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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WKBL 김용두 사무총장이 그리는 '여자농구 인간극장'
홍성욱 기자 | 2020.10.03 10:47
김용두 WKBL 사무총장. (C)루키 더 바스켓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지난해 1월 23일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신임 사무총장으로 김용두 전 KBS 협력제작국장이 선임됐다. 그는 1987년 KBS 공채로 입사해 교양 다큐멘터리 PD로 명성을 날렸다. 지금도 인기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이 그의 대표작이다. ‘수요기획’ 등 진솔한 다큐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던 그는 여자농구 중흥이라는 과제 속에 분투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한적한 가을날 김용두 사무총장을 만나 ‘여자농구’ 얘기를 길게 나눴다. 취임 1년 8개월 동안 그는 여자농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느라 분주했다. 어려운 질문에도 답이 척척 나왔다. 김용두 총장이 그리는 '여자농구 인간극장'에 기대감이 생겼다.    

▲ 사무총장 취임 이전까지 여자농구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슬쩍 미소를 보이다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며)사무총장 취임 전까지는 한국에 여자프로농구 리그가 있는 줄도 몰랐다. 내 주변 사람들도 여자프로농구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더라. 스포츠 문외한도 아니고 혐오론자도 아닌데도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여자농구는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실업에서 프로로 전환한 뒤, 이십 여 년 세월 동안 서서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거다. 여자농구 하면 지긋한 분들은 박찬숙까지는 많이 알고, 이후 전주원, 정은순, 유영주, 정선민, 박정은, 변연하 정도를 어슴푸레 기억하는 정도였다. 또한 취임하고 기사들을 읽어보면 조롱과 비난 댓글 일색이었다. 이쯤 되니 농구와 무관한 방송사 다큐멘터리 PD인 나를 사무총장으로 영입한 상황이 이해됐다.” 

▲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을  같다. PD 입장에서 여자농구를 바라보면 리그 흥행에 대한 고민도 컸을  같다.

“상식적인 접근으로는 예전같은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뭔가 다른 발상, 혹은 비상한 방식으로 여자농구를 흥행시키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장이 되면서 여자농구를 흥행시킬 다양한 방법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 구상대로 오고 있다. 박지현, 이소희 등 신인 선수들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KBS 1TV를 통해 방송됐고, 주관방송사인 KBSN의 재방송 편성을 이전 새벽 시간에서 밤시간대에 옮기도록 했다. KBS 2TV ‘스포츠 하이라이트’에서도 여자농구를 약 30회 정도 방송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잠들기 전 TV 채널을 잽핑하다 여자농구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여자농구의 TV 노출을 늘리고 있다. 2020-2021시즌부터는 개막전과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등 중요한 경기를 지상파인 KBS 1TV에서 중계하기로 확정했다.”  

▲ 요즘 연맹 업무가 상당히 분업화되고 있다.

“그렇게 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는 일이나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광역 교육청의 교육감님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학교스포츠클럽의 일환으로 여자농구를 활성화시키는 일은 총재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큰 일들이다. 총장인 나는 연맹 업무을 총괄하면서도 방송 PD 출신이다보니 흥행에 대한 해법과 미디어 전략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 대중적 감각에 대해서는 전문가라 생각한다. 경기운영은 선수 출신인 박정은 본부장이 주관하고 있다. 총재, 총장, 본부장, 그리고 직원들이 다들 각자가 잘 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이병완 총재와 김용두 총장 체제에서 만장일치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구단들과의 관계에서 총재의 기본 방침은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다. 사실 처음부터 만장일치는 쉽지 않다. 어떤 사안이든 반대하는 구단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꾸준히 설득하고, 그 구단이 우려하는 점을 보완해 찬성하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단 한 구단이라도 반대하는 사안은 추진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추진하는 정책과 변화라 해도 특정 구단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것이니 납득될 때까지 기다리는게 맞다. 이해가 상충할 때는 오랜 시간 반대하는 구단을 납득시키고, 그래도 납득하지 못할 때는 추진을 중단했다. 그러다보니 구단들과 연맹 사이에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됐다. 연맹의 거버넌스(governance)가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거다.”

▲ 여자농구 미디어 노출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확연히 느낄 정도는 아니다

“올바른 방향성 내에서 꾸준한 소통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비정상이지만, 코로나 이전까지는 관중 숫자, 기사 노출 횟수, 기사의 내용, 댓글, TV중계 횟수와 방송시간대, 모든 측면에서 예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느낌이 아니고 데이터가 말한다. 깨알자랑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됐다고 앞으로도 잘되란 법은 없다. 이 정도 잘되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는게 여자농구의 현실이라는 건 물론 알고 있다.”

▲ ‘코로나 19’ 지난 시즌은 중단 이후 다시 열리지 못하고 마무리 됐다 

“코로나 상황은 우리만 겪는 게 아니고 전 세계 스포츠가 모두 겪는 문제다. 일단은 여자농구도 이 위기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살아남는 것이 아닌 달라진 환경에서 스마트하게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스포츠의 3대 요소는 경기, 관중, 미디어다. 지금은 ‘관중’이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빠지면서 평소보다 미디어가 더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 맞게 미디어 전략을 더 세밀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대비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학교스포츠클럽, 연령대별 주말 리그, 구단별 유스클럽 육성 등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19’ 상황이 단계별로 해제되면 실행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여자농구는 선수 수급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신인이 주전으로 뛰는 경우도 극히 적다드래프트에 나서는 선수도 줄고 있고실력도 떨어지고 있다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실은 생활체육, 학교체육, 전문체육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연맹은 과거에 유소녀농구를 너무 전문체육 중심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힘들고 어려운 농구를 자기 딸에게 시키겠다는 부모가 요즘 세상에 얼마나 되겠나. 아이들이 학교체육, 생활체육으로 농구를 하다 보면 농구가 재미있어 진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고 재미있는 운동이 농구가 된다면 그 때 농구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가야 한다. 문체부가 10년 넘게 추진해온 대한민국 스포츠혁신이 이제 결실을 맺으면서 대한민국 스포츠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교육부가 12년 전부터 추진해온 학교스포츠클럽 제도도 정착 됐다. 이 과정에서 농구도 좀더 열심히 해서 학교체육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 전에 농구 선수 씨가 마를 것처럼 걱정들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리그에 3억 원 이상의 고액연봉 선수들이 꽤 있다. 이런 성공사례는 중고교 선수들을 자극할 것이다. 선수는 꾸준히 나올 거라 본다. 신입 선수가 부족하면 기존 선수들이 장기근속하게 된다. 임영희 선수는 40세까지도 훌륭하게 뛰었다. 흥행시키며 리그를 탄탄하게 가꿔나가면 선수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 리그 활성화에는 슈퍼스타가 필요하다현재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는 박혜진박지수강이슬이다하지만 여자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스타일 농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다스타를 키운는 새로운 스타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이  시기다빅히트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낸 총장의 감각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누구나 스타의 중요성을 말한다. 스타가 나오면 여자농구 전체가 단숨에 인기를 끌 것처럼 얘기들을 한다. 여자배구의 김연경 선수처럼 말이다. 그런데 스타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스타가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모든 상황이 맞아 떨지는 그 때 비로소 스타가 눈에 띄는 거다. 스타가 만들어진 것처럼 인식하는 건 착시다. 여자배구만 하더라도 10년 이상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서 리그의 볼륨을 키워냈고,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기도 했다. 화려한 성적과 볼거리를 만들면서 비로소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그때 김연경이라는 천재 선수를 알아보고 환호한 거다. 그 전에도 김연경 선수는 실력이 출중했고, 매력적이었다. 여자배구의 볼륨이 커진 후에 그런 스타가 눈에 띄기 시작한 거다. 여자농구도 마찬가지다. 좀더 기량이 발전해야 하고, 리그가 더 탄탄해지면서 해마다 어느 팀이 우승할 지 예측불가능해야 하고, 국제대회 성적도 좋아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얘깃거리도 풍부해야 하고, 유니폼도 더 세련돼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자농구에 환호하고 그 볼륨이 커질 때 그때 비로소 스타가 눈에 띄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 여자농구의 볼륨으로는 일반인들도 알아볼 만한 스타가 발견되기 쉽지 않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볼륨이 훨씬 커져야 한다. 박지수, 박지현, 이소희, 김지영, 허예은 등 입단 3~4년 미만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각축전을 벌이면서 한 세대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또 센터와 장신 가드가 많다는 현재 고2 선수들이 1년 뒤 프로에 입단해서 두툼한 선수층을 형성해준다면 이들이 아마도 새로운 세대문화를 만들어줄 것이다. 중요한 건 이 때 여자농구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야 하고, 기량도 향상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거둬야 하는 거다. 이들이 한 세대를 형성하고 주축이 될 때 여자농구에서도 김연경 같은 스타가 눈에 띄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연맹과 구단들이 열심히 해서 스타를 만드는게 아니라 스타가 발견될 타이밍을 앞당기도록 기본에 충실한 리그, 탄탄한 리그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지만 진정한 스타는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어느 순간 눈에 띄는 거다.’

▲ 2020-2021 시즌을 앞두고 WKBL 외국인선수 제도를 폐지했다. ‘코로나 19’ 때문이라고 밝혀 타 종목과 구분됐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외국인선수 제도를 부활시킨다는 의미인지아니면 국내 선수로만 뛰는 제도를 일정 기간 가져갈 것인지도 궁금하다

코로나 19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폐지한다는 건 아니고, 코로나 19 때문에 6개 구단 모두가 안정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에서 2020-2021 시즌은 외국인 선수 없이 해보겠다, 외국인 선수 없는 시즌을 한 번 운영해보고 판단해서 결정하자, 이게 연맹 결정의 정확한 팩트다. 실제로 코로나 19 환자가 늘어나던 지난 시즌 막바지에 외국인 선수들이 한 명씩 두 명씩 고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우겨 끝내 두 구단만 빼고는 모두 가버렸다. 그 때만 해도 한국이 자기들 나라보다 더 위험한 줄 알았을 때다. 나중에는 한국이 훨씬 안전하다는 걸 알았지만 말이다. 외국인 선수가 돌아가버린 구단이 네 구단이 되면서 외국인 선수에 관한 공정한 조건이 깨져버렸다. 외국인 선수를 설득해서 체류시키고 있던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관리하는 것도 구단의 능력이니,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경기를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외국인 선수를 그냥 보내준 구단들이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피지컬은 전사같지만, 따져보면 20대 초반의 어린 여성들이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 와서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전염병을 보고 겁을 먹는 건 당연하다. 어떤 선수는 한국이 자기 나라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걸 알지만 고국에서 혼자 지내는 남동생이 걱정돼 코로나 상황이 더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런 딱한 상황에서 계약서를 들이밀며 붙잡을 수는 없었다. 조건 없이 보내준 구단들은 관리 능력을 떠나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실천한 거다. 연맹 입장에선 그런 들쭉날쭉한 조건을 또 만들 수는 없었다. 우선 1년간 외국인 선수 없이 리그를 치뤄보기로 한 거다. 이번 2020-2021 시즌을 치뤄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유지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없애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하루종일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여러 측면이 있다. 일단은 한 시즌을 외국인 선수 없이 해보면 방향이 보일 거라 판단하고 있다.” 

▲ 여자실업농구 시절 13 팀이 조화를 이뤘다올스타전도 실업선발과 금융선발이 맞대결을 했다하지만 지금은 신세계가 발을  이후 프로 금융리그가 됐다장단점이 분명하다금융권 팀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리그에 참여하고 있다금융권이 리그를 지탱하고 있지만 발전을 저해한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이 부분은 상반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실업선발과 금융선발의 맞대결은 물론 흥미 있었다. 하지만, IMF 여파로 그 잘 나가던 SKC가 해체되고, 도미노처럼 외환은행, 서울신탁은행, 대웅제약, 제일은행, 태평양화학, 한국화장품, 신용보증기금 등 유서깊은 구단들이 다 없어졌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현재의 금융권 리그가 됐다. 금융권 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에도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다. 또한 같은 금융권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구단 숫자가 너무 적어 볼륨을 키울 수 없고, 지역구도도 나오지 않으니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구단 수를 늘려야 하겠지만 현재 금융권 만의 리그가 갖는 확실한 장점을 살려가야 한다. 같은 금융권이기 때문에 경쟁심도 치열하고,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구단이 해야 할 일을 합심해서 할 수 있다. 구단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좋은 건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 코로나19라는 위기 국면이 완전히 극복되기 전에는 이 한계를 깨기 어렵다. 지금은 약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잘 가꿔나가는게 차선책이다.” 

▲ WKBL은 시즌 타이틀스폰서를 회원사가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든든한 금융권이  힘이 되고 있다하지만 외부 스폰서를 찾아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WKBL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순수한 시장 논리로 자립할 수 있는 종목이 대한민국에 몇 개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여자농구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모두 남자농구에 비해 약세다. WNBA도 자립할 수준이 못돼 NBA가 지원해주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 과거 실업농구와 현재 프로농구의 중간쯤 되는 수준이다. 모기업의 출연금으로 유지된다. 한국여자배구도 지금은 매우 핫하지만 홀로서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론상으로는 순수한 시장논리로 홀로서기를 해야겠지만 구단들이 여자농구를 통해 기업 홍보 효과를 본다면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일례로 BNK의 경우는 여자농구의 홍보 효과가 구단 운영비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물론 BNK는 지역 금융사가 중앙의 유수한 금융 리그에 합류한 것이니 홍보효과가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이 문제는 장기적인 숙제다. 그래서 흥행이 돼야 한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일부 팬들만 아는 프로스포츠는 좀 그렇다.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의 절반만 관심을 갖게 해도 이런 지적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학교스포츠클럽 등 유소녀농구를 잘 육성하고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경계가 없어져가는 지금이야말로 농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농구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기량이 우수해지고 그런 선순환구조를 만들 타이밍이다. 지금 연맹은 프로 연맹인지 아니면 중-고연맹이나 초등연맹인지 모를 정도로 유소녀 농구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노력이 지속되면 지금부터 5년이 지나고 10년 가까이 되면 마침내 여자농구도 시장논리로 자립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 KBSN이 여자프로농구 주관방송사지만 실질적인 주관방송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야구축구남자농구배구는 모두 주관방송사 위주로 생중계가 편성되고 있지만 여자농구만 주관방송사가 생중계를 외면하고 있다시청률 문제이기도 하다플랜B 가동할 계획이 없는지 궁금하다.  

주관방송사가 여자농구만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야구가 한 달쯤 일정이 뒤로 밀렸고, 그 와중에 여자배구, 남자배구, 여자농구, 남자농구 리그 일정이 거의 비슷해서 생겨난 현실적인 고민일 뿐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종목을 우선으로 편성할 수 밖에 없다. 주관방송사인 KBSN이 자사 스포츠채널을 통해 라이브로 커버하지 못하는 경기는 IB스포츠 등 다른 채널을 통해 라이브를 커버하고, 대신 KBSN은 좋은 시간대에 재방송 할 것이다. 주관방송사가 여자농구를 내팽개치는 게 아니고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주관방송사 역시 우리 연맹과 마찬가지로 여자농구를 키워서 좋은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게 자사에게도 이익이니 말이다. 다만 여자농구가 힘 있는 콘텐츠가 되기까지는 플랜B, 플랜C를 동시에 가동해서 여기저기서 많이 노출되는 게 중요하다. 플랜 A,B,C를 가릴 처지가 못된다는거다. 무조건 여기저기서 많이 노출돼야 하는 그런 단계다. 그래야 시청자들도 여자농구를 알게 되고, 보다 보면 재미있어지는거다. 사실 여자농구를 아는 사람들은 여자농구가 제일 재미있다고 하는데 그런 분들이 적다는 게 문제다. 약팀이 강팀을 이길 가능성이 언제든 상존하고 있고, 아기자기한 조직 농구만의 재미가 있다. 키 작은 가드들이 코트를 휘젓고 다니다 레이업슛으로 마무리짓는 광경은 한국의 여자농구에서 볼 수 있는 짜릿한 장면이 아닌가. 많은 시청자에게 최대한 자주 노출시키면 여자농구 팬은 많아질 것이다.”

▲ 여자농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처럼 농구를 하는 여자 초등학생이 많아져야   같다이를 위해 연맹이 씨를 뿌리고 있어 고무적이다.  

2019년 1학기, 2학기 동안 경기도 소재 68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스포츠클럽의 일환으로 농구클럽을 운영했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2020년에는 150개 학교로 확대하기로 경기도교육청과 논의하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생겼다. 서울교육청, 인천교육청과도 학교스포츠클럽 일환으로 농구클럽을 운영하기로 업무협약을 마쳤으나 코로나19로 진행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극복된 뒤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교육청과 협업해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농구를 즐기도록 할 것이다. 일반 학생들은 운동을 하게 하고, 선수인 학생들은 공부를 하도록 하겠다는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여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프로젝트다. 

▲ 일단 초등학생들이 농구공을 만지는 것이 중요하다.

“동의한다. 초등학생들이 전문 선수처럼 농구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생활체육의 일환으로 농구를 배워 놀이처럼 농구를 하는거다. 이를 통해 건강해지고 협동심도 키우면 공부도 더 잘되고, 왕따를 당할 일도 없고, 말 그대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거다. 남학생들에게는 축구, 야구, 농구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초등 여학생들에게는 팀스포츠의 선택지가 없다. 여학생들에게는 농구가 현실성 있는 거의 유일한 팀스포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농구만 하더라도 이를 가르칠 전문 인력이 없다. 체육선생님들이 농구까지 가르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여자프로농구 은퇴선수들에게 일정기간 소양교육을 해 이들을 학교스포츠클럽 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린 여학생들을 가르치기에는 여자프로선수 출신이 제격이다. 농구 관련 지식 보다는 초등학생들과 소통하는 법, 아이들과 잘 노는 법,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농구를 유용한 놀이, 운동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흥미를 유발해야 하는가, 이런 걸 가르쳐 지도자로 양성하고 있다. 어린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기에는 남자 프로선수 출신보다 여자 프로 선수출신들이 더 자연스럽다. 서로 부담이 없다.”

▲ 결국 이들 가운데서 좋은 선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3-4년 이내에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1천 개 이상의 방과 후 농구클럽을 만들려 한다. 기존의 지역 농구클럽도 있고, 사설 농구 교실도 있다 하지만 방과 후 학교 스포츠클럽으로서의 농구클럽은 교육청과 WKBL, 즉 공적 기관들이 협력해서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필요성과 유용성을 모두가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공식적이고 체계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학교와 연맹, 학생 등 모두에게 좋은 프로젝트다. 학교스포츠클럽과 전문선수 클럽이 함께 참여하는 주말리그도 만들려 한다. 6개 프로구단들이 연령대별 유스클럽을 운영하면 농구를 즐기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고, 결국 이들 중에서 전문선수도 나오게 될 것이다.”

▲ 무거운 질문만 했다화제를  돌리려 한다. PD 방송국에 오랜 시간 재직하다 농구계에  담게 됐다생활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다.  

32년 동안 몸 담았던 KBS를 떠나 방송과 전혀 무관한 영역에 오니 인생을 새로 사는 것 같아 좋다.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고민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는 것도 좋다(웃음). 새로운 것은 새롭지 않은 것보다 좋은 것이다. 거대 회사에 있다가 작은 조직으로 오니 결정을 빨리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더라. 주요 사항은 당연히 총재께 보고하고 의논하며 총재의 지휘를 받지만 보통의 사안은 총장의 결정이 곧 연맹의 결정이다. 그런 신속함도 좋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금융권 인사들인 구단 관계자 분들, 리그 운영과 관련해서 만나게 되는 OB 선수들 모두 다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이어서 좋다. 금융권 임원들과 직원들은 젠틀한 고급인력들인데 매사가 정확하고 열정적이다. OB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타 분야 사람들보다 순수하고 의사표시가 명확한 분들이다.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하는 게 기분좋은 경험이다.”

▲ 총장으로 여자프로농구에 어떤 업적을 남기고 싶은지 궁금하다.  

남은 인생을 여자농구 부활에 바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웃기는 거다. 더더구나 업적이라는 단어는 조금 황당하다. 총재라면 무슨무슨 업적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총장은 총재를 잘 보좌하고 총재 지휘를 받아서 일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밥값이다.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 당연히 월급값을 해야 한다. 총재가 업적을 남길 수 있도록 잘 보좌하는 게 내 업적이다. 연맹 일의 99%는 총재가 하고 계시다. 총재 보좌를 잘 하겠다.” 

▲ 현장에서  여자프로농구의 매력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앳된 20대 여자선수들이 코트에서 전사로 바뀌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짜릿하다. 특히 심성영, 안혜지, 강계리 같은 키 작은 가드들이 코트를 휘젓고 다니다 레이업슛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김한별 같은 선수가 전차처럼 코트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빠른 이단 삼단 숏패스로 공간을 만들어 슛으로 연결하는 장면도 한국여자농구만의 매력일 것이다. 리바운드 쟁탈전을 보면 눈물겹다. 여자농구는 NBA가 아니다. NBA의 키 큰 선수들이 덩크슛을 하는 것보다 우리 키 작은 가드들이 이단앞차기 하듯 레이업슛을 하는게 훨씬 짜릿했다. 키 큰 선수가 덩크슛을 하는 건 묘기가 아니라 당연한 거다. 2미터 넘는 장신 남자선수가 덩크슛을 못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 하지만 163cm인 안혜지가 키 큰 수비 두 세명을 제치고 레이업슛을 쏘는 건 당연한 게 아니다."

▲ 이미 여자농구 열성팬이 됐다.

“때론 슛이 들어가지 않을 때는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슛만 들어가면 한국 여자농구가 NBA보다 훨씬 재미있다. 여자농구를 보겠다고 체육관을 찾아오시는 관중들도 그런 장면을 느끼고 싶어서 오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 빼먹을 뻔 했다. 코트 위를 누비는 주전 5명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벤치에 앉아있는 교체선수들의 비명과 함성이다. 삼국지를 보면 그 무식한 장비가 일생에 딱 한 번 남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돼 무게잡고 교육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전투에 패해 군사 대부분을 잃고, 민간인을 뽑아 군사훈련을 시키는 장면이다. 장비가 피교육생들에게 묻는다. 훌륭한 군인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말이다. 체력이다, 담력이다, 충성심이다, 등등 대답들을 하는데 장비가 폼을 잡으면서 말한다. 다 틀렸다, 훌륭한 군인이 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큰 목소리라고 말한다. 목소리가 커야 상대방 장수에게 욕설을 퍼부어 심리전도 할 수 있고, 적들을 겁먹게 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럼 싸워보지도 않고 이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군인에게 제일 중요한 건 큰 목소리다, 이런 요지로 멋있게 훈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벤치에 앉아있는 후보선수들이 비명과 함성으로 코트를 뒤덮는 장면을 보면서 장비에게 훈련을 받았나, 하는 착각을 할 때가 많다. 벤치의 함성과 비명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 여자농구 팬들이 점점 늘어날  같다여자농구 팬들에게 전하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면 뜻깊을  같다.

“야구도 아니고 A매치 축구도 아니고 여자배구나 여자골프도 아닌 여자농구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들께는 정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수년 내에 여자배구만큼 흥행 시키는 걸로 보답하겠다. 매년 지난 시즌보다는 나아졌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계속 여자농구를 사랑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김용두 WKBL 사무총장. (C)루키 더 바스켓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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