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고우석. (연합뉴스)

LG 트윈스의 뒷문을 지키다가 올해부터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불펜에서 대기하게 된 고우석(25)에게 샌디에이고는 기회의 팀이다.

지난 시즌 초호화 군단을 꾸리고도 헐거운 뒷문 때문에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샌디에이고는 이번 겨울 작심한 듯 뒷문을 보강 중이다.

재정 상황이 여의찮아 비교적 몸값이 저렴한 불펜 투수를 수집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역 중계 방송사 파산으로 중계권료를 당분간 받기 힘든 샌디에이고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샌디에이고는 4일(한국시간) 고우석과 2+1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은 2년 총액 450만 달러(약 59억 원) 규모라고 전했다.

2년 동안 성적 옵션을 채우면 선수와 구단 합의로 한 해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고, 이 경우 고우석이 받을 3년 총액은 940만 달러(약 123억 원)까지 불어난다.

샌디에이고는 2023시즌 최종 성적은 82승 80패, 승률 0.506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다. 샌디에이고가 저조한 성적에 그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두드러진 약점은 불펜이었다.

지난 시즌 샌디에이고의 팀 블론세이브는 28회로 내셔널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또한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불펜에서 자주 불이 나면 접전 상황에서 승률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샌디에이고의 지난 시즌 한 점 차 경기 성적은 9승 23패, 승률 0.281에 그쳤고, 연장전에서는 2승 12패, 승률 0.143으로 최악의 성적을 냈다.

고우석이 성공적으로 MLB 무대에 연착륙하면 설령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차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출전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샌디에이고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마무리 조시 헤이더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고우석 영입은 그 연장선에 있다.

201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주전 마무리 투수로 활용해 '한국 출신 소방수'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진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고우석 영입 발표를 앞두고 '마무리 후보 거래'라는 점을 인정하고는 "상대 라인업 등에 맞춰 필요한 사정에 따라 불펜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샌디에이고는 일본 출신의 왼손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와 5년 총액 2천8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마쓰이는 일본프로야구 10시즌 통산 236세이브를 챙긴 선수로 고우석과 주전 마무리 경쟁을 벌일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불펜 유연성'을 언급한 실트 감독의 발언을 종합하면, 주전 마무리를 쓰는 대신 경기 상황에 맞게 오른손과 왼손잡이 마무리 투수인 고우석과 마쓰이를 번갈아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삼성 출신 외국인 투수 앨버트 수아레스의 동생 로베르트 수아레스도 마무리 경쟁 후보군이다.

2022년 샌디에이고와 장기 계약을 체결했던 수아레스는 지난해 4승 3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흔들려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한 처지다.

샌디에이고가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정하지 못한다면 고우석과 마쓰이, 수아레스까지 3명이 7∼9회를 책임지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정현규 기자  sports@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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