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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암흑기→10년 도전기' LG, 29년 만에 눈물의 우승
정현규 기자 | 2023.11.14 09:03
우승 후 환호하는 LG 선수들. (연합뉴스)

한국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을 자부하는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마침내 질곡의 역사를 끝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23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wiz를 6-2로 제압해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1994년 이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1998년,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1999년에 각각 도입됐으니 LG는 현재 프로야구의 근간을 이루는 두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1994년 우승 당시엔 외국인 선수가 없었으나 올해에는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와 LG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어낸 오스틴 딘이 우승의 주역으로 기념사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파란만장한 세월이었다. 다른 구단보다 돈을 적게 쓰는 것도 아니고, 티가 나게 잘 못 쓰는 것도 아니었건만 한국시리즈는 쌍둥이를 30년 가까이 외면했다.

우주는 올해 우승의 기운을 미국, 일본, 대만, 그리고 한국에 공평하게 분배했다. 한(恨)풀이의 새로운 서사가 4개 나라에서 똑같이 쓰였다. 올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 창단 62년 만에 감격스러운 첫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 브루스 보치 감독은 텍사스의 29대 감독이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의 명장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한신에서 선수로 1985년에, 구단의 35대 감독으로 2023년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례로 일궜다.

긴 역사의 텍사스, 한신이 감독을 자주 바꾸지 않은 것과 달리 LG는 1994년 8대 사령탑 이광환 전 감독이 구단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이래 툭하면 감독을 갈아치웠다. 이런저런 이유가 가득했지만, 결국엔 우승을 못 하면 LG 감독은 지휘봉을 내놔야 했다. 쌍둥이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꼬리표가 자연스럽게 붙었다.

명문 구단으로 입지를 넓혀가던 1990년대에는 LG의 이런 행보를 '유난스럽다' 정도로 봤지만, 암흑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2000년대 이후에는 구단의 팀 색깔과 장점마저 지우는 불행의 근원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이광환 전 감독이 중도 사퇴한 1996년 이래 LG를 이끈 사령탑은 12명. 이광은, 이순철, 박종훈 전 감독은 계약 기간 중 팀을 떠났다. 구단의 방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2002년 팀을 한국시리즈로 인도한 김성근 전 감독은 쫓겨났다.

2003∼2012년 10년 연속 하위권을 맴돌던 LG를 2013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김기태 전 감독은 2014년 초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며 스스로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나머지 감독들은 계약 기간은 사수했으나 재계약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염경엽 현 감독이 LG의 20대 감독이니 얼마나 자주 장수가 바뀌었는지 계산이 쉽게 나온다.

LG가 우승을 노려볼 만한 '컨텐더'(도전자)로 위상이 올라선 것은 2019년 차명석 단장의 부임과 궤를 같이한다.

LG 투수 출신이자 투수 코치로 25년 이상 쌍둥이와 인연을 맺은 차 단장은 선수와 구단, 코치진의 사정을 꿰뚫어 '서울의 자존심'을 서서히 찾아가기 시작했다. 선수 스카우트, 육성, 1군 성적의 삼박자가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LG는 2019년 이래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어느덧 가을 야구 단골손님이 됐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지만, 쌍둥이는 소걸음을 반복했다.

LG는 2019∼2021년 3년 내리 준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들었다. 큰 경기 경험이 적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오른 2022년에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코앞에 두고 주저앉았다. 재계약이 유력했던 류지현 전 감독은 결국 지휘봉을 염경엽 감독에게 넘겼다.

올해에도 출발은 좋지 못했지만, 완전체를 이룬 6월 27일 이래 내내 1위를 달려 결승선을 가장 먼저 끊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관리 야구로 염 감독은 투타의 전력을 튼실히 채웠다.

정우영, 고우석에게 의존하던 필승 계투조에 백승현, 유영찬, 김진성, 함덕주라는 새로운 얼굴이 가세했고, '벌떼 불펜'은 한국시리즈에서 맹위를 떨쳤다.

발 빠른 신민재는 일취월장한 타격 센스로 LG의 주전 2루수로 도약했고, 열사의 땅 미국 텍사스주에서 온 오스틴은 홈런 3위(23개), 타점 3위(95개)에 오르며 LG 외국인 타자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염 감독의 철저한 준비, 선수들의 잠재력 폭발이 어우러져 LG는 정규리그 4위로 밑에서부터 올라온 2002년에 이어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체력 고갈로 고전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한국시리즈 직행팀의 체력 우위와 1등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드디어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10년의 암흑기 이후 10년의 체력 다지기로 LG가 다시 한국프로야구의 중심에 섰다. 이제 LG는 바람부는 정상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한다. 우승 부담도 털어냈다. 한을 푼 LG는 더 신바람나는 야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염경엽 감독과 캡틴 오지환이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현규 기자  sports@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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