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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학교 야구를 바꾼다” 최향남 글로벌선진학교 감독
홍성욱 기자 | 2017.01.04 06:22
최향남 감독이 글로벌선진학교 정문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훈련이 없는 오전 시간에는 서류를 들고 다니며 행정일에 집중한다. (C)문경, 홍성욱 기자

[스포츠타임스=문경, 홍성욱 기자] 최향남은 포기를 모르는 집념의 사나이다. 그는 ‘도전’을 위한 길이라면 지구 어디라도 주저하지 않고 짐을 꾸려왔다. 야구인의 최종 목표인 미국 무대는 물론이고, 일본 독립리그와 남미의 도미니카리그에서도 글러브를 꼈다. 유럽의 오스트리아에도 문을 두드리며 도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런 최향남이 꼭 1년 전인 2016년 1월 경상북도 문경으로 향했다. 친구가 감독으로 있는 글로벌선진학교에서 재능기부로 후배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KBO리그 복귀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계획은 차곡차곡 진행됐다. 하루하루 몸을 만들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 후배들을 지도했다. 그러던 중 감독과 코치가 동시에 팀을 떠나게 됐다. 야구부 학생들은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고심하던 최향남은 학교에 남기로 했다. 이는 현역 복귀의 꿈을 접는 중대결심이었다. 지난해 8월 10일. 그는 글로벌선진학교 야구부 감독 겸 부장으로 취임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을 겸하는 동시에 행정적인 일도 모두 책임지게 됐다.

글로벌선진학교 수업시간. 원어민교사의 영어수업에 야구부 학생들도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C)문경, 홍성욱 기자

최향남 감독은 “단 한 번도 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야구를 하는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끌림이 있어 남기로 했다”라고 운을 뗐다.

글로벌선진학교 야구부원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닷새 동안 수업에 의무적으로 참석한다. 오후 2시 40분에 마무리된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수학 시간에도 영어로 설명을 한다. 학교를 돌아보던 중 마침 쉬는 시간이라 야구부 학생들을 복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수업 참관 절차를 통해 교실로 들어갔다.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 야구부원들도 영어로 발표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진 촬영 허가도 야구부 학생이 원어민 교사에게 유창한 영어로 양해를 구해 동의를 얻었다. 다른 교실의 한국인 교사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수업 2시간이 끝나자 야구부원들은 하나둘 짐을 챙겨 중앙 현관에 모였다. 그리고는 버스에 올랐다. 훈련장인 문경야구장은 차로 15분 거리였다. 내외야가 잘 갖춰진 드넓은 야구장 두 면을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야구부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하며 몸을 풀고 있다. (C)문경, 홍성욱 기자

최향남 감독은 “훈련은 외부에서 3시간을 한다. 오후 6시에 학교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조금 쉬었다가 실내에서 1시간 훈련을 하면 마무리된다.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수업에 참관하는 것은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공부를 잘하면서 야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최 감독은 “해마다 전국에서 야구부 고3학생 1천명 가량이 배출된다. 그 가운데 프로지명은 100명 뿐이다. 프로에 가지 못한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특기생으로 대학을 간다. 거기에도 들지 못하면 막막해진다. 이게 현실이다. 또한 의기양양하게 프로에 가도 100명 가운데 2~3명만 스타가 된다. 나머지 선수들은 소리 없이 프로생활을 중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라며 현실을 언급했다.

그랬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최 감독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 학교 야구부에 올해 졸업하는 고3이 13명이었다. 프로지명은 받지 못했지만 2명이 야구 특기로 대학에 가게 됐다. 8명은 공부로 일반대학에 진학했다. 나머지 3명은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부를 계속 해오다 보니 진로에 대해서도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최 감독의 지도는 세부적이다. 공의 궤적을 손으로 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C)문경, 홍성욱 기자

물론 야구부에 소속된 선수들은 야구에 욕심을 낸다. 자질이 충분한 선수도 있다. 최향남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야구를 잘해서 야구의 꿈을 이루는 선수도 늘어날 거라고 판단한다. 그걸 돕는 게 내 일이다. 그와 동시에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역시 내 몫이다. 그래서 영어를 하면서 야구를 가르칠 수 있는 코치를 찾고 있다”라며 욕심을 냈다. 끝까지 공부 얘기가 따라다녔다.

최 감독은 주말에도 쉴 틈이 없다. 토요일은 훈련 시간을 늘려 여유있게 진행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주말리그 경기도 이 때 주로 열린다.

최 감독 부임 이후 4개월. 아직은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점점 자신감이 붙고 있다. 대구고와의 주말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고, 최근에는 원주고, 도계고 등 엘리트 선수들로 이뤄진 학교를 상대로 한 연습경기에서 3승 1패를 했다.

글로벌선진학교 에이스 투수 공기태의 투구를 지켜보는 최향남 감독. (C)문경, 홍성욱 기자

최 감독은 “맨날 콜드게임으로 지다가 요즘은 경기 상대가 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중요한 건 우리가 가진 실력의 90%를 유지하는 것이다. 상대가 80%만 발휘한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마인드가 중요하다. 야구란 나의 준비 상황에 따른 결과다. 공부도 그렇겠지만. 현역 시절 나를 돌아보면 꼭 그렇다. 내가 준비가 잘 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을 땐 3할 타자도 두렵지 않았지만 반대로 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선 1할 타자도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지도자를 꿈꿔왔다. 현역의 꿈을 쉽게 놓지 못했지만 가르치는 위치가 된 지금은 현역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최 감독은 “지도자는 팩트를 바탕으로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확실하게 하나씩 가르쳐야 한다. 쉬운 길이 아니란 걸 잘 안다. 나 또한 수십 년이 걸려 터득해왔는데 그걸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단기간에 알 수 있겠나. 하지만 기간을 줄여주고 싶다”며 욕심을 냈다.

그는 부상에 대한 연구에 심취해 있었다. 결국은 부상과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야구는 반복운동 속에서 달인이 되는 과정인데 부상을 만나면 무참히 끝난다. 꾸준함이 떨어진다”라고 강조했다.

포수 박현수의 폼을 교정하고 있는 최향남 감독. (C)문경, 홍성욱 기자

자연스레 부상 방지로 이어졌다. 최 감독은 “잘 쉬고,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도 포인트다. 이성교재에 대한 부분 또한 철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른 중반 이후 까지 야구를 한 선수들에 대해 ‘존경’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은퇴한 송진우 해설위원이나 현역인 이승엽을 거론하기도 했다.

최 감독에게 현역시절 기억을 물었더니 “LG 때 선발로 재미있었다. 함께 뛴 해리거 생각도 난다. 롯데로 가면서 마무리로 즐겁게 야구를 했다. 이후 미국 생활은 ‘판타스틱’으로 정리하고 싶다. 36살에 시작해 39살까지 4년 간의 도전이었다. 나는 모든 걸 쏟아부었고, 다 가졌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KIA로 돌아와선 열정을 쏟아부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제는 지도자가 된 최향남은 인터뷰 말미에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결국은 컨디션이다. 그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되고 선수생명에도 영향을 준다. 야구를 잘 하는 것과 오래 하는 것을 동시에 이루는 후배 들을 키워내는 것이 내 일이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쉬는 날이 없지만 지금 즐겁게 뛰고 있다는 최향남 감독 겸 부장은 “열정으로 살고 있다. 나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이 곳에도 계시다. 더 열심히 살겠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선수들을 지도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최향남 감독. (C)문경, 홍성욱 기자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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