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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79) SOOP의 페퍼저축은행 인수가 아직은 반갑지 않은 이유
홍성욱 기자 | 2026.05.23 09:58
SOOP 로고. [SOOP 제공]

여자프로배구 막내구단인 페퍼저축은행이 자금난으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새로운 운영주체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기업 SOOP입니다.

2021-2022시즌부터 5시즌 동안 광주광역시를 연고로 야심차게 출발했던 페퍼저축은행은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금 배구단을 인수하려는 SOOP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출발했습니다. 우선 6개 구단 체제에서 창단 절차를 통해 리그에 뛰어들었습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기존 6개 구단도 2011년 IBK기업은행 이후 꼭 10년 만에 나타난 7구단 창단을 견제 속에 환영했습니다.

견제가 필요했던 건 신생 구단이 롱런하며 리그 구성원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의문은 5년 만에 마침표가 찍혔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지금의 SOOP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더 큰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우선 SOOP은 페퍼저축은행처럼 스스로 창단의지를 먼저 드러낸 것이 아닙니다. 난파선이 된 구단 인수를 외부 연락을 받고 급박하게 논의한 끝에 결정했습니다.

이후 SOOP은 KOVO(한국배구연맹)에 가입금 부담을 호소한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처음부터 자금력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프로배구단은 2005년 출범부터 모든 구단이 모든 시즌 동안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장부상흑자로 돌릴 수 있는 건 모기업 혹은 스폰서 기업의 자금지원 때문입니다.

결국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이 아니라면 만년적자인 프로배구단을 운영하기는 무리라는 결론이 손쉽게 나옵니다.

SOOP이 수십년 동안 수천억 원의 적자를 감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건 배구단의 숙명인 성적입니다. 스포츠는 승패가 드러나는 대결장입니다. 성적이 가장 우선시 되는 곳입니다.

페퍼저축은행은 5년 전 출범 때 연맹과 배구계 곳곳에서 2022-2023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할 것을 권유받았습니다. 전력이 너무 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페퍼저축은행은 2021-2022시즌부터 리그에 뛰어드는 속전속결을 선택했습니다. 충고를 무시했던 겁니다. 그리고 배구단을 빨리 리그에 뛰어들도록 해 페퍼저축은행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겁니다.

이 전략은 일정수준 효과를 봤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패착이었습니다.

그 시즌 페퍼저축은행은 3승 28패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6개 구단과는 전혀다른 행보였고, 승점자판기였습니다.

특별신인지명으로 1라운드 선수를 싹쓸이했고, 가장 먼저 외국인선수를 뽑았음에도 이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페퍼저축은행은 4월 20일 임시총회에서 가입 승인이 이뤄졌습니다. 이후 감독 선임까지 속도를 냈습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도 정상 참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전력을 갖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이 4시즌 연속 꼴찌를 하고 지난 시즌 어렵사리 탈꼴찌를 하게 된 주원인은 무리한 창단 첫 시즌 참여가 큰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SOOP의 경우 더 처참한 상황입니다. 기존 페퍼저축은행 선수 중 아웃사이드히터 박정아와 이한비는 한국도로공사와 현대건설로 이적한 상황입니다.

가장 중요한 전력강화 기회인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에는 불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슬 30개로 2순위 선발이 유력했고, 내심 1순위도 노려볼 수 있었지만 이 기회도 살릴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쿼터 선수 또한 나머지 구단들이 좋은 선수와 계약을 한 상황에서 선택지가 좁아졌습니다.

창단이 아니기에 기존 6개 구단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선수 지명도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가을에 있을 신인선수 선발에서도 1순위 지명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지금 SOOP은 감독 선임과 코칭스태프 및 지원스태프 구성도 이뤄지지 않았고, 배구단 사무국도 아직 꾸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SOOP은 페퍼저축은행의 첫 시즌 승수인 3승을 넘어설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실바가 건재한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 모마와 재계약한 정규리그 우승팀 한국도로공사, 메가를 영입한 현대건설, 지난시즌보다 전력이 강화된 흥국생명, 마나베 감독 부임 이후 빅토리아 재계약과 오사나이 영입까지 마친 IBK기업은행, 부키리치를 지명하며 전력을 대폭 강화한 정관장까지 기존 6개 구단에 어떻게 대적할 것인지 벌써부터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기존 6개 구단 단장들은 여전히 SOOP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쿼터 선수 2명을 뛰게 하는 혜택 혹은 외국인선수를 우선적으로 자유계약 선발하는 혜택을 주자는 언급에 펄쩍 뛰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SOOP은 패하고 또 패하면서 첫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승패의 진정성이 훼손될 만큼 처참한 시즌이 될수도 있습니다. 

5년 전 7구단 페퍼저축은행이 창단되면서 배구계가 가장 크게 우려한 건 경기력이었습니다. 6개 구단 체제에서 코트에 설 수 없는 선수들이 결국 코트에 나서게 된다는 건 경기력 저하를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현재 결국 7구단 창단의 특수는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누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또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전력이 매우 약한 구단이 리그에 참여하려 합니다. 6구단으로 쪼그라드는 것보다 나을거라는 희망섞인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한시적으로 6구단으로 가다 다시 7구단으로 정비되는 것이 나을거라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모든 논란에 대한 답은 SOOP이 증명해야 합니다. 배구단에 대한 과감한 투자, 그리고 선수단 전력과 스태프 및 프런트의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SOOP의 페퍼저축은행 인수가 반갑지 않습니다. 이 또한 SOOP이 입증해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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