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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상을 수상한 위성우 감독(왼쪽)과 MVP등 8관왕에 빛나는 김단비. (C)WKBL |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린 24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과 공헌을 한 사람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번쩍거리는 트로피를 받아들고 미소 지었다. 시상식이 후반부로 갈수록 무게감이 더해졌다.
우리은행을 명가로 탈바꿈시킨 위성우 감독은 무려 10번째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위 감독은 수상 소감을 전한 뒤 말미에 "한마디만 더 해도 되는 거죠?"라고 사회자에게 물었다.
추가 소감 시간에 그는 "이건 상과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예전만 해도 좋은 성적으로 여자농구를 알렸다. 지금은 침체해서 국제대회에서 많이 약해졌고, 힘을 못 쓴다. 지도자들도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한계를 많이 느낀다. 선수들이 여태 걸어온 선배님들이 이뤄낸 길을 보면서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해주면 머지않아 한국 여자농구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에 빛났던 한국 여자농구는 점점 국제무대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2023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는 5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받아본 적이 없는 성적표다.
다행스러운 건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굴지의 은행과 보험회사이기에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 여자농구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조금 암담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고 자신할 수 없는 입장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성우 감독은 지금 프로무대 안에 들어와 보호받으며 농구를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좀더 노력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위 감독 역시 여자대표팀을 이끌며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대표팀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위 감독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화답한 건 이날의 주인공 MVP 김단비였다.
김단비는 "2년 전 MVP를 받고 말로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속으로는 힘들었다. 그만할까 고민도 많이 하게 됐다. 난 이제 2년 정도 그랬는데 이걸 10년 동안 느낀 사람이 있다. 위성우 감독님이다. 그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는지 옆에서 보고 배워 압박과 힘든 시간을 잘 이겨냈다. 감독님의 최고의 작품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은 김단비의 소감을 들으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겉으로는 티격태격하는 우스꽝스런 모습도 보여줬지만 위 감독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알고 코트에 서는 선수가 바로 김단비였기 때문이다.
김단비는 왕조를 형성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단비은행'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장본인이다. 코트를 종횡무진 휘저으며 승리를 끌어냈다.
신한은행 코치를 지내며 왕조에 일조했던 위성우 감독은 2012-2013시즌부터 우리은행 지휘봉을 들고 만년 꼴찌를 일약 통합우승팀으로 만들어냈다. 선수 수혈 없이 훈련 하나로 만든 위업이었다.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 왕조시대를 열면서 우승의 기쁨을 쉴새없이 맛보는 사이, 김단비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 누구보다 김단비의 작은 습관까지 잘 아는 위성우 감독은 철벽수비수 박혜진(현 BNK)을 붙여 신한은행 에이스 김단비를 막아냈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에서 임영희(우리은행 코치), 양지희(국가대표팀 코치), 박혜진을 꽃피우게 했다. 모두 MVP를 거머쥐며 코트의 여왕으로 등극시켰다. 혹독한 훈련 속에서 열매를 맺게 하는 건 위 감독의 주특기였다.
위성우 감독은 정이 많은 지도자다. 한 번이라도 위 감독은 겪은 선수들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대표적인 건 임영희의 은퇴 때였다. 인터뷰실에서 위성우 감독이 통곡을 하며 흘린 굵은 눈물은 그의 속마음을 꺼내 보인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김단비는 위성우 감독의 마음 속에 '최고의 작품'으로 남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그의 농구인생 최종 목표인 셈이다.
더불어 김단비는 WKBL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우리 여자농구를 지탱해준 여자프로농구연맹의 존재감을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김단비는 "사실 선수들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편한 걸 추구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했던 헝그리 정신이라는 게 조금 없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가 프로라면 편한 것보다는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진다고 할 만큼 힘든 길을 더 찾아가야 한다. 우리 직업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화려한 것보다는 기본기부터 다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MVP라는 최고의 자리를 재확인한 날 김단비는 위성우 감독의 소감에 화답하고 있었다.
최고의 지도자와 최고의 선수는 시상식에서 박수와 환호에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찰을 통해 의지를 내비쳤다.
두 사람의 이심전심 속에 한국 여자농구의 희망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귀한 시상식은 확 풀린 날씨처럼 푸근하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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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리그 우승 확정 이후 트로피를 들고 대화를 나누는 김단비(왼쪽)와 위성우 감독. (C)WKBL |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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