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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피플] 의리와 눈물로 사는 남자, SIKM 이상걸 대표
홍성욱 | 2015.05.27 08:48


[스포츠타임스=홍성욱 선임기자] 지난 317일 청주체육관.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 KB스타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렸다. 스탠드 한 쪽에는 원정 나온 신한은행 관중들이 파란 유니폼을 입고 자리했다. 전날 인천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패했기에 사뭇 비장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원정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62-65로 역전패했다.

 

4쿼터 종료와 동시에 선수들은 코트에서 눈물을 보였다. 챔프전 탈락과 동시에 시즌이 마무리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때 스탠드에서 연신 눈물을 훔치는 중년 남성이 보였다. 바로 이벤트업체 SIKM의 이상걸 대표였다.

 

그로부터 2주 뒤인 331일 화성종합경기타운.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열렸다. 정규시즌 우승팀 한국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IBK기업은행에 2연패로 몰려있었다. 벼랑 끝 반전을 노렸지만 이날 역시 0-3 완패였다. 이 대표의 눈에선 또 다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선수들을 취재하던 중 이 대표 앞을 지나쳤다. 잠시 발길이 멈췄다. 눈물의 의미를 물었더니 그는 잠시 조명이 쏟아지는 체육관 천장을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평소엔 눈물이 없어요. 그렇지만 시즌이 끝날 때쯤 되니 감정이 복잡해집니다. 짧은 휴가를 마친 우리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고된 훈련을 이겨낸 걸 알고 있으니 이렇게 끝나면 안타깝고 아쉬운 느낌이 몰려오네요.”

 

그는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구단의 이벤트를 책임졌다. 종목이 다른 두 구단을 맡아 동분서주하다보니 계절은 어느덧 가을에서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다시 비시즌. 그 역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사실 스포츠 이벤트의 영역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무심코 보면 구단 캐릭터와 치어리더만 눈에 들어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시스템을 컨트롤해야 한다. 우선 영상이 포함된 전광판과 음향시설을 작동시켜야 하고, 각종 특수효과 설비 조정도 필수다.

 

인력도 상당하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에 장내 아나운서도 포함된다. 경호요원과 안전요원도 여럿이다. 진행요원들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조화를 이뤄내며 소홀함 없이 경기를 치러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조력자들이 있기에 경기는 풍성해지고, 선수들은 더 큰 박수를 받는다.

 

의류업을 하던 이상걸 대표는 2004년 한국시리즈 때 현대유니콘스에 응원용 바람막이를 납품하면서 스포츠업계와 연을 맺었다. 종목은 달랐지만 자연스레 신한은행 농구단 의류 납품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매 경기마다 체육관을 찾게 됐고, 식상한 이벤트를 보면서 직접 진행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의 욕심과 구단의 기대치는 접점에서 만났고, 마침내 2006시즌부터 신한은행의 이벤트를 담당하게 됐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었다. 2006시즌 개막전 때 전광판에 선수 이름 한 명이 잘못 소개됐다. 이 사건 이후 그는 모든 행사와 과정을 더욱 꼼꼼히 챙기게 됐다. 사장이라고 경기장에 늦게 오는 법은 없다. 직원들과 함께 나와 경기장 점검을 하고, 손님들을 맞는다. 구단 임직원들은 물론이고, 선수 가족들과도 살갑게 지낸다. 동선이 길다보니 경기가 열리는 날 허리에 찬 만보계는 두 바퀴를 훌쩍 넘긴다. 지난 시즌에만 열 켤레 넘는 양말에 구멍이 났을 정도다.

 

시즌이 끝나면 새로운 과제가 생긴다. 창조적인 기획이 필요한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과 미국으로 건너가 농구 경기를 유심히 관찰한다. 라스베이거스 쇼에서도 힌트를 얻는다.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돌아다니며 연구한다. 고가장비 구입을 위해 미국 동부의 업체를 직접 찾아 2주 동안 머무르며 작동원리를 파악한 뒤, 주문제작을 하고 온 일화도 있다.



 

그런 이 대표의 곁에는 항상 아내 노승원씨가 함께 한다. 경기장에서도 아내의 내조는 빈틈이 없다. 굵직한 부분은 이 대표가 챙기고, 섬세한 부분은 승원씨의 몫이다. 부창부수(夫唱婦隨)가 따로 없다.

 

이처럼 아내와 함께 현장을 누비는 이 대표의 목표는 가족중심의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경기장을 만드는 것. 이것이 결국은 사랑받는 구단을 만들기 위한 종착역이라 믿는다. 이를 위해 항상 고민이 많다.

 

이상걸 대표는 아이돌 콘서트장처럼 응원 열기가 넘쳐나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편하게 올 수 있는 경기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가족중심의 다양한 이벤트를 다양하게 준비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그의 목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스포츠 이벤트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어 성실함과 노력으로 최고의 위치에 선 이상걸 대표. 끼가 넘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젋은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난다면 이 분야의 발전속도도 상당할 것으로 그는 굳게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돌아오는 시즌 바람이 있다고 했다. 무엇이냐고 되물었더니 신한은행이 6연 연속 통합우승의 명성을 되찾는 것과 도로공사의 통합우승입니다라고 말했다. 한 번 맺은 연을 중시하는 그의 열정이 묻어나는 한 마디였다.

 

홍성욱 선임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이상걸 대표. 신한은행, 도로공사 구단 제공]

 

홍성욱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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