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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치열했던 두 팀’ 흥국생명 vs 정관장
홍성욱 기자 | 2023.12.24 08:34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왼쪽)과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경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C)KOVO

흥국생명과 정관장은 이번 시즌 두 차례 맞대결을 뜨겁게 치렀다. 10월 26일 1라운드 경기에서 정관장이 3-2 승리를 거둔 이후, 11월 21일 2라운드 경기는 흥국생명이 3-2로 승리하며 설욕한 바 있다.

두 차례 승부가 모두 파이널세트 혈투였다면 두 팀의 상성으로 볼 때 기본적인 치열함은 바탕으로 깔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면 24일 오후 4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지는 3라운드 승부는 어떻게 전개될까.

우선 최근 두 팀의 분위기를 보면 흥국생명은 확실한 하락세고, 정관장은 약보합권이다. 연패 중인 흥국생명은 최근 4경기 1승 3패다. 9일 GS칼텍스에 1-3으로 무너졌고, 14일에는 IBK기업은행에 3-2로 이겼지만 경기에서는 밀리고 스코어만 겨우 이긴 경우였다. 이 여파는 계속됐다. 17일 김천에서 6연패중인 하위권팀 한국도로공사에 2-3으로 패하더니 지난 20일은 현대건설에 1-3으로 무너졌다.

흥국생명의 최근 하락세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아본단자 감독과 옐레나의 불화설이다. 이는 모두 공개할수는 없지만 사실이다. 성격이 불같은 아본단자 감독은 옐레나의 플레이에 대해 불만이 있다.

2라운드까지는 승리를 하며 선두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급해졌다. 옐레나의 활약도 저조하다. 두 사람이 시즌 끝까지 순조롭게 동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트라이아웃 체제가 아니라 자유계약 체제였다면 흥국생명은 아마 대놓고 외국인선수 교체를 추진했을 시기다.

하지만 트라이아웃에 서류를 넣은 선수 중 한국에 올 수 있는 선수는 현시점에서 극히 제한적이다. 상황에 따라 금전적인 출혈도 커질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선수보다 확실한 전력 상승효과가 없을 수도 있어 고심하게 된다.

최근 이스탄불에서 선발된 트라이아웃 체제 외국인선수들, 그리고 비대면으로 선발된 아시아쿼터 선수들 중 몇명의 얘기를 들어보니 아베크롬비(IBK기업은행)를 상당히 부러워한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지만 마음 속 얘기를 들려달라고 하니 조금씩 꺼내놓는다. 폰폰의 토스실력과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는 기술은 나머지 6개 구단 세터와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볼 배분과 스피드, 타이밍 또한 격차가 눈에 확연히 보인다.

국내 세터로 경기를 펼치는 6개 구단은 참 고민스럽다. 내년 아시아쿼터에 수준급 세터가 나온다면 무조건 뽑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흥국생명도 세터 리스크는 계속 따라다닌다. 옐레나가 범실이 늘어나고 공격결정력이 떨어지는 건 동기부여가 덜된 부분도 있고, 세터의 손을 타는 특성도 감안하긴 해야 한다. 터프한 볼을 계속 때리는 것도 물론 힘은 들 것이다.

김연경 또한 마찬가지다. 옐레나가 많은 득점을 올리는 상황에서 주요 시점에 해결사로 나서는 구도라면 체력을 관리하며 경기에 조금은 편하게 임하겠지만 지금은 공격비중이 너무 많고 쏠리기까지 한다. 여기에 무너지는 팀 분위기를 잡아 끌고가야하는 책임까지 지고 있다. 너무 무거운 짐을 들고 있다.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는 선수에게 가혹해보인다.

여러 구단 감독과 코치, 방송사 해설위원, 배구지도자들과 소통을 통해 흥국생명의 우승가능성을 물어봤을 때 2라운드까지는 그래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우 부정적이다.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는 반응이 나온다.

흥국생명은 지금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팀이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밖에서 바라볼 때 흥국생명은 위태롭다. 가지고 있는 전력을 잘 사용할 줄 모른다는 판단이다. 내부적인 결속을 통해 경기에 나서도 될까말까한데 지금 상황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도 내줄 판이다.

흥국생명에게는 까다로운 정관장과의 백투백이 이번 시즌 전체경기 중 상당한 비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관장 또한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2일 IBK기업은행에 2-3으로 패한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이후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연승과 승점 6점을 따낸 건 긍정적이었지만 16일 현대건설에 2-3으로 패한 건 충격이었다. IBK전이 연상되는 경기였다. 가장 최근인 21일 GS칼텍스전도 세트를 주고 받다 3세트부터 흔들렸다.

정관장의 경기력이 흔들리는 건 지아의 비중과 활약 때문이다. 메가의 반짝 활약은 1라운드로 국한된다. 메가에게 계속 그 정도의 지분을 부여하고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다. 신장과 파워에서 제한적인 롤을 받는 게 당연하다. 결국 정관장은 지아가 풀어줘야 한다. 공수에서 지아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아와 메가 모두 범실이 적지 않은 선수다.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선수들이다. 노련함은 부족하다. 지난 GS전도 지아의 3연속 범실이 아니었다면 경기의 승리는 정관장이었을 수도 있다.

정관장은 이소영이 메가와 충돌한 여파로 결장하고 있다. 아웃사이드히터는 지아와 박혜민이 나서면 큰 문제는 없다.

지난 경기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미들블로커 한송이가 가세하며 팀에 안정감을 더했다. 그간 정호영과 박은진 위주로 시종일관 이어지는 미들블로커라인에는 활발한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관장은 조합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에는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낸다. 아무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1세트와 2세트 반짝 상승세 이후 흐름을 내주면 무너진다. 상대도 초반에 좀 얻어맞다가 버티면 역전 KO승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이 남은 시즌 정관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늘 경기는 백중세다. 홈코트라는 점에서는 흥국생명이 유리하겠지만 염혜선 세터가 가진 우위를 살린다면 정관장의 짜임새가 더 좋아보인다.

승리는 기본적으로 실력에서 나온다. 실력은 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두 차례 맞대결 모두 파이널세트 혈투였다면 초반 분위기를 잡지 못한 팀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경기다.

특히 두 팀은 오는 28일 대전에서 다시 만난다. 3라운드 마지막 경기와 4라운드 첫 경기를 함께 치른다. 오늘 경기는 그런 측면에서 지더라도 끝까지 해야 한다. 오늘 3점을 내주는 팀은 28일에도 3점을 내줄 수 있다. 승점 6점이 걸린 백투백 경기에서 1점도 따내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경기다. 오후 4시 경기가 시작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펼쳐지는 승부다. 이번 시즌 가장 멋진 승부이길 기대한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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