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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베로발리 구단에서 프로 구단과 유소년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발렌티나 디렉터(오른쪽)와 유소년을 총괄하는 크리스티안 메라티 디렉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몬차(이탈리아), 홍성욱 기자] |
이탈리아는 올해 태국에서 펼쳐진 여자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직후, 필리핀에서 이어진 남자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세계최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최고 성적입니다.
이탈리아가 왜 배구 강국인지는 12월 현장 방문을 통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풍부한 저변, 그리고 이에 따른 선수 성장을 돕는 시스템이 근간이었습니다.
이탈리아는 레조네라 불리는 20개 주로 형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북부에 자리한 롬바르디아주는 밀라노를 중심으로 몬차, 베르가모, 코모, 파비아 등 12지역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세리에A 남자부 몬차와 여자부 밀라노를 함께 운영하는 베로발리 구단이 있습니다.
베로발리 구단에서 프로 구단과 유소년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발렌티나 디렉터, 그리고 유소년을 총괄하는 크리스티안 메라티 디렉터를 통해 이탈리아의 유소년 배구 시스템에 대해 소상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프로리그인 세리에A에 속한 팀은 산하에 적어도 3개 이상의 유스 팀을 직접 관리해야 합니다. 이는 의무 사항입니다.
대부분의 구단은 훨씬 많은 수의 유스 팀을 운영합니다. 베로발리의 경우, 무려 50개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70%가 여자부이고, 30%는 남자부입니다. 남자 선수들이 축구를 많이 하다보니 여자 선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여자부는 11세, 12세, 14세, 16세, 18세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고, 남자는 12세, 13세, 15세, 17세, 19세로 나뉩니다. 통합적으로 6~10세 카테고리가 따로 있는 가운데 올해에는 3~6세 카테고리까지 신설됐습니다. 결국 3~19세까지 모든 연령대를 관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발렌티나 디렉터는 “몬차와 밀라노 지역 유스 팀의 70%는 우리 베로발리 구단에서 직접 관리합니다. 나머지 30%는 공공에서 담당합니다. 로컬 클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전역으로 보면 프로팀 산하 클럽과 로컬 클럽을 모두 합해 4천개 정도의 유스 클럽이 배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관리하는 롬바르디아 지역에만 배구 선수 6천명이 등록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몬차와 밀라노에만 선수 1,400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엄청난 수치입니다.
유스팀 선수들은 오후 4시쯤 학교 수업을 마치면 오후 5시부터 훈련을 시작합니다. 보통 3시간 훈련이 이뤄지고, 주 3~4회 훈련이 진행됩니다. 주말에는 경기를 펼칩니다. 주로 토요일 경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로 적용하면 전문체육 선수들입니다. 즉 엘리트 선수라는 겁니다.
경기를 통해 선수들은 등급별로 분류 됩니다. 스포츠 매니저가 최종 등급을 결정하고 있고, 코치에게 동의를 구합니다.
코치도 4단계로 등급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어떤 코치가 어떤 레벨의 선수까지를 지도할 수 있는지 권한을 정확하게 나누어 부여합니다. 베로발리의 경우 6명이 풀타임 코치로 재직중입니다. 이외 코치 70명은 오전에 다른 일을 하고, 오후에는 배구 코치로 활동합니다. 투잡 형태입니다.
발렌티나 디렉터는 “활동하는 선수가 워낙 많다 보니 우리는 선수를 선별해서 관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우선하는 기준은 키입니다. 키가 작으면 추후 국가대표팀에서 플레이 할 수 없습니다.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키가 작아도 살아남는 건 세 부류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리시브 능력이 탁월한 선수입니다. 두 번째는 수비 능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다양한 공격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선수 풀이 넓다 보니 기본적으로 잘하는 선수를 추리고, 이들 가운데 키가 큰 선수 위주로 예비 대표팀 후보가 만들어지는 시스템이라 하겠습니다.
발렌티나 디렉터와 메라티 디렉터는 이구동성으로 “이탈리아 선수만 보다가 처음으로 한국 선수들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코트 안에서의 소통 능력이 돋보였고, 플레이에 대한 집중력이 아주 좋았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팀의 선수를 보면서 스카우트를 진행합니다. 이번에 이탈리아를 방문한 한국 팀이 그 대상이었다면 유일하게 여자 9번(손서연)이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였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보기에도 손서연(경해여중3)은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였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이탈리아와는 다릅니다. 현재 대한배구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남자부 121개팀 1,636명, 여자부 83개팀 1,127명입니다. 이 가운데 중학교(15세 이하부)는 남자 28개교 366명, 여자 22개교 298명이고, 고등학교(18세 이하부)는 남자 23개교 323명, 여자 17개교 211명입니다.
이들 전문체육 선수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각급 연령대 대표팀의 역량을 강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탈리아 배구가 강한 것은 축적된 결과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구를 좋아하고, 많은 학생들이 배구를 하며 자라납니다. 동시에 배구와 삶이 연계된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이탈리아가 앞서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저변이 좁습니다. 스타를 키워내기보다 스타가 탄생해 주기를 기대하는 상황입니다. 이를 점차적으로 바꿔나가는 노력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스 팀들이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점 또한 눈여겨 봐야 합니다. 동시에 그 선수들이 23세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국가대표팀이 강해집니다.
이탈리아 배구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탈리아는 배구를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관리하며 솎아내는 상황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배구를 하려는 이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간다면 우리도 좀더 넓은 저변에서 선수를 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전문체육 선수들을 잘 육성하는 동시에 생활체육 저변을 급격하게 넓혀가야 합니다. 동시에 두 집단의 경계가 점차적으로 허물어진다면 우리 배구 저변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입니다.
이탈리아 배구계를 조명하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과제 또한 얻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당장 현실적인 실천 방안과 미래를 향한 투자의 병행입니다. 투트랙 전략을 통해 우리 배구 저변을 튼튼하게 가꾸어간다면 이탈리아와 대등한 경기를 하는 날도 앞당겨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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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로발리 산하 유스 선수들이 프로 선수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우진(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도 보인다. [베로발리 제공] |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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