생활 마지막 라운드 남은 홀이 줄어들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18번 홀에 이르자 박세리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의 머릿속은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처음 시작한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희노애락이 뒤엉킨 듯 했다.

정리하기도 표현하기도 힘든 복잡미묘한 감정이 눈물로 쏟아져 내렸다.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였다.

울음이 터져도 샷은 해야 했기에 마음을 잡아 티샷을 하고 클럽하우스 쪽으로 걸음을 떼면서도 자극된 감정선을 주저앉히기는 도무지 어려웠을 터.

대회는 1라운드였지만 마지막 홀 스탠드와 주변에는 구름 갤러리가 모여 ‘여왕의 귀환’을 환호로 맞이했다. 마치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과 착각할 정도였다.

박세리는 이를 두고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표했다. 그는 이렇게 멋진 은퇴를 고했다.

충분히 그럴만했다.

박세리는 ‘골프’ 하면 한국인들이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인물이다. 18년 전인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하얀 맨발을 드러내며 해저드에서 샷을 날렸던 그다.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거머쥔 박세리의 두 팔을 번쩍 쳐든 모습은 국민 모두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줬다. 당시 한국은 국제금융위기로 경제가 휘청거려 허리띠를 졸라매던 암울한 시기였다.

경제가 어렵고, 사정이 나빠 모든 걸 긴축하던 시기에 전해진 박세리의 우승소식은 마음속을 뻥 뚫어주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골프 룰도 모르는 국민일지라도 세계 최정상에 오른 박세리의 소식에 박수치며 환호했다.

박세리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힘을 줬고, 그 일부를 은퇴하는 날 받은 것이다.

박세리의 그날 우승은 우리나라 골프사를 둘로 나누는 큰 사건이었다. 이후 박세리의 활약은 거침이 없었고, 그의 뒤를 따르려는 이른바 ‘세리 키즈’는 이미 현역으로 성장했다.

LPGA투어 25승이라는 놀라운 성과에 아시아 최초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큰 공적을 세운 박세리는 이제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 2의 인생 출발점에 섰다.

그의 역할은 다양하고 광범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미 지난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태극낭자군을 이끈 감독 역할을 믿음직스럽게 해냈던 박세리였다.

박세리는 직경 4.26센티 하얀 공을 한없이 쏘아 올리며 우리를 기쁘게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골퍼 박세리의 족적을 기억하며 새로운 박세리를 기대할 것이다.

새로운 코스, 새로운 1번 홀에 다시 서는 박세리를 기다린다.

박세리. (C)하나금융그룹/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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