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시어머니 용병이 등장했다. 그것도 무려 4년이나 어린 동생이 1년 먼저 팀에 왔다는 이유로 고참 행세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 한새의 샤샤 굿렛. 며느리처럼 이것저것 물어보며 눈치를 보는 선수는 샤데 휴스턴이다.
90년생인 샤샤 굿렛은 지난 시즌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을 함께 지냈다. 위성우 감독에게 혼도 많이 나고,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느라 때론 설움도 겪었다. 그러나 열매는 달콤했다. 정규시즌 우승과 챔프전 우승으로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고, 선수단의 하와이 여행 때는 미국 본토에서 가족까지 대동하고 합류해 망중한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게 된 샤샤 굿렛. 서울에 다시 오니 모든 것이 익숙했고, 적응은 필요없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은 여유도 찾을 수 있게 됐고, 때론 한국 생활을 즐기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
반면 새로 합류한 샤데 휴스턴은 상황이 달랐다. 86년생인 그는 지난 시즌 삼성생명의 대체선수로 왔다가 시즌 종료와 함께 일찍 귀국길에 올랐다. 아직은 모든 게 생소했다. 더구나 팀도 바뀌고 환경도 낯선 상태. 말이 통하는 샤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계속되는 질문에도 자상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샤샤 굿렛은 훈련이 시작되자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첫 훈련에 들어가기 직전 샤데에게 “오늘은 4-8-16 사이드스텝을 뛰게 될 거야. 그런데 엄청 힘들어. 하다 죽을지도 모르니 단단히 각오해”라며 잔뜩 겁을 줬다.
농구 코트 양쪽을 4차례, 8차례, 16차례 빠르게 반복하는 고강도 훈련이었다. 정작 훈련을 시작하니 펄펄 날아다닌 건 샤데였고, 겁을 준 샤샤는 헉헉거렸다. 동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샤샤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기 바빴다.
훈련 마무리 때는 백보드에 5분 동안 공을 차례로 튕기는 일명 ‘탭치기’훈련이 이어졌다. 중간에 공이 땅에 떨어지면 다시 시작한다. 상황을 몰랐던 샤데는 다음 순서인 샤샤를 보지 못하고 공을 살살 튕기다 그만 공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순간 모든 선수들의 시선은 샤데를 향했다.
이때 샤샤가 나섰다. “몰랐어? 이거 떨어뜨리면 다시 5분 동안 해야 돼.”
샤데는 “그래?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하네. 미리 알려줬어야지”라며 겸연쩍어했다.
샤샤는 “나한테 미리 물어봤었어야지. 여긴 원래 이래”라며 선배 노릇을 제대로 했다. 선수들은 ‘탭치기’를 다시 시작했지만 시어머니 같은 샤샤의 행동에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샤샤’와 ‘샤데’로 이름이 비슷해 급기야는 선수들까지 헷갈리자 주장 임영희가 ‘춘자’와 ‘영자’라는 별명을 지어오기도 했다. 가수 ‘춘자’와 닮았다며 샤데 휴스턴에게 ‘춘자’라고 붙여줬고, 개그우먼 이영자와 몸집이 흡사하다고 해서 샤샤 굿렛에게는 ‘영자’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아직 정착단계는 아니다. 두 선수끼리는 “샤~” 와 “샤샤”로 부른다.
둘은 구단이 마련해준 체육관 인근 아파트에서 함께 지낸다. 방이 4개라 2개씩 나눠 쓴다. 아파트 안에 들어가면 철저히 개인 시간을 갖는다. 쉬는 게 대부분이고, 책을 보거나 가족과 통화도 이뤄진다. 그렇지만 두 선수의 잡담 시간은 필수코스.
통역을 담당하는 유미예씨는 “두 선수가 정말 친하게 지낸다. 샤샤가 경험이 있어서 샤데를 많이 도와준다. 샤샤 덕분에 내가 할 일도 조금 줄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기자를 만난 두 선수는 친하게 된 계기가 있냐고 묻자 “친한 계기? 우린 서로 싫어한다. 다른 사람이 보이는 곳에서만 친한 척 한다”며 대답한 뒤,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붙임성이 좋은 샤데 휴스턴은 곧 ‘적응완료’ 시기가 오면 며느리 자리를 박차고나와 ‘언니 노릇’을 제대로 할 참이다.
경기 때도 “좋아~”, “괜찮아~” 라며 한국말로 격려하는 두 선수는 교체가 이뤄질 때도 “샤샤 5분 남았어”, “샤~ 끝까지 버텨”라며 미션을 주고받기도 한다.
두 선수의 활약 속에 우리은행은 개막 4연승을 내달리며 통합 3연패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장난꾸러기 시어머니 샤샤 굿렛과 완벽한 언니로 변신을 꾀하는 샤데 휴스턴의 대화 속에 선수단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셀카놀이를 하고 있는 샤데(왼쪽)와 샤샤. 스포츠타임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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