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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리 사태’ 이제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홍성욱 기자 | 2016.07.25 02:54
첼시 리. (C)WKBL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신분 사기’로 축약되는 ‘첼시 리 사태’가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뛰어서는 안 될 선수가 한 시즌을 버젓이 뛰면서 2015년 10월 31일부터 시작된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는 WKBL(한국여자프로농구)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시즌으로 남게 됐다.

경기가 진행되는 코트에 선수와 심판이 아닌 제 3자가 잠깐만 침입해도 경기가 즉각 중단되는 마당에 부정선수가 한 시즌 내내 뛰면서 리그 질서를 파괴하고 농구팬들을 기망(欺罔)한 것은 과연 어떻게 정리돼야 할까.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팬들은 할 말 조차 잃었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사 초유의 사태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특별귀화를 추진하던 첼시 리는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했고, 이 서류가 위변조 됐다는 정황은 지난 4월 26일 세계일보가 가장 먼저 보도했다. 벌써 3개월 전의 일이다.

시간이 흘러 6월 15일 검찰은 첼시 리가 제출한 서류가 위조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첼시 리의 소속구단인 KEB하나은행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고, WKBL은 해외동포선수 규정을 손질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이사회와 재정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의 제재수위나 기록 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한 국가대표 여자농구팀 격려차 현지를 방문했던 신선우 총재는 사건이 터지자 귀국일정을 앞당겼고, 기자들과 만나 “연맹이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지겠다”라고 말했다.

그 사이 첼시 리 사태는 미국 ESPN과 영국 BBC 등 세계 언론에 보도되며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7월 5일에 KEB하나은행은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이 사임했고, 한종훈 사무국장은 감봉 징계를 받았다. 선수단과 행정을 이끈 책임자들이 줄줄이 처벌을 받으며 책임을 나눠진 가운데 조성남 단장의 사의 표명은 반려됐다.

같은 날 연맹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첼시 리는 영구 제명됐고, 지난 시즌 개인기록과 수상기록도 모두 삭제키로 했다. 관련 에이전트 2명에도 무기한 활동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KEB하나은행의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성적도 말소했고, 시상금도 환수 조치했다. 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 드래프트도 6번과 12번에 고정됐다.

KEB하나은행이 상당히 불이익을 받은 것 같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최소 수위의 징계다. 첼시 리에 대한 영구 제명은 당연한 조치였고, 하나은행의 성적도 말소가 아닌 몰수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첼시 리의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이 현재는 모두 인정되는 상황이다. 나쁜 선례다.

또한 WKBL도 다시 한 번 국민과 농구팬 앞에 사과했지만 연맹 임직원의 징계나 처벌은 전혀 없었다.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재정위원회가 열렸지만 총재 자문기구에 불과한 재정위에서 연맹에 대한 책임과 징계를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사회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결국 연맹은 첼시 리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첼시 리 사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첼시 리는 현재 일시기소중지 상태다. 첼시 리가 입국을 미루며 버티기로 일관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사태가 법적으로 장기화될 경우 WKBL과 KEB하나은행은 혹을 안고 가야 한다.

결국 먼저 출구전략을 꺼내 첼시 리 사태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 우선 WKBL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갈 생각을 해선 안된다. 규정집을 통으로 손 보더라도 이번 사태에 무한책임을 느껴야 한다. 큰 배에 구멍이 나 물이 들어왔을 때 선장과 각 부문 책임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WKBL은 이번 기회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간 상벌과 제재에 관대했다면 앞으로는 이에 대해 정확하고 분명하게 처리 방침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큰 사건이나 상황도 종료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실례로 이번 사태는 에이전트로부터 시작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두 에이전트는 결국 큰 사건을 저지른 뒤, 무기한 활동정지 됐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과거 임신한 외국인 선수를 구단에 소개한 에이전트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갔던 전례가 모아져 부른 큰 화다.

팬들도 언제까지 ‘첼시 리 사태’에 갇혀있을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선 WKBL이 출구전략을 만들어 팬들 앞에 제시해야 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총재의 발언은 아직도 유효하다.

KEB하나은행도 농구팬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사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급한 연봉 환수 문제와 이적동의 문제도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여자농구는 첼시 리의 등장과 함께 잃어버린 시즌을 겪었다. 이제는 모두가 힘을 합해 새로운 목표와 비전을 향해 가야한다.

아직은 기회가 있다. WKBL의 첼시 리 출구전략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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