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욱 감독. (C)KOVO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배구도사’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이다. 탁월한 감각과 판단력으로 삼성화재 우승의 주춧돌을 놓았던 그는 OK저축은행 수석코치에 이어 감독에 오르며 데뷔 시즌을 보냈다. 감독 석진욱은 첫 시즌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화창한 봄날 석진욱 감독을 만나 얘기 보따리를 풀었다. 

▲ 감독 데뷔 시즌이 마무리 됐다.

“확실히 감독이 되고보니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지더라. 그 마음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았다. 선수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부분이 생겼을 때 좀더 과감한 기용을 했어야 했다. 그 부분이 시즌이 끝난 후에도 계속 떠오른다.”

▲ 외부에서 석진욱 감독이 성공적인 시즌을 치렀다는 평가다.

“(살짝 웃으며)개인적으로 만족은 아니지만 괜찮게 끝난 것 같다. 팀에 부족한 부분도 조금은 커버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운영에 대한 부분은 계속 보완해 가야 한다.”

▲ 코치와 감독의 자리는 코트에서 불과 5미터다. 그 차이를 설명한다면. 

“코치 때는 선택을 굉장히 잘했었다고 자부한다. ‘이게 맞습니다’, ‘이건 아닙니다’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감독이 되니 판단에 앞서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된다. 결론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 그게 감독과 코치의 차이라고 느낀다.”

▲ 16승 16패 승점 50점으로 4위를 했다. 준플레이오프 가능성도 남아있었다.  

“시즌이 이렇게 끝나니 허무하고 아쉬웠다. 현대라는 팀이 강팀인 것은 인정한다. 단, 분위기라는 게 있다. 우리팀 분위기는 마지막에 3연승을 하면서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맞대결을 했다면 조금 더 승산이 높아졌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 시즌 때 경기 후 인터뷰를 하면서 욕심이 많다는 걸 느꼈다.

“작년에 우리 팀이 5위를 했었다. 올해 4위를 했다. 한 단계 올라갔다고 하지만 감독의 욕심은 결승에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우승하는 것이다. 4등을 했다고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1라운드 5승 1패를 할 때 엄청난 상승세가 예측됐었다. 감독이 구상한 배구가 실제 코트에서 이뤄지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초반에는 그랬다. 시즌에 앞서 범실 줄이기를 가장 큰 체크포인트로 삼았다. 그게 맞아 떨어지더라. 팀 범실 숫자가 30개 아래로 내려왔다. 레오와 송명근의 밸런스도 좋았다. 하지만 레오가 부상을 당하면서 무너졌다. 세터도 많이 올라왔는데 한 쪽이 무너지니 힘들었다. 그 자리에 조재성이 들어가 잘해줬지만 외국인선수의 무게감을 감당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 송명근까지 부상을 당했다. 

“가뜩이나 한 쪽이 힘든 상황에서 송명근까지 다치니 정말 힘들었다. 그걸 커버하기위해 공격적인 서브와 과감한 플레이를 시도했다. 그러다보니 다시 범실이 늘어났다.”

▲ 그래도 마지막 3연승 인상적이었다. 

“경험이라 생각한다. 감독인 나부터 급한 마음이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을 다그친 것 같다. 6라운드를 시작하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 전까지는 ‘이길 수 있어’ 아니면 ‘지면 안돼’ 같은 얘기를 했다. 6라운드 들어오면서 ‘지는 건 괜찮아. 책임은 내가 진다. 코트에서 웃자’라고 했다.”

▲ 그렇게 변한 이유가 있나.

“선수들이 여유가 없었다. 그걸 보면서 이런 배구팀을 만들려고 내가 감독을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복배구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렇게 하니 선수들이 더 잘하더라. 그래서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이래야 더 좋은 기량이 나오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매번 좋은 결과는 아니었지만 대체적으로 이렇게 가는게 좋은 방법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 데뷔 시즌 한전에 5승 1패, 삼성에 4승 1패로 우위를 보였고, KB손해보험과는 3승 3패였다. 하지만 우리카드에 2승 3패,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는 1승 4패로 밀렸다.

“강팀에 약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번 FA 때 베테랑 센터 진상헌을 영입한 것도 그런 이유다.”

▲ 송명근이 확 달라졌다는 평가다. 팀 조직력도 강해졌다. 

“(웃으면서) 훈련을 많이 시켰다. 그리고 대화도 많이 했다. 명근이에게는 자신감이 필요했다. 너는 할 수 있다. 상대 선수 위에서 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더니 시즌 초반부터 보여줬다. 중요한 건 부상관리였다. 부상 관리를 잘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다음 시즌도 관리를 잘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2순위로 레오를 뽑았지만 내구성 문제가 변수가 됐다. 

“레오가 1경기당 범실이 10개에서 15개 가량이다. 다른 선수들 범실을 어렵게 줄여도 결국 팀범실 30개가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블로킹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트라이아웃에 좋은 선수가 나온다면 새로운 선수를 뽑을 생각도 있다. 일단 선수 마감 결과를 보고 결정할 문제다.” 

▲ 진상헌 영입으로 센터는 확실히 보강이 됐다. 

“진상헌은 노련한 선수라 기대하고 있다. 전진선과 손주형이 있고, 박원빈은 수술을 미루고 재활하면서 조절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한)상길이도 잘 해주는 선수다. 정성환은 입대 예정이다.”

▲ 주전과 비주전 경계선이 모호한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나.

“잘하는 선수를 코트에 내보내면 된다. 내 마음에 든다고 내보내는 건 아니다. 누가 봐도 저 선수가 지금 잘하면서 컨디션이 좋아보인다면 기용할 수 있는거다. 선수들도 그런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갑자기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힘들다. 선수 본인이 노력하면서 어필해야 한다. 이름값으로 경기를 내보낼 수는 없다. 이름값도 변한다.”

▲ OK저축은행은 세터 부자다.  

“이민규와 곽명우가 있다. 장점이 많다. 국가대표 세터 둘을 보유했다. 행복한 고민이다. 두 선수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경기 운영상 두 선수가 번갈아 들어가면 패턴이 달라진다. 그런 부분을 올 시즌은 하나로 잡아서 가야할 것 같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해서 팀 스타일이 나눠지면 조직력이 하나로 뭉쳐지는 데 있어서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 리베로 부용찬이 돌아온다. 

“용찬이는 9월에 제대 후 복귀한다. 다음 시즌 수비는 용찬이가, 리시브는 (정)성현이가 하게 될 것이다. (조)국기는 백업이다. 국기는 수비 능력이 좋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이번 시즌 팀내 기량발전상을 주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가.

“전진선이다. 수술하고 힘들었을텐데 준비를 잘했다. 배구를 잘하겠다는 욕심이 있는 선수다. 그러면서 몸관리를 잘한다. 프로 선수로 준비가 돼 있다. 한 명을 더 꼽고 싶다. 전병선이다. 무릎 수술 후 재활하고 복귀했다. 시즌아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빨리 복귀했다. 사실 재활이 참 힘들다. 현역시절 해봤기에 누구보다 잘 안다. 그 과정이 말할 수 없이 지루하고 힘들다. 병선이가 탈이 날 정도로 재활에 매진했다. 처음으로 선수에게 그만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존경한다는 말도 선수에게 처음으로 했다.”

▲ 배구도사 석진욱 감독이 본 현역 배구도사는 누구인지 궁금하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정지석이다. 제일 잘한다. 아쉬운 건 지석이가 올림픽 예선전 때 자기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 점이다. 모든 경기에서 다 잘할 수는 없다. 지석이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다. 더 잘할거라 생각한다.” 

▲ 다음 시즌에 대비한 훈련은 언제 시작인가.

“4월 27일부터 시작한다. 일정은 계획이 나왔다. 기초 체력이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식단과 영양교육도 구상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을 중요시한다. 훈련 자세에 대해서는 선동렬 감독님께도 강연을 부탁드렸다. 여러가지 지식이 늘고, 정신적으로 무장이 된다면 훈련에 도움이 된다. 특히 배구 경기력은 루틴이 중요하다. 여유 있을 때 교육을 통해 여러가지를 알려주려 한다.”

▲ 다음 시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확실한 목표가 있다. 우리 선수들이 좀더 웃으면서 배구를 하는 것이다. 그런 팀 문화를 만들고 싶다. 선수들이 배구를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승패에 대한 책임은 나 혼자 가져가겠다. 선수들은 자기 기량을 잘 발휘해서 돈도 많이 벌고, 웃음도 많았으면 한다.”

▲ 염색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염색을 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선수들이 염색을 원했다. 고민하지 않고 염색을 했다. 선수에게 감독이 맞춰주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존경하는 감독님들과 배구를 해왔다. 이제는 나만의 배구를 하고 싶다. 선수들과 좀더 소통하고 싶다. 데이터도 더 도입하고 싶다. 잘 나타나지 않는 부분도 도입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소통을 정말 잘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 그게 내 목표다.”

작전지시를 하는 석진욱 감독. (C)KOVO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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