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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 B코트의 수난
홍성욱 기자 | 2024.02.05 12:59
사진=KOVO제공

2023-2024 V-리그가 5라운드로 접어들었습니다. 남자부와 여자부 14개 구단은 봄배구를 향한 마지막 승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새 시즌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프런트의 움직임도 분주해졌습니다.

우선 감독 재계약 문제가 큰 이슈입니다.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과 재계약을 할 것인지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감독과 계속 함께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선수단의 구성 문제입니다. 외국인선수의 재계약 여부, 아시아쿼터 선수의 재계약 여부와 더불어 FA(프리에이전트) 영입까지 복잡한 셈법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남자부의 경우 굵직한 선수들의 군입대 이슈도 있어 전력 구상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번 시즌 V-리그는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등장으로 국내 선수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습니다. 다음 시즌 아시아쿼터는 AVC(아시아배구연맹) 산하 64개국으로 범위가 넓어집니다. 지금 뛰는 선수들보다 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합류할겁니다.

올 시즌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확실한 주전, 주전급, 비주전으로 분류됐지만 아마도 다음 시즌에는 확실한 주전이 대부분이고, 나머지 선수도 주전급으로 분류될 전망입니다. 국내 선수들의 자리는 계속 줄어들겁니다.

결국 이는 선수 계약 연장 불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큰 꿈을 안고 프로에 지명된 선수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시간이 아예 없거나 극히 적은 시간일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베스트7에 외국 국적 선수 2명이 자리하면 남은 자리는 5명만 설 수 있습니다. 여기에 B코트에서 훈련 파트너로 자리하는 7명은 그래도 계약을 지속하며 기회를 엿볼 수 있 있습니다.

이들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내심 불안할겁니다. 어쩌면 느낌으로 알 수도 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유니폼을 벗고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위축될겁니다.

B코트에 서는 선수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훈련하지만 설 땅은 없습니다.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들더라도 출전은 요원합니다. 특히 5라운드는 승부처입니다. 폭넓은 선수기용은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연차는 늘어가고, 프로세계는 조금씩 익숙해지지만 커리어는 신인이나 마찬가지라면 걱정이 태산일겁니다. 현실적으로 작은 무대라도 있으면 출전해서 자신의 장기를 펼쳐보이고 싶고, 이를 발판으로 정규시즌에도 교체로 나서 서브 혹은 블로킹, 아니면 수비 세 자리라도 멋지게 해내고 싶지만 그럴 상황도 아닙니다. 이는 훈련 동기부여와도 직결됩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외국인선수 제도는 점점 확대될겁니다. 아마 수년 이내에 아시아쿼터 제도는 사라지고 외국인선수 2명으로 통합될겁니다. 이후에는 외국인선수 3명 시대가 도래할겁니다. 시간문제입니다.

구단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구성하려하지만 국내선수 배출 경로는 꽉 막혀 있습니다.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기는 쉽지 않겠지만 코트에 서는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토록 외쳐도 묵묵부답인 2군 리그는 그냥 요원합니다. KOVO나 14개 구단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KOVO 20주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책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박물관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명예의 전당을 세우는 것도 아닙니다. 2군 리그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를 반대하는 구단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구단 전력 강화를 위한 수단을 왜 반대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프로야구도 퓨쳐스리그가 활성화 됐고, 프로축구 K리그는 승강제를 시행하며 산하 유스구단과 연계된 상태입니다. 경기에서는 연차가 적은 선수의 출전 규정까지 만들어놨습니다. 프로농구 KBL은 일부 구단이 참여하는 D리그를 운영하고 있고, WKBL은 시즌 중 퓨쳐스리그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배구만 2군 제도가 아예 없습니다. 이러고도 미래를 논할 수 있을까요. 새싹들이 고사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지금 B코트에 서있는 선수들은 불안합니다. A코트에 서는 선수들의 연습 상대일 뿐, 경기에 나서는 건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신입 선수가 들어오고, 좀더 잘하는 선수가 트레이드로 오면 자신의 위치는 쪼그라들게 됩니다. 약육강식은 구단 생태계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유지책이겠지만 어린 선수들이 기량을 키우기 위한 인큐베이터는 분명 필요합니다.

새싹들이 자라나지도 못한 가운데 최강자나 강자에게 밟힌다면 나중에는 아예 씨가 말라버릴것입니다.

10년 뒤는 어떨까요. 외국인선수가 몇이나 뛰고 있을까요. 이러다 B코트에도 외국인선수가 있게 될까 두렵습니다.

분명한 건 현재 B코트에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KOVO와 14개 구단이 국가대표팀을 금전적으로 지원하지만 어쩌면 시스템적으로 이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B코트가 A코트로 향하는 관문이 아닌 훈련 파트너로 국한될 때 우리 프로배구와 국가대표팀의 성장은 더욱 더딜것입니다.

B코트의 수난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될 것입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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