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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배구 산책](77) ‘아침밥 챙겨먹고, 훈련 후 토론’ 흥국생명 요시하라 감독이 바꿔놓은 선수단 시스템
홍성욱 기자 | 2026.03.11 08:30
흥국생명 요시하라 감독이 선수들과 소통하고 있다. [KOVO 제공]

2024-2025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흥국생명은 우승 이후 큰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팀의 간판이자 한국 여자배구 레전드인 김연경이 은퇴했기 때문입니다.

김연경이 코트를 떠난 뒤 아본단자 감독도 계약 연장 없이 돌아갔습니다.

흥국생명은 우선 감독 교체가 필요했습니다. 이영하 단장을 중심으로 사무국이 움직였고, 구단 고위층의 동의 하에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온 일본 JT의 전임 감독인 요시하라 토모코에 지휘봉을 맡겼습니다.

요시하라 감독은 부임 직후 선수들이 아침 식사를 거른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운동하는 선수가 아침도 먹지 않고 훈련에 나선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침식사를 꼭 하라는 감독의 지시에 선수들은 꾸역꾸역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삼켰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출발점은 큰 변곡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선수들은 서서히 적응했고, 식사량도 점차적으로 늘었습니다.

체중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근육량도 증가했습니다. 몸에 힘이 붙었다는 얘기도 여러 선수들이 들려줬습니다.

요시하라 감독은 훈련 이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지 않고 선수들끼리, 스태프끼리 토론을 통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습니다.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자는 의미와 함께 반성을 통해, 또한 잘된 부분을 통해 내일을 준비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흥국생명 훈련을 살펴보니 요시하라 감독은 이미 선수들의 실력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선수들과의 기본기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JT 감독으로 흥국생명 선수들을 볼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흥국생명 감독으로 JT와 연습경기를 해보니 더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던 겁니다.

감독 부임 직후 구상한 여러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이 선 요시하라 감독은 우선적으로 연결에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리시브가 조금 흔들리더라도 두 번째 볼을 만지는 선수가 최대한 공격이 가능하도록 패스한다면 득점 확률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흥국생명은 컵대회에 이어 시즌 초반 1라운드 3연패로 고전하는 듯 했지만 2라운드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4라운드에선 5연승을 내달리며 단단함을 보여줬습니다.

하루 전인 10일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에 3-2 승리를 거두며 남은 1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봄배구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대단한 성과입니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예상 전력은 바닥권이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봄배구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요시하라 감독의 치밀함은 달랐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흥국생명에 심어가면서 팀을 봄배구로 이끌었습니다.

요시하라 감독은 선수들을 실력 하나로만 대했습니다. 이름값은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잘하는 선수는 중용하고, 코트에서 부진하면 교체했습니다.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은 열심히 하면 출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교체 시스템도 가동했습니다. 외국인선수 레베카의 후위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공격수를 전위에 배치하며 재미를 봤습니다.

흥국생명은 남은 13일 한국도로공사전에 이어 포스트시즌을 준비합니다. 선두 도로공사를 상대로 이미 3승을 챙기며 강한 모습을 보였고, 나머지 중상위권 팀들과도 2승 이상을 거뒀기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더 기대되는 건 2026-2027시즌입니다. 요시하라 감독이 구상하는 배구는 올 시즌 봄배구를 관통해 다음 시즌을 벌써부터 겨냥하고 있습니다.

좀더 완성된 플레이를 만들어가려는 그의 뚝심이 한국 여자배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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