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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타와 우리은행 경기를 참관한 학생들이 경기 후 선수단에 인사를 위해 도렬해 있다. (C)홍성욱 기자 |
[스포츠타임스=나고야(일본), 홍성욱 기자] 일본 아이치현의 중심인 나고야시 한복판에 도요타 농구부 체육관이 있다.
이곳은 한국 여자 프로농구 구단들이 단골 전지훈련지로 삼는 곳이다. 올 시즌도 KB스타즈를 시작으로 우리은행이 경기를 마치고 떠났고, 12일 신한은행이 이곳 나고야에 도착했다. 주말에는 KDB생명이 역시 도요타 구단과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나고야 인근까지 범위를 넓히면 미쓰비시, 덴소, 아이신, 도요타방직 등 일본 여자 농구 리그(WJBL) 소속 여러 팀이 포진해 있어 한국 팀들과의 교류가 빈번하다.
해마다 전지훈련지를 찾아 일본 구단과의 경기를 살펴보면 두 가지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일본 팀의 선수구성이 매년 달라진다는 점이다. 신인 선수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선수들이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다. 실업팀에 오기 위한 예비 자원들이 워낙 많다보니 경쟁은 자연스럽고 광범위하다.
은퇴를 하는 시기도 서른 초반이 대부분이다. 한국은 서른이 넘어도 주전을 확고하게 유지하다 나이 혹은 몸 상태에 한계가 생겨 선수생활을 마감하지만 일본은 주전을 빼앗기거나 유망주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고참들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결혼으로 인해 농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도요타의 경우에는 기혼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결혼을 하는 것이 선수생활에 장점이기도 하지만 가정에 충실하려고 선수가 은퇴를 고집해도 자리를 메울 선수층이 확실하게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확연히 구분된다.
또 하나 일본 구단 체육관에는 지역 학교 선수들이 경기를 보러 자주 찾아온다.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선수들은 실업 선수들을 우상처럼 생각한다. 특히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면 입을 벌리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학생들은 연습경기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경기 후에는 함께 사진을 찍고 구단에서 기념품을 받아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워낙 팀이 많다보니 로테이션으로 일정을 짜도 1년에 한 번 방문하기도 쉽지 않다. 2015년 기준 나고야시가 속한 아이치현에는 여자 고등학교 농구팀만 193개다. 선수단은 최소 15명에서 20명이 넘는 곳도 많다. 중학교 팀은 무려 361개다. 대학팀도 20개나 있다. 초등학교부터 실업단까지 모두 합하면 아이치현에만 여자농구 팀이 총 668개다. 인구 750만인 지역에 농구팀이 우리나라 전체보다 훨씬 많다.
일본 전역으로 확대해보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여중농구부가 6,576개교, 여고에는 3,770개교가 있다. 대학 농구팀도 326팀이다. 일본농구협회에 등록된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전체 여자팀은 무려 16,575개에 이른다. 등록 선수만 25만명이 넘는다.
시장이 크다보니 용품 시장만 해도 상당하다. 굵직한 브랜드들이 WJBL 구단과 경쟁하듯 후원 계약을 맺는 것은 자연스럽다. 학교 농구부에 있는 선수들이 WJBL에서 뛰는 좋아하는 선수와 같은 용품을 쓰고 싶어 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일본은 이번 2016 리우올림픽에서 8강에 올랐다. 조별예선에선 세계랭킹 4위 프랑스에도 79-71로 승리했고, 우리가 패해 올림픽 출전이 가로막혔던 벨라루스에도 77-73으로 이겼다.
현재 일본 여자농구의 세계랭킹은 13위로 우리나라(15위)보다 높다. 유소년 세계랭킹에선 12위로 한국(18위)과 더 격차가 벌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추격이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대표팀의 위상은 국내 농구 저변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은 2015년 기준 여자 중학교 팀 21개와 고등학교 팀 20개가 있을 뿐이다. 대학부는 9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을 따라간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벅찬 상황이다.
현재 일본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한국지도자나 과거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격차를 좁히기는 점점 어렵다는 중론이다. 한 지도자는 “일본 여자리그에는 외국인 선수가 없다. 하지만 초중고에는 외국 선수들이 귀화를 위해 상당수가 뛰고 있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적절하게 조화를 유지하면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이제는 초석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생활체육형 농구부를 전국 각 곳에 늘려나가는 작업이 확고한 프로젝트하에 이뤄져야 하고, 선수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프로리그와의 연계성을 높여가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임시방편 땜질을 하다가는 더 큰 구멍이 생긴다.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상향식 개혁을 위해 대한농구협회와 한국여자농구연맹이 TFT를 구성해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 및 문화체육관광부와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한국과 신장 차이가 없는데도 세계무대에서 점점 주목받는 일본 농구를 이제는 한국이 그냥 쳐다만 봐서는 안된다.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과 2000시드니올림픽 4강, 2008 베이징올림픽 8강의 성과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학교 농구부 창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 팀과 일본 팀 간의 교류는 일본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훌륭한 연습 상대였고, 기량을 배울 수 있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었다.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기량 발전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일본 팀들은 오랜 시간 유대관계를 해왔기에 해마다 방문과 초대를 이어가지만 조금씩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한국 농구가 세계무대에서 다시 성과를 내려면 냉철한 상황진단, 장기적인 안목에 의한 계획수립 및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가 일본에게 배워야 할 때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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