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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00세트에 V리그 남녀 최초로 도달한 이효희. (C)KOVO |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그의 무대(舞臺)는 매트가 깔린 코트다.
그는 그 곳에서 뛰고 또 뛰었다. 무릎과 발목에 순간적인 힘을 줘 도약한 뒤, 정확한 토스를 민첩하게 보냈다. 공격수의 날갯짓이 코트에 내리 꽂히는 스파이크로 마무리 되는 순간은 세트의 성공을 확정짓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의 대사(臺詞)였다.
그러기를 무려 1만 하고도 3천 번. V리그 출범 이후 남녀 통산 역대 최초로 그 높은 고지에 도달했다. 주인공은 이효희(한국도로공사)였다.
2017년 12월 17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2세트. 팀이 7-5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신연경의 서브 때 동료 임명옥의 리시브를 받은 이효희 세터는 정확한 토스로 레프트 박정아의 공격 성공을 이끌었다. 국내 최고 세터 이효희가 13,000호 세트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2세트가 끝나고 시상이 이뤄졌지만 이효희는 웃지 않았다. 1세트와 2세트를 모두 상대에 내줬기 때문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효희는 “‘지금 내가 여기 서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표정이 밝을 수가 없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경기는 도로공사의 3-2 역전승으로 끝났다. 3세트 18-23으로 5점을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도로공사는 7연속 득점으로 세트를 따내며 기사회생했고, 4세트와 5세트까지 잡아내며 결국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효희의 배구인생을 축소해 놓은 듯 했다. 그는 재능이 넘쳤고, 성실함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배구인생의 고비를 하나 둘 넘어왔다. 아직도 큰 고비 앞에 선 상황이다.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이효희의 표정 속에 모든 게 담겨있었다.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지었지만 그 속에 겹겹이 쌓인 고민들이 숨겨져 있었다.
아무도 걷지 못한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효희는 대기록을 세운 것보다 승리한 기쁨에 도취돼 있었다.
그는 “제가 공격수 복이 많았지요. 좋은 선수들이 생각 납니다”라고 했다. 가장 생각나는 선수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한 명을 꼽을 수는 없어요. 한국에 없는 김연경 선수로 할래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효희가 1만 세트에 도달했던 건 2015년 2월 2일 성남 IBK기업은행전이었다. 당시 공격을 성공시킨 고예림은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고, “1만 5천 번째나 2만 번째는 나에게 기회를 달라”며 축하메시지를 보낸 박정아는 동료가 돼 1만 3천 번째 세트를 완성시켰으니 이 또한 운명처럼 다가온다.
이효희에게 기록행진이 얼마나 이어질지 물었더니 “저도 모릅니다. 배구를 하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할래요”라고 상냥한 말투로 통상적인 대답을 했다.
그는 코트의 야전사령관이다. 더구나 팀에선 플레잉코치 직함까지 받았다. 상대 블로킹을 보고 순간적으로 일대일 공격기회를 윙스파이커에게 만들어주는 능력은 탁월하다. 여기에 전광석화 속공은 전매특허다. 도로공사와 상대하는 팀들은 속공봉쇄에 사활을 걸 정도다.
이효희 세터가 자부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는 “세터이기에 토스가 중요하지만 코트에서 상황을 읽고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 만큼은 제가 자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감독과 코치가 벤치에서 낼 수 있는 소리도 중요하지만, 코트에서 직접 공을 대하는 선수의 리더십은 팀에겐 엄청나게 큰 힘이었다.
중계방송이 아닌 체육관을 찾아 직접 경기를 보면 이효희가 동료 선수들에게 공의 방향과 다음 플레이에 대한 손짓과 토크를 주도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팀 승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분배의 미학’, ‘분배의 정석’ 등 이효희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도 많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았고, 지금 위치에서 만족하지도 않는다. 더 좋은 경기력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노력한다.
이효희의 무대는 이어진다. 그의 대사도 계속된다. 그가 그리는 아름다운 포물선도 지켜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공에 혼을 담고 싶다’는 그의 배구 철학을 엿볼 시간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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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희가 대기록을 달성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C)KOVO |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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