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배구 홍성욱의 배구산책
[홍성욱의 배구 산책] ’교체 카드’로 우승 이끈 산틸리 감독
홍성욱 기자 | 2021.04.18 13:10
대한항공 선수들이 산틸리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C)KOVO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은 대한항공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은 창단 첫 통합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V2 위업에 성공했습니다.

한 시즌 전인 지난 2019-2020시즌 대한항공은 시즌을 2위로 마쳤습니다. 자력 1위 가능성도 남아 있었고, 포스트시즌이 열렸다면 우승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시즌이 중단됐습니다. 대한항공은 최종 2위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대한항공은 계약이 만료된 박기원 감독과 작별하고, 이탈리아 출신인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에 지휘봉을 맡겼습니다.

대한항공은 산틸리 감독에게 백업 멤버의 실전 투입을 기대했습니다.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국내 감독으로는 어렵다는 결론이었기에 산틸리 감독을 과감하게 선택했습니다. 선수에 대한 선입견이 자리 잡은 국내 감독은 거침 없는 선수 교체를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프런트의 판단이었습니다. 이는 사실이었습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외국인감독이 오면 선수에 대한 평가는 그 때부터 시작됩니다.

산틸리 감독이 부임한 뒤, 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센터진이 약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센터 트레이드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유럽 배구는 센터진의 블로킹, 혹은 유효블로킹 위주로 경기를 풀어냅니다. 수비는 그 다음 입니다.

대한항공은 김규민의 입대와 진상헌의 이적으로 센터 라인이 약화됐습니다. 산틸리 감독은 보강을 원했지만 보강을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나머지 포지션의 우위라는 무기도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한 발 물러선 산틸리 감독은 팀이 보유한 센터진 4명에 대해 선입견 없이 훈련 시켰습니다. 그 결과 조재영이 가장 많은 기회를 얻으며 1번 센터로 활약했습니다. 진지위, 진성태, 이수황도 교체로 기용됐습니다. 챔피언결정전에 앞서 진지위는 이미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했고, 진성태가 허리 부상을 당하자, 산틸리 감독은 손현종을 준비시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산틸리 감독 체제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선수는 임동혁이었습니다. 임동혁은 비예나의 부상 공백 기간 동안 라이트로 맹활약했고, 이후에도 중요한 순간 중용됐습니다. 오은렬 리베로의 기용 또한 그랬습니다.

화룡점정은 유광우 세터의 중요한 순간 기용이었습니다. 산틸리 감독은 이번 시즌 가장 어려웠던 상황을 떠올려달라는 질문에 챔피언결정전 5차전 3세트를 꼽았습니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는 우승의 분수령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작 직후 3-7로 끌려가며 위기 상황이 됐습니다.

산틸리 감독은 유광우 세터를 투입했습니다. 요스바니 대신 임동혁도 함께 투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 아니면 도였다. 나는 모험을 걸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유광우의 풍부한 경험은 다시 한 번 힘을 발휘했습니다. 유광우는 안정적인 토스에 블로킹 득점까지 올리며 16-18 접전 상황에서 바통을 넘겼습니다.

산틸리 감독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유광우의 블로킹 득점 때 역전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승을 이끈 산틸리 감독은 한국에서의 1년이 강렬하게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때로는 심판에게 필요 이상의 어필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고, 구단주가 리그 커미셔너인 상황에서 이미지를 실추 시킨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산틸리 감독은 교체 카드를 사용하며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그는 “1년 동안 만나지 못한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내와의 사별 이후 객지 생활을 했던 산틸리 감독에게 아이들과의 재회는 매우 특별할 것 같습니다. 산틸리 감독은 4월 말 한국을 떠납니다. 목에 건 금메달과 함께 추억 또한 그득할 것 같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성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