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대한민국 최고의 세터 이효희(한국도로공사)가 ‘1만 세트’에 도달했다.
이효희는 지난 2일 성남 IBK기업은행전 3세트에서 고예림에게 올린 토스가 공격성공으로 이어지며 V리그 통산 1만 세트를 기록하게 됐다. 리그 출범 이후 나온 또 하나의 금자탑이다.
사흘이 지난 5일 성남 흥국생명전 도중 1만 세트에 대한 시상식이 열렸다.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효희는 “배구 인생 처음으로 경기 중간에 상을 받았어요”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 배구 선수 최고의 영예인 MVP를 수상했던 이효희지만 V리그 288경기를 치러내면서 경기 중에 받는 시상이 처음이란 점도 이색적이었다.
이효희는 “블로킹이나 서브는 본인이 스스로 잘해야 만들 수 있는 기록이지만 세트는 공격수들이 잘해줘야 하죠. 그 동안 제 공 때려준 공격수들이 생각났어요. 4팀을 거치면서 정말 많은 공격수들을 만난 것 같아요”라며 감회에 젖었다.
2일 저녁과 3일 오전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이효희의 휴대폰을 흔들어댔다. 가장 인상적인 건 지난 시즌까지 함께 했던 박정아(IBK기업은행)의 메시지였다. 이효희는 “정아가 1만번 째 토스를 내가 아닌 고예림에게 올렸지만 1만5천번 째나 2만번 째는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다며 고마워했다.
이효희는 명세터이면서 우승청부사로 불린다. 그가 몸 담았던 팀은 예외 없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V리그 원년인 2005년 KT&G(현 KGC인삼공사)와 2007-2008시즌 흥국생명에 이어 2012-2013시즌에는 IBK기업은행까지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명품토스가 빚어낸 결과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 신분으로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이효희의 목표 역시 팀의 통합우승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토스로 한국 배구의 20년 숙원을 이뤄낸 이효희의 이어지는 목표인 셈.
현재 소속팀인 도로공사는 16승7패 승점 46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효희도 세트 부문에서 10.690개(세트 당)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승을 향한 행보는 순조롭다.
이효희는 “우승 하나만 생각합니다. 다른 목표 아무것도 없고요. 우승에 대한 간절한 생각 밖에 없어요”라고 말한다. 부드러운 말 뒤로 강한 의지와 염원이 느껴졌다.
그의 토스는 빠른 발과 정확한 판단력에서 나온다.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면서 빠르게 공을 올린다. 이효희의 토스를 받아 본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처음에는 적응기간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며 찰떡궁합으로 이어진다.
도로공사가 1라운드 2승3패로 주춤했지만 2라운드 4승1패에 이어 4라운드 전승과 함께 9연승을 내달린 것도 이효희의 명품 토스가 선수들과 어우러지며 가능했다.
서남원 감독은 “1만 세트는 대단한 기록이다.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좋은 세터라고 판단해 영입했는데 함께 지내면서 확실히 느끼고 있다.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며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서른다섯인 이효희는 남은 선수 생활 꿈을 묻자 “도로공사 우승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볼래요”라며 웃는다. 몸이 허락하는 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숨어있는 말이다.
V리그 출범과 함께 코트를 누비며 생동감 넘치는 포물선을 수없이 그려냈던 이효희.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점프토스는 앞으로도 계속 배구 팬들과 함께할 전망이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이효희의 시상장면과 토스. 도로공사 제공. 스포츠타임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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