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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명’ 숭의여고 박주희의 가장 길었던 4분 30초
홍성욱 기자 | 2017.11.21 12:23
KB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박주희. (C)KB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2017-2018 WKBL(한국여자프로농구) 신입선수 선발회가 열린 21일 신한은행 본점 20층 대강당. 오른편 좌석에는 지명을 신청한 24명이 두 줄로 앉아 있었다.

앞줄에 앉아 동료들과 천진난만한 대화를 나누던 박주희(숭의여고)의 표정은 밝았다. 약간 상기됐지만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신인지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박주희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졌다. 좌우에 앉았던 동료들은 일찌감치 호명됐고, 맨 오른편에 있던 정금진(수피아여고)도 3라운드에서 우리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3라운드 지명이 마무리되면서 고교 졸업생 신청자 9명 가운데 남은 건 박주희 뿐이었다. 3라운드에서 4개 구단이 지명 포기 의사를 전하자 박주희의 눈에는 결국 눈물이 고였다. 손가락으로 슬쩍 눈물을 닦아냈지만 다시 흐르는 눈물은 감출 수 없었다.

진행자는 4라운드 지명에 대한 구단의 의사를 물었다. 이미 3명을 뽑은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은 포기의사를 전했고, 나머지 4개 구단은 3라운드에서 포기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KB스타즈가 지명 포기의사 대신 정회 시간을 요청했다. 3분이 흘렀고, 남은 시간은 2분이라는 안내가 전달됐다. 박주희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KB스타즈 장원석 사무국장과 정상호 지원팀장은 강당 밖으로 나간 상황이었다. 1분 30초가 더 지나고서야 두 사람이 밝은 표정 속에 강당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안덕수 감독이 단상으로 뚜벅뚜벅 향했다.

박주희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신발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이클조던의 23번이 새겨진 양말을 신고왔지만 아무 표정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순간 안덕수 감독의 쩌렁쩌렁한 음성이 들려왔다. “청주 KB스타즈는 숭의여고 박주희를 지명하겠습니다”라는 너무나 듣고 싶은 그 목소리였다.

박주희는 “아~”라는 탄성 속에 정신없이 단상을 향했다. 유니폼을 입고, 안 감독과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돌아올 때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긴장 또한 풀렸다.

지명 직후 박주희는 “프로 팀에 뽑혔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기대로 이 자리에 왔어요. 하지만 3라운드가 지나면서도 이름이 불리지 않아서 너무너무 초조했습니다. 정말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KB스타즈는 당초 2명만 뽑기로 계획을 세웠다. 유니폼은 사이즈 별로 세 벌을 가져왔지만 꽃다발은 2개만 준비했다. 추가로 한 명을 뽑는 건 은행 본부의 승인이 필요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졌다.

안덕수 감독은 “여자농구 활성화를 위해서 한 명을 더 뽑기로 결정했다. 대승적인 차원이다. (박)주희는 이영현 코치의 제자였고, 슛이 좋은 선수다”라고 말했다.

박주희의 어머니 최순희 씨는 가족석 맨 뒷줄에 앉아 가슴만 졸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해 딸이 오늘에 이르는 동안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한 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딸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딸의 눈물을 본 어머니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최순희 씨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딸이 좋은 결실을 맺게되니 정말 감격스럽네요. 이제 고3 엄마도 끝났어요”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제 박주희는 KB스타즈 훈련장인 천안 챔피언스필드로 향한다. 장기가 3점슛이라고 당차게 말한 박주희. 세상에서 가장 긴 4분 30초를 보냈지만 열매는 달콤했다.

그의 농구인생 2막은 이렇게 열렸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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