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타임스=후쿠오카(일본), 홍성욱 기자] 승부의 세계는 비정하다. 하나가 웃으면 하나는 울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나와 적은 동료다.
2014 재팬시리즈는 한국인 선수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투타대결도 기대됐다. 동갑내기 두 선수는 팀의 핵심플레이어였다.
1차전은 오승환이 히어로였다. 9회 등판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2차전과 3차전은 이대호가 영웅이었다. 홈런을 터뜨렸고, 명품수비까지 뽐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러나 4차전은 두 선수 모두에게 힘든 경기였다. 이대호는 1회 손목 부상을 당하더니 결국 4회에 교체됐다. 오승환은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루가 지나고 아픔은 조금 가셨다. 그리고 둘은 야구장에서 다시 만났다. 오늘은 먼발치에서였다. 다가갈 수 없었지만 수신호를 건넸다. 이대호가 먼저 동그라미 표시를 표였다. ‘괜찮냐?’는 의미였다. 어제 오승환의 쓰라림에 팀은 승리했지만 오승환을 마음으로 챙기는 수신호였다.
오승환도 훈련을 위해 외야쪽으로 걸어가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두 번 했다. 먼저는 괜찮다는 의미였고, 다음번 동그라미 표시는 ‘난 괜찮다. 너 아픈데는 어떠냐’는 의미였다. 이대호는 주먹 쥔 손을 다시 동그라미로 바꿨다. ‘괜찮다’는 의미였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있던 두 선수는 이날 가장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라운드에서, 그것도 타국에서 새로운 야구, 새로운 문화를 견뎌내고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 큰 부담을 지고 경기에 나서는 마음은 둘 말고는 헤아릴 수 없었으리라.
또 다시 경기가 시작됐다. 이대호는 지명타자로, 오승환은 출격명령을 기다리며 불펜에 섰다. 유니폼의 색깔은 다르고, 승패는 세 시간쯤 지나 갈리겠지만 둘 사이의 돈독한 우정은 한 겹씩 쌓이고 있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사진=이대호와 오승환이 4차전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OSEN 이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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