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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코트 위의 발레리나’ 윤예빈 “우승하고, 좋아서 펑펑 울었다”
홍성욱 기자 | 2021.03.19 11:21
윤예빈. (C)WKBL 이현수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너무 간절했어요. 진짜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꿈 같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나흘 전인 지난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삼성생명은 KB스타즈에 74-57 대승을 거두며 1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4위의 기적 같은 우승이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삼성생명 선수들의 환호 사이로 한 선수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윤예빈이었다. 큰 점수 차 승리라 선수들은 우승을 직감하며 환호했지만 윤예빈은 두 뺨으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사흘이 지난 18일 윤예빈에게 그 때의 감정을 물었다. 윤예빈은 “농구를 시작하고 좋아서 울었던 건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좋아서 울었지만 그 눈물 속에는 그간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이 함축돼 있었다.

충남 대천에서 태어난 윤예빈은 온양여중과 온양여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6 W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재활에 임해야 했지만 삼성생명은 윤예빈의 재능과 가능성을 높이 샀다. 미래가치에 대한 선택이었다. 윤예빈의 의욕 또한 대단했다. 훈련보다 더 힘들다는 재활에 성실히 임하며 프로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엄청난 인내였다. 하지만 윤예빈은 낙담했다. 입단 이후 다시 부상을 당했다. 두 번째 수술이 진행됐다. 같은 부위였다.

또 다시 긴 재활이 시작됐다. 마음도 초조했다. 윤예빈은 “트라우마가 생기더라고요. ‘또 다치면 농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그 때부터 욕심을 낮췄어요. 몸에 확신이 없었죠”라고 말했다.

윤예빈은 재활 과정을 다시 이어가며 조금씩 단단해졌다. 코트에 서는 것 자체로도 뿌듯한 마음이었다. 재활 기구들과 씨름하다 코트에 서면 벅찬 감정이었다. 

2017-2018시즌 13경기에 나서 평균 6분 51초를 뛰며 2.23득점을 올린 윤예빈은 2018-2019시즌 처음으로 전경기에 나섰다. 출전시간도 23분을 넘겼고, 평균득점도 6.9점으로 올라왔다.

2019-2020시즌과 2020-2021시즌은 평균출전시간이 30분을 넘겼다. 올 시즌은 평균득점도 경기당 10점을 넘어섰다.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이었다.

윤예빈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비시즌 훈련을 하면서 몸이 잘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수술 이후 처음 드는 생각이었죠. 다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180cm인 윤예빈은 가드로 큰 키를 자랑한다. 팔다리도 길다. 특유의 ‘발레리나 번’ 스타일의 올림머리로 코트를 휘저을 때는 마치 군무를 펼치는 조연들 사이에서 사뿐하게 무대를 가로지르는 발레리나 같다. 볼을 다루는 컨트롤 능력, 패싱 능력, 빠른 스피드에 유연한 턴까지 플레이 하나하나가 눈에 쏙 들어온다. 슛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슛을 던져야 할 타이밍에서 주저하지 않는 다는 게 큰 변화다. 

윤예빈은 “임근배 감독님께서 ‘강팀과 할 때 잘해야 한다’라고 강조하세요. 더 집중하다보니 자신감이 차올랐어요. 종이 한 장 차이더라고요. 슛을 던지는 것도 감독님, 코치님, 언니들이 믿어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미세한 차이를 뛰어넘었다는 부분에 방점이 찍혔다.

윤예빈은 박혜진(우리은행)을 좋아한다. 그의 플레이를 동경한다. 윤예빈은 “혜진 언니 플레이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워낙 유명한 선수이기도 하지만 모든 걸 잘하는 언니였기에 그랬죠. 이번에 플레이오프 때 언니와 매치업이었어요. 기죽지 않으려고 엄청 신경썼죠. 언니 몸이 100% 컨디션이 아니었어요. 다음 시즌에 언니 몸이 올라오면 또 막으면서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친 이후 삼성생명은 포스트시즌 8경기를 치렀다. 하루 쉬고 경기에 나서는 강행군이었다. 윤예빈은 사력을 다했다.

윤예빈은 “이렇게 힘든 건 농구를 시작하고 처음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 때 허벅지 근육에 통증이 올라오더라고요. 농구를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 많았죠. 시즌 중에 약하게 올라온 적은 있지만 플레이오프 때는 강도가 달랐어요. 특히 챔프전 5차전 때는 정말정말 힘들었어요. ‘지쳤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집중 안하면 다칠 것 같아서 정말 집중했고요. 진짜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쯤이면 사인을 하지 않아도 벤치에서 교체로 조절해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윤예빈은 이번 시즌 우승을 하는 과정 속에서 비시즌 체력훈련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전반기에는 지치지 않았습니다.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경기 결과나 제 플레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데 후반기 들어 4라운드와 5라운드에 이틀 텀으로 8경기를 했어요. 그 때 느꼈어요.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더라고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비시즌 윤예빈은 체력 훈련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격한 시즌을 치른 경험에서 우러나온 절절한 마음이었다.

또한 윤예빈은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장착했다는 점이 이번 시즌 가장 큰 성과였다. 특히 우승으로 시즌을 마치면서 자신감은 배가 됐다.

그래도 윤예빈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는 “제가 빠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리바운드 이후 속공에 나서니 보는 분들에게 빠르게 느껴질 뿐이죠. 더 빨라질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슛도 아직은 더 많이 연습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자신감은 생겼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윤예빈은 “우승을 하고 감독님을 헹가래치고, 그물을 자르러 올라갈 때 정말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또 우승이 하고 싶어지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라고 웃었다.

당분간은 푹 쉬겠다는 윤예빈은 “우승하고 휴가를 받으니 정말 꿈만 같아요. 잘 쉬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자신감이 꽉 들어찬 목소리가 긴 여운을 남겼다. 다음 시즌 윤예빈이 기다려졌다.

윤예빈이 동료 김보미, 배혜윤, 김한별과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C)WKBL 이현수
윤예빈이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동경하는 선수 박혜진을 제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C)WKBL 이현수
우승 후 그물 커팅에 나서 포즈를 취하는 윤예빈. (C)WKBL 이현수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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